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서

[공동성명] 정부는 WTO 각료회의에서 백신 지재권 면제를 지지해야 한다 (2021.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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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 세계적 백신 불평등과 막을 수 있는 죽음을 방조하지 말아야 –

 

 

세계무역기구(WTO) 제12차 각료회의가 4일 앞으로 다가왔다. 이번 각료회의에서 코로나19 백신, 치료제 등 의료제품의 생산과 공급을 확대하기 위한 지적재산권 일시 면제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무역관련 지적재산권에 관한 협정(TRIPS, 이하 트립스 협정)’이 팬데믹 대응에 한계를 보이면서 작년 10월 인도와 남아공 정부가 협정의 일부 조항을 일시적으로 유예하는 초안을 제출하였고, 이후 1년 넘게 논의를 이어오고 있다. 지난 5월 찬성의견을 밝힌 미국 정부를 포함해 WTO 회원국 대다수가 지지를 밝혔지만, 몇몇 고소득 국가들의 강력한 반대가 여전히 합의를 가로막고 있다.

지적재산권(이하 지재권)에 의해 부여된 독점권은 연대와 협력을 통한 팬데믹 종식을 방해해온 요소였다. 전례없이 빠르게 개발되었던 코로나19 의료제품들은 독점권이 아니라 지구적 수준의 재정적, 제도적 지원에 의한 결과였다. 수십조 원의 공적 자금들이 코로나19 관련 기술의 연구개발에 투입되었으며, 많은 사람들이 연구개발 과정을 지지하고 임상시험에 자원하는 등 위험을 감수하고 인류를 구할 연구성과를 기대했다. 하지만, 초국적 제약기업들은 트립스 협정이 보장하는 지재권 보호를 활용하여 인류적 성과를 자신만의 성과로 둔갑시켰다. 이를 통해 코로나19 백신 개발기업인 화이자, 바이오앤텍, 모더나 제약 3사는 매초당 1000 달러(약 120만 원), 매일 9350만 달러(약 1100억 원)의 이윤을 챙기고 있다. 반면에 전체 생산물량 중 0.2~1%의 백신만 저소득 국가에 공급하고 있으며, 저소득 국가 국민의 98%는 여전히 백신 접종을 하지 못하고 있다. 그들이 응당 져야 하는 사회적 책임은 외면하고 있는 것이다.

백신이 개발된지 1년이 지났지만 국가별 백신 공급은 여전히 고소득 국가로 편중되고 있다. 대다수 고소득 국가 국민들은 이미 상당수 백신 접종을 완료하였으며 부스터샷 접종율도 평균 8%에 이르고 있지만, 저소득 국가 국민들 중 백신을 단 한 차례라도 접종한 인구는 6%도 되지 않는다. 이 때문에 수많은 사람들은 코로나19 위험에 그대로 노출되어 불의하게 죽어가고 있다.

WTO 회원국 간의 백신 불평등은 심지어 지재권 면제를 논의하기 위해 모인 각료회의장에서도 중·저소득 국가를 배제하는 상황을 야기하고 있다.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모인 중·저소득 국가 대표들은 백신 부족으로 예방접종을 받지 못한 경우가 많은데 회의가 열릴 스위스 내의 원칙에 따르면 미접종자가 실내모임에 참석하는 경우 의무적으로 진단검사를 반복해야 하기 때문이다. 백신 지재권 면제 논의에서 가장 절박한 국가가 백신을 구하지 못해 참석도 어려운 상황은 부조리와 부정의의 극치다. 우리는 이를 규탄하며 한국 정부에 다음과 같은 조치를 취할 것을 촉구한다.

첫째, 정부는 이번 WTO 각료회의에서 코로나19 의료제품의 지재권을 일시적으로 면제하자는 제안에 적극 찬성하라. 한국 정부가 여전히 백신 지재권 면제안에 침묵함으로써 이를 사실상 가로막고 있는 주요 책임국 중 하나가 되었다는 점은 우리에게 자괴감과 분노를 느끼게 한다. 정부가 계속해서 침묵하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은 막을 수 있는 죽음을 방조하는 행위이다. 한국 정부는 수차례 국제사회에 코로나19백신은 공공재이며, 공평한 백신 공급이 코로나19 팬데믹을 종식시키는 가장 빠른 방법이라 주장해왔다. 지재권 면제 지지는 이 약속을 지키기 위한 유일한 방안이다. 전 세계 시민들이 한국 정부의 입을 지켜볼 것이다.

둘째, 정부는 코로나19 의료기술의 공유와 공평한 백신 분배를 위한 적극적인 조치를 취하라. 한국의 해외 백신 지원은 매우 미미한 수준이다. 단 1회 분의 백신도 공급받지 못한 북한에 대한 지원계획도 마련하지 않고 있다. 반면에 정부는 지난달까지 유통기한 경과 등으로 106만회 분의 백신을 폐기했다고 밝혔다. 이는 인구 6000만명의 탄자니아에서 접종된 백신 물량과 유사하다. 앞으로 낭비적인 백신 폐기를 막기 위해서라도 저소득 국가들에게 신속하게 지원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또한 최근 스페인 정부는 국책연구소를 통해 개발한 진단기술을 WHO가 운영하는 ‘코로나19 기술접근풀(C-TAP)’에 이전하였다고 밝혔다. 그동안 국내에서는 질병관리청이 공동개발한 코로나19 치료제, 신종바이러스융합연구단(CEVI)이 개발한 진단기술을 민간기업의 이윤을 위해 이전해왔다. 감염병 위기 상황에서 공공재로 역할을 해야하는 의료기술들을 정부가 앞장서 산업 부흥과 기업의 이윤창출의 도구로 활용하도록 할 것이 아니라 연대와 협력을 위한 공적 활용을 우선 검토해야 한다.

최근 국제 엠네스티, 민중백신연합(PVA), 민중건강운동(PHM), 국제 옥스팜, 제3세계네트워크(TWN) 등 100여개 국내외 시민단체들도 각료회의를 앞두고 WTO 사무총장과 회원국들에게 백신 지재권 유예안을 원안 그대로 지지할 것을 요구하는 공개서한을 발표했다. 한국 정부는 전 세계 시민단체들이 규탄하는 ‘감염병을 종식시키고 전 세계 공중보건을 달성하기 위한 국제사회의 노력을 방해하는’ 국가가 되고 있다는 점을 뼈아프게 인식해야 한다. 한국의 시민들도 전 세계적 백신 정의와 팬데믹 종식을 위해 이번 각료회의를 똑똑히 지켜볼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

 

 

 

2021.11.26.

건강권실현을위한보건의료단체연합(건강권 실현을 위한 행동하는 간호사회,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건강사회를위한치과의사회, 노동건강연대,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참의료실현청년한의사회),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연구공동체 건강과 대안, 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참여연대,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한국민중건강운동(PHM Korea),

더 나은 의약품 생산체제를 위한 시민사회연대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건강세상네트워크, 사회진보연대, 시민건강연구소, 정보공유연대 IPLeft)

의료민영화 저지와 무상의료 실현을 위한 운동본부

가난한이들의 건강권확보를 위한 연대회의, 건강권실현을 위한 보건의료단체연합(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 건강사회를 위한 치과의사회, 노동건강연대,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참의료실현청년한의사회), 건강세상네트워크, 기독청년의료인회, 대전시립병원 설립운동본부, 한국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연합회, 건강보험하나로시민회의,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전국공공운수노조, 국민건강보험노동조합, 전국의료산업노동조합연맹, 전국농민회총연맹,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전국여성연대, 빈민해방실천연대(민노련, 전철연), 전국빈민연합(전노련, 빈철련), 노점노동연대, 참여연대, 서울YMCA 시민중계실, 천주교빈민사목위원회, 참교육을 위한 전국학부모회, 평등교육 실현을 위한 전국학부모회, 사회진보연대, 노동자연대, 장애인배움터 너른마당, 일산병원노동조합, 학교급식전국네트워크, 약사의미래를준비하는모임, 행동하는의사회, 성남무상의료운동본부, 건강보험심사평가원노동조합, 전국정보경제서비스노동조합연맹, 경남보건교사노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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