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덜 불평등한 ‘일상 회복’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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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11월 1일부터 우리 사회는 ‘단계적 일상회복’이라는 새로운 단계를 시작한다. 정부는 사회경제적 피해나 백신접종률 70% 달성, 국민의 일상회복 기대감을 추진 배경으로 내세웠지만, 말로 다 담을 수 없는 위축되고 통제되는 삶에 대한 대중의 피로감이 진정한 배경일지 모른다.

 

코로나와 함께 살아간다는 일상에서 당장 큰 걱정거리는 ‘재택치료’일 것이다. 재택치료는 확진이 되더라도 다른 질병처럼 집에서 지켜보다가 의료 조치가 필요할 때 병원으로 후송하는 시스템이다. 현재 의료시스템을 기초로 하지만, 원격모니터링이나 비대면 진료를 늘리고 의료기관과 보건소의 응급 이송체계를 활용하는 등 새로운 시도도 적지 않다. 확진자나 보건의료 인력, 공중보건 담당자 모두 기존 체계를 넘어서는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이대로 가능할까, 지난주 논평에 이어 몇 가지 걱정거리를 짚는다.

 

 

  1. 의료취약지의 후송체계 대비

 

“급격히 나빠져요”

 

정부는 입원 치료가 필요한 환자를 받을 전담병원과 전담 치료병상을 확보해 놓았으니 걱정하지 말라고 한다. 지자체에 맡겨진 격리병상 확보 목표는 ‘다다익선’이라고 정해놓은 듯하다. 확진자 규모가 컸던 과거 경험에서 얻은 원칙이겠으나, 지역별로 사정이 다르고 격차가 크다. 수도권과 도시에서 가까운 지역일수록 걱정이 적을 것이다.

 

수도권이나 광역시를 벗어난 의료취약지는 사정이 다르다. 코로나19 환자를 치료한 의료진 대부분은 환자 상태가 급격하게 나빠질 수 있다고 말한다. 정부 방침은 ‘자율’과 ‘참여’에 기반한 지자체 역할을 강화한다고 명시하고 있으나, 불평등한 구조 자체에 대한 처방이 되기는 어렵다. 지방정부가 노력하는 것도 중요하나, 지역 불평등을 줄일 중앙정부의 대책이 필수적이다.

 

  1. 보건소 인력 보강

 

“의사 1명, 간호사 2명이 재택치료 환자 100명을 어떻게 감당해요?”

 

기존 방역 업무만 해도 보건소 인력으로 할 수 있는 업무량을 초과한다는 사실을 모르는 이가 있을까. 한 예로, 많은 선별검사를 하느라 역학조사서 작성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다. 이런 상태에서 재택치료 대상자를 관리해야 하는 업무까지 맡으면, 업무부담은 고사하고 일이 새로운 업무가 제대로 돌아갈까.

 

보건소 인력 증원은 방역 초기부터 계속된 요구이다. 보건소의 재택치료 관리팀은 재택치료의 중요한 연결점이다. 담당자 역량에 따라 재택과 이송의 판정 기준이 달라지거나, 응급시 이송업무에 차질이 생기지 않도록 인력의 안정적인 운영이 중요하다. 아울러, 기존 보건소 업무의 장기공백이 해소되고 ‘일상’을 회복하는 데도 인력 문제가 해결되는 것이 급선무다.

 

  1. 기관 간의 연계와 협력, 그리고 통합과 조정

 

“11시 서울시청 브리핑을 보면서 이제 뭐를 할 건지 알지요”

 

의료 대응의 변화는 보건소, 전담병원, 재택치료 지원센터의 역할과 기능 분담을 의미한다. 문제는 새로운 방침과 구조가 생겨도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일선 현장과 소통하는 방식은 원활하지 못하다는 점이다. 일선 실무자들은 (이 시각까지) 보도자료 이상의 상세지침이 없다고 호소한다.

 

서울시는 4개 권역별로 의료기관을 지정해 재택치료를 관리한다고 밝혔는데, 권역별 1개 지원센터가 해당 권역 확진자를 전부 감당할 수 있을지, 확진자가 늘어나서 서울시 또는 권역 내 전담병원과 어떻게 정보를 공유하고 의뢰체계를 구축할지 세부 운영방식이 명확하지 않다. 생활치료센터에 여력이 남아있는 보건소는 환자가 재택치료를 원하거나 기준에 부합한다고 하더라도 생활치료센터로 확진자를 이송할 것이라는 말도 들린다. 어떤 방법이 낫고 못한 것을 떠나, 곳곳에서 혼란과 불안이 생길 때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1. 일상 회복의 준비가 안 된 사람들

 

“우리는 백신접종률이 얼마나 되는지 그것 좀 알고 싶어요”

 

코로나 유행으로 가장 큰 피해를 볼 수 있는 ‘고위험군’의 일상 회복은 얼마나 준비되었는가? 장애인단체 활동가는 재택치료는커녕 장애인의 백신접종률도 모른다고 답답해한다. 이주노동자는 노동과 삶의 조건 때문에 접종률도 집단감염의 가능성도 전혀 일상의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 ‘시설’에 수용된 건강 약자도 마찬가지, 백신접종을 완료한 창원의 한 정신병동에서는 121명의 집단 돌파감염이 발생했다. 사회적 약자들의 취약한 노동과 주거, 돌봄과 사회적 보호가 허술하면 바이러스는 끊임없이 그 틈을 타고 퍼져나갈 것이다.

 

다시 ‘누구’의 ‘어떤’ 일상이 중요한지를 묻는다. 무엇보다, ‘우리’와 ‘사회’와 ‘국가’를 위해 누군가의 어느 정도 희생은 불가피하다는 식의 국가주의, 집단주의, 공리주의 경향을 경계한다. 권리와 정의가 가장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되어야 한다.

 

외출과 활동이 제한받지 않고, 예전처럼 학교에 가고 일터로 돌아가고, 영화를 보거나 외국을 여행하는 것을 ‘소중한 일상’의 전부로 삼아서는 안 된다. 누구 한 사람도 남겨놓지 않겠다는 선언, 그리고 다시는 이런 곤경을 반복하지 않도록 이제라도 불평등하고 불안전한 체계를 바꾸는 개혁이 일상회복의 원리가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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