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 기고문

[고래가 그랬어: 건강한 건강수다] 학교급식 조리사 선생님은 왜 암에 걸렸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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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교양잡지 “고래가 그랬어” 217호 ‘건강한 건강수다’>

 

글: 전수경 , 그림: 박요셉 삼촌

 

오늘은 학교급식 만들어주시는 조리 노동자들 만난 이야기를 하려고 해. 학교 급식실에서 음식 조리하는 모습을 본 적이 있니? 큰 스테인리스 조리 도구들 사이로 더운 김이 올라오고 조리사 선생님들이 분주히 움직이는 모습이 떠오를 거야. 점심시간에 나오는 메뉴 중에 너희들이 좋아하는 메뉴는 어떤 거야? 돈가스·닭튀김·함박스테이크? 나물·샐러드 같은 채소를 좋아하는 동무들도 있지?

 

이모가 만난 급식 조리 선생님은 학교 급식이 시작된 1995년부터 초등학교 급식실에서 학생들의 점심을 만드셨대. 초등학교에서만 일하셨으니까 정말 많은 초등학생의 점심밥을 지어주셨을 거야. 학생들 밥 먹는 모습이 어떠냐고 하니까 “애들 먹는 거 예뻐요.” 하면서 웃으셔. 이분을 만난 건 학교 급식실에서 일하는 동안 ‘조리흄’이라는 연기를 오랫동안 마셔서 폐암에 걸리셨기 때문이야.

 

튀김이나 굽는 요리를 할 때는 180도가 넘는 끓는 기름에 고기나 생선 같은 재료를 넣거든. 이때 나오는 연기에는 암을 일으키는 물질이 많이 섞여 있대. 그러니까 환기가 잘 돼야 해. 환기가 되다가 말거나 아예 안 되면 그 연기를 조리사 선생님들이 마시게 되겠지. 학교 급식을 시작할 때는 이런 생각을 못 했어. 이 선생님이 일하던 초등학교도 처음에 급하게 가건물을 짓고 급식을 시작했대. 환풍기가 있긴 했는데 고장이 난 채로 몇 년 동안 수리도 안 했다는 거야. 음식을 만드는 일이 위험한 일이라는 생각도 하지 않았어.

 

 

급식 만드는 일이 어떤 건지, 급식실의 일과를 살펴보자. 8시 30분, 그날 메뉴에 따라서 아침에 배달된 재료를 다듬는 일부터 시작해. 다듬은 채소를 씻고, 썰고, 옮기고, 데치고, 무치거나 볶아야 완성이 되지. 국도 끓여야 하고, 고기나 생선을 굽고 튀겨야 해. 적당하게 익었는지, 소스는 너무 졸지 않았는지, 솥을 들여다보고 프라이팬을 들여다봐. 수백 명이 먹을 점심이 12시 전에 만들어져야 해. 이 모든 과정에 뜨거운 불이 있어. 조리하는 동안 땀이 너무 많이 나서 하루에 옷을 몇 번씩 갈아입는대. 학생들의 식사가 끝나면 조리도구를 닦고 소독하고 미끄러운 바닥을 닦고 식당을 청소해. 이렇게 하루 일을 마치고 퇴근할 때는 병원에 들르는 분들이 많아. 물리치료를 받거나 침을 맞으면서 조금이라도 몸을 풀어주어야 다음날 일어날 수 있대. 급식실에서 한 사람이 못 나오거나 다른 사람이 나오면 호흡이 안 맞아서 힘들고 위험한 상황이 생기기도 해. 날마다 같이 사람들끼리는 하면 척하면 척인 호흡이 있잖아.

 

다시 폐암에 걸린 선생님 얘기로 돌아가 볼게. 급식조리실에서 일한 지 20년 정도 되었을 때 건강이 갑자기 안 좋아져서 진료를 받으셨는데 이미 폐암 3기였다고 해. 호흡할 때마다 몸으로 들어가 쌓인 조리흄이 폐암을 일으킨 거야. 지금은 폐암 말기가 되었어. 전국의 초중고등학교에서 폐암에 걸린 급식 조리 선생님들이 30명이 넘는다고 해. 조리가 어떤 과정을 거치는지, 공간은 어떻게 만들어야 하는지 생각했다면 폐암은 막을 수 있었을지도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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