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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지지 서비스가 인종과 민족에 따라 차별적으로 제공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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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오 (시민건강연구소 회원)

 

현재 한국의 영아사망률은 점점 줄어드는 추세 속에 OECD 평균보다 낮지만, 모성사망비는 OECD 평균보다는 높은 수준이어서 모성과 아동의 건강한 삶을 위한 모자보건사업은 여전히 중요하다. 특히 다양한 형편에 처한 산모들의 필요를 잘 반영한 양질의 서비스를 만들고 지원하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오늘은 국제학술지 <모성과 아동 건강>에 발표된 모성건강의 불평등에 개입하는 지역사회의 사회적 지지 서비스에 대한 연구를 소개하려고 한다(논문 바로가기 ☞ 지역사회기반 사회적 지지 서비스를 통해 모성보건에서의 인종적/민족적 불평등 바로잡기). 미국 내에서 인종 및 민족에 따른 모성건강의 현저한 불평등은 지금까지 공식적으로 보고되어왔는데, 코로나19로 인해 더욱 심각해졌다. 미국 보스턴의 Chan 보건대학 연구팀은 지역사회조직에서 제공하는 모성건강 관련 사회적 지지 서비스에서 인종 및 민족적 격차와 문제점을 파악하고 해결책을 모색하고자 본 연구를 수행하였다.

 

연구팀은 보스턴과 매사추세츠 지역에서 사회적 지지 서비스를 제공하는 지역사회 조직을 대상으로 1차 온라인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지역사회 기반 조직의 특성, 서비스 대상 인구의 특성, 제공하는 서비스의 종류, 코로나19가 조직 운영에 미친 영향 등을 확인하였다. 그리고 응답자 및 지역사회 기반 조직의 대표를 대상으로 2차 심층면담을 진행하였다. 사회적 지지 서비스 제공 경험과 서비스 제공에서의 인종 및 민족적 격차, 서비스 제공과 접근성에서의 문제 등을 살펴보았다.

 

연구팀은 사회적 지지 서비스를 제공할 때 서비스 이용자를 서비스에 연결하는데 어려움을 경험한다는 응답율과 서비스에 대한 초과 수요를 경험한다는 응답율이 서비스 과소 활용 보고율보다 높을 때 사회적 지지에 격차가 있는 것으로 간주하였다. 해당 지역 내 17개의 지역사회 기반 조직이 1차 온라인 설문조사에 참여하였으며, 그 중 14명이 2차 심층면담에 참여하였다.

 

조사 결과, 지역사회 기반 조직은 연간 평균 200명(최소 10명 ~ 최대 35,000명)의 서비스 이용자에게 임신 및 산후 서비스를 제공하였으며, 8개의 지역사회 기반 조직은 대부분의 프로그램을 임신 또는 산후 서비스 이용자에게 제공하는데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지역사회 기반 조직이 제공하는 서비스 중 코로나19로 인하여 서비스 격차가 악화된 것은 주거와 보육이었으며, 그 외 정신건강 서비스와 식품 지원, 지역사회 참여, 아버지를 위한 프로그램, 아이를 잃은 가족을 위한 지지 서비스였다.

 

심층면담 분석 결과, 지역사회 조직들이 사회적 지지 서비스를 제공함에 있어 주요한 문제점은 지역사회 조직 내에 존재하는 구조적 인종 차별로 인하여 서비스 이용자의 인종 및 민족에 따른 차별적 대우가 나타나는 것이었는데, 이는 이용자들의 인종과 민족의 구성을 반영하지 못한 조직 직원 구성과도 관련되었다. 각 지역사회 기반 조직들이 가장 많이 의뢰하는 의료서비스 프로그램에서도 의료인들은 인종에 따라 대화를 기피하거나 서비스 이용자의 요구를 전적으로 경청하지 않는 등의 차별이 빈번하게 발생되고 있었다. 이에 따라 지역사회조직들은 구조적 인종차별 문제를 해소하고 조직 내 다양성을 촉진하는 전략을 도출하기 위해 반인종차별 컨설턴트를 고용하고, 직원 내 성찰 그룹을 만드는 등의 조치를 취했다. 또한 지역사회 구성원을 조직의 운영·기획·중재에 참여시켜 내용면에서나 문화적으로 적절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했다. 지역사회 기반 조직들 간의 조정 부족도 서비스 제공 장벽으로 파악되었는데, 이는 서비스의 중복과 공백, 조직간 자금 조달 경쟁으로 인한 네트워크 구축의 어려움이 원인인 것으로 파악되었다.

 

문화적으로 적절하고 서비스 이용자의 요구에 부응하는 서비스를 설계하고 제공하려면 지역사회 기반 조직 내 인종 및 민족적 다양성이 향상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 채용 과정을 바꾸고, 다양한 인종의 직원들에게 전문성을 개발할 기회를 지원하고, 이러한 과정의 진행 상황을 확인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서비스 이용자가 프로그램 개발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은 커뮤니티 내에서 의미 있고 지속적인 참여를 위한 또 다른 메커니즘이 될 것이다. 지역사회 기반 조직에서 다양성과 형평성. 포용적 이니셔티브를 창출하기 위한 전략적 노력도 필요하지만, 건강 및 의료 영역에서 반억압 및 반인종주의 교육 커리큘럼을 도입하여 의료 불평등을 개선하려는 시도도 동반되어야 한다.

 

이 연구는 점차 인종과 민족이 다양하게 구성되고 있는 한국사회가 다양한 출신배경을 가진 모성의 건강을 보호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시사점을 준다. 게다가 주거, 보육, 정신 건강 지원에서 사회적으로 취약한 커뮤니티를 위해 사회적 지원 서비스를 확대하고 강화해야 할 필요성은 한국에도 적용된다. 또한 지역사회 기반 조직과 마찬가지로 유관 기관들도 사회적 지지를 위한 자산을 더욱 잘 활용하고 서비스 이용자의 전인적 요구를 충족하기 위해 서비스를 조정할 필요가 있다. 불평등한 사회적 조건에 놓인 산모와 신생아의 필요를 고려한 더 많은 지원서비스들이 제공될 때 모성건강의 평균수준도 개선될 수 있을 것이다.

 

*서지 정보

 

West, R., DiMeo, A., Langer, A., Shah, N., & Molina, R. L. (2022). Addressing Racial/Ethnic Inequities in Maternal Health Through Community-Based Social Support Services: A Mixed Methods Study. Maternal and child health journal, 1-11.


수많은 언론이 하루가 멀다 하고 최신 의학 기술이나 ‘잘 먹고 잘 사는 법’과 관계있는 연구 결과를 소개합니다. 대표적인 것이, “하루에 ○○ 두 잔 마시면 수명 ○년 늘어나” 같은 것들입니다. 반면 건강과 사회, 건강 불평등, 기존의 건강 담론에 도전하는 연구 결과는 좀처럼 접하기 어렵습니다.

<프레시안>과 시민건강연구소는 ‘서리풀 연구通’에서 매주 목요일, 건강과 관련한 비판적 관점이나 새로운 지향을 보여주는 연구 또 논쟁적 주제를 다룬 연구를 소개합니다. 이를 통해 개인의 문제로 여겨졌던 건강 이슈를 사회적 관점에서 재해석하고, 건강의 사회적 담론들을 확산하는데 기여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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