코로나 이전보다 나아지기 위해 돌봐야 할 문제
장숙랑 (중앙대학교 간호대학 교수)
코로나19 판데믹에서 우리가 얻은 돌봄에 관한 교훈은 많다. 코로나19 이전부터 만연해 있던 우리 사회의 에피데믹(Epidemic) 중 하나가 돌봄의 불평등과 돌봄의 결핍이었다.
2016년 고령화연구패널자료에 따르면, 식사하고 옷 입고 외출하는 기본적 일상생활이 어려운 45세 이상 성인 남녀 중 약 35%는 그들이 받는 돌봄이 충분하지 않다고 응답하였다. 돌봄에 대한 시간적, 경제적, 정서적 지원체계를 더 갖춘 국가들은 같은 질문에 대해 약 20% 내외의 응답을 보였다. 감염병 확산 상황에서는 그동안 당연시 여기던 돌봄에서도 새로운 쟁점들이 추가 생성되었다. 아동 돌봄은 보육기관, 유아교육기관, 학교의 휴교·휴원으로 인해 공백이 생겼고, 보호자의 돌봄 부담이 가중되었다. 성인 돌봄은 시설 집단 감염과 기존 돌봄서비스 중단이 핵심 쟁점이 되었다. 판데믹이 끝나고 코로나-19 종식선언이 나온다 해도, 돌봄의 불평등은 끝나지 않을 것이다. 코로나 이전으로 돌아가서는 안 된다. 더 나아져야 한다.
우선, 생활환경과 삶의 조건으로 인해 배제되고 차별받는 사람이 있는지 더 살펴야 했다. 시설입소자, 저소득층, 빈곤 노인, 노숙인, 외국인, 문맹, 벽오지 거주하는 시민 등이다. 코로나-19 최대의 피해자는 요양시설, 요양병원 입소자였다. 그래서 감염병예방법 제49조의2에서는 저소득층과 사회복지시설을 이용하는 어린이, 노인, 장애인 및 기타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는 자를 “감염취약계층”으로 정하고 있다. 시설 입소자의 불충분하고 열악한 돌봄서비스와 노동현실은 감염병 유행의 시작과 동시에 인지된 문제로 우선적 해결이 필요하다. 코로나-19 3차 유행으로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를 높여가던 지난해 12월, 발달장애 성인 아들과 살던 노모는 지병으로 사망한지 반년이 지나서야 발견되었다. 기초생활수급 가족이긴 했지만 근로능력이 있는 2인 일반가구로 분류되어 필요한 생계지원을 제대로 받지 못하였다. 이혼한 남편이 있어서 부양의무자 기준에 따라 생계급여에 제한이 있었다. 복지 대응망이 촘촘하지 않아서 생긴 일이라는 결론의 언론보도와 논평들이 나왔지만 이는 유사 사례가 발생할 때 마다 듣는 진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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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시안 2021.08.05 기사 바로가기)
*이번 글을 끝으로 ‘포스트 코로나의 대안’ 연재는 당분간 중단됩니다. 그동안 애독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프레시안>과 시민건강연구소가 각 분야 전문가의 힘을 빌려 여러 산적한 문제의 대안을 들여다보는 기획 ‘포스트 코로나의 대안’을 마련했다.
중국 우한에서 시작해 세계를 휩쓴 코로나19 사태가 1년을 넘었다. 그 사이 1억1300만 명이 넘는 세계인이 이 바이러스에 감염됐고, 250만여 명이 사망했다. 전 세계 인구의 최대 3%를 죽음으로 몰아간 1918년 인플루엔자 범유행(스페인 독감) 이후 바이러스로 인한 인류 최대의 피해라고 할 만하다.
이런 대규모 피해가 미치는 영향은 일시적이지 않다.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이후 한국 사회에는 평생직장 개념이 사라지고 비정규직이 안착했다. 실물 경제를 대신해 금융 자본 위주의 경제 체제가 중요한 한 축을 잡게 됐다. IMF 사태 이전과 이후의 한국은 완전히 다른 사회다.
코로나19 사태를 기점으로 BC(Before Corona)와 AC(After Corona)로 인류사를 나눌 수 있다는 미국 칼럼니스트 토머스 프리드먼의 글이 가볍게 와 닿지 않는 까닭이다. AC 1년, 관련 논쟁은 이미 진행 중이다. 국가가 빚을 질 것이냐, 가계가 빚을 질 것이냐는 숙제는 지금도 재난지원금 지급을 둘러싼 갈등으로 이어지고 있다. 한국의 비대한 자영업 비중이 개개인을 대재난에 더 취약하게 만든다는 문제도 시급한 해결 과제로 떠올랐다. 필수적 진료를 받기 힘든 장애인의 건강 문제를 어떻게 관리해야 하느냐도 중요한 숙제가 됐다.
당장은 백신 접종이 시작된 지금도 여전히 지구를 휩쓸고 있는 코로나19 바이러스와의 싸움에서 어떻게 이기느냐가 중요한 시기이다.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어떻게 극복할지, 코로나19 이후 어떤 노력으로 더 좋은 변화를 이끌어낼지를 고민해야 할 때다. 매주 한 편의 전문가 글을 통해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대안을 모색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