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리풀 논평

의료 서비스 ‘산업’이라는 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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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7월 4일 기획재정부, 미래창조과학부, 문화체육관광부가 같이 ‘서비스 산업’ 대책을 다시 내놓았다. ‘다시’라고 한 것은 보도자료에 적힌 내용 때문이다. “지난 5년간 총 20여 차례”의 대책을 시행했다고 한다. “이해관계 대립 등으로 성과가 미흡”하다고는 했지만 참 어지간하다.

어쩐 일인지 이번에 교육과 의료는 빠졌다. 아니나 다를까 일부 언론은 알맹이가 빠졌다면서 정부 정책을 비판했다. 언론이 전한 뒷소식으로는, 이해 갈등 때문에 시끄럽기만 하고 추진하기 어렵다는 것이 이유였던 모양이다. 사회적 합의를 바탕으로 추진한다는 ‘원칙’이 그 소리인가 싶다.

그 와중에 의료계 일부에서는 의료는 소외되고 찬밥 신세라고 불만을 토로했다고 한다. 주로 병원들이 그랬을 터, 세제 혜택이나 금융 지원을 받는다는 다른 분야가 부러웠을 것이다. 영리병원이나 민영 보험이 더 강력하게 추진되기를 기대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걱정 마시라, 다시 되살아날 것이다. 의료 서비스 산업 육성이 어디 그리 가볍게 사라질 일이겠는가. 그리고 언제부터 그렇게 사회적 이해관계를 고려했을까. 정책 성공은 몰라도, 정책 추진은 금방 다시 ‘뜰’ 것이다.

서비스 산업, 특히 의료 서비스 산업 논리가 갖는 사회윤리적 의미를 다시 묻고 싶지는 않다. 경제와 발전, 국익을 빌미 삼아 대놓고 약육강식과 불평등을 정당화하는 강자와 기득권층의 논리임을 강조하는 것으로 그친다.

이 글의 관심은 서비스 산업 ‘부국론’의 경제다. 사실 정책의 정교함과 타당성, 실질적인 효과로 보면 서비스 산업 정책만큼 허술한 것도 많지 않다.

엉성하기로 치면, 이번 발표에도 한강에서 바비큐와 음주를 할 수 있게 한다는 재미있는(?) 발상을 포함했다. 또, 소상공인에게 소프트웨어를 보급한다고 했다가, 탁상공론이라는 타박을 받았다. 국내 산업 기반을 다 망친다는 것이다.

아주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 5년간 스무 번도 넘게 대책을 내놓았으니 남은 게 뭐 있을까. 재탕 삼탕이 보통에다 보도자료용 논리는 저절로 외울 정도다. 더구나 정부가 바뀌었으니, 참신한 아이디어를 내놓으라는 윗선의 압력에 정신들이 없을 것이다.

이런 수준 미달의 정책이 나오는 것이 우연이 아니다. 경제 논리로 볼 때에도 서비스 산업 육성론은 많은 모순과 오류를 안고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것이 “생산성을 제고”하고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육성”한다는 논리이다. 고부가가가치가 무엇인지 정확하게 모르겠으나 아마도 생산성을 높인다는 것과 크게 다르지는 않을 것이다.

생산성은 사람 수와 산출에 따라 계산된다. 그러니 서비스 산업은 제조업에 비해 생산성이 낮은 것이 당연하다. 기계보다는 사람의 손에 더 많이 의존하기 때문이다. 생산성만 보면, 몇 명 노동자가 자동화된 큰 공장을 돌리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그렇지만, 세상이 달라지고 산업구조가 바뀌었으니 할 수 없다고 하자. 서비스 산업이 대세가 되었다고 인정하고 시작하자는 소리다.

서비스 산업도 생산성이 높으면 좋을 것 같기는 하다. 그러나 아직 이르다. 전에는 서비스 산업의 생산성과 부가가치가 높은 것처럼 말하더니, 이제 그런 소리는 쑥 들어갔다. 대신 다른 나라 서비스 산업보다 생산성이 낮다는 논리가 무성하다. 달라지지 않는 것은, 그때나 지금이나 왜 생산성을 높여야 하는지는 묻지 않는다.

서비스 산업에서 생산성을 높인다는 것의 의미는 무엇일까. 한 마디로 말하면 사람을 줄인다는 뜻이다. 다른 조건이 같다면, 두 명이 하던 일을 한 명이 하면 된다. 이렇게 하면 간단하게(!) 생산성이 두 배로 높아진다.

종사자 수가 같다면 매출을 더 올리는 방법도 있다. 서비스의 양을 늘리거나 가격을 올리는 것이다. 더 많이 더 비싸게 서비스를 공급하는 것이 핵심이다. 한 사람이 하루 100만원의 매출을 올리다가 200만원으로 올라가면 이 역시 생산성이 두 배가 된다.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 동네 구멍가게보다는 기업형 수퍼마켓(SSM)으로, 그보다는 백화점이나 대형 마트의 비중이 커지면 생산성이 오른다. 작은 음식점보다 대형 패밀리 레스토랑 중심으로 서비스 구조를 바꾸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핵심은 더 적은 사람과 더 많은 산출로 집약된다.

의원보다는 대형 병원으로 환자를 몰아주는 것도 마찬가지다. 필요한 사람은 줄어들고 비용(매출)은 늘어난다. 그것도 비싼 가격의 진료, 즉 고급 장비나 기술을 많이 활용하는 것이라야 생산성이 더 올라간다. 요양시설 같은 곳도 사람은 덜 쓰고 비용은 비싼 서비스를 더 많이 활용해야 한다.

생산성 높이기, 그러나 당장 부닥치는 딜레마는 일자리이다. 다른 조건이 바뀌지 않은 가운데에 생산성을 올리자면 일자리는 줄여야 한다. 동네의 가게와 중소 상공업자가 줄어야 생산성이 올라간다. 이번 정부 대책에도 생산성 제고와 “양질의 일자리 창출”을 같이 적어 놓았는데 무슨 묘수가 있는지 정말 궁금하다.

백보를 양보해서 일자리를 늘릴 수 있다고 하자. 그러나 그게 ‘양질’인지는 의심스럽다. 의료 쪽만 봐도 그렇다. 보건의료가 고용 유발 효과가 큰 것은 부인할 수 없다. 그리고 다른 선진국과 비교해서 사람을 덜 쓰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앞으로 늘어날 일자리가 정말 양질일까.

거듭 생각해도 마찬가지다. 보건의료 부문에서 양질의 일자리라고 사람들이 인정할 만한 것은 몇 가지 없다. 나머지 일자리는 지금도 남아도는 것이 한둘이 아니다. 이른바 ‘장롱면허’를 가진 사람이 수두룩하지 않은가. 비수도권은 사람 구하기가 더 어렵다.

또 한 가지, 서비스 산업 육성의 경제적 비용은 누가 치를 것인가. 제조업과 달리 서비스 산업은 부가가치나 매출을 대부분 국내 기반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한국 사람이 사고 소비하고 돈을 내야 한다는 뜻이다.

그나마 제조업을 기반으로 하거나 외국인을 주된 대상으로 하는 서비스 산업은 좀 낫다. 금융, 컨설팅, 소프트웨어, 외국인 관광 같은 것이 그런 경우에 해당한다. 금융 산업이 얼마나 후진적인가 하는 의심은 있지만, 정부가 오죽 잘 알아서 하겠거니 하고 더 말하지 않는다.

보건의료는 전형적으로 국내를 기반으로 한다. 의료관광, 의료수출 어쩌고 하지만 전체 산업 규모에 비하면 그야말로 새 발의 피다. 이런 마당에 서비스 산업을 더 키우자면 결국 이 나라 사람이 돈을 대야 한다.

물론 더 좋아지는 것이 있으면 국민들도 얼마든지 그럴 태세가 되어 있을 것이다. 더 건강해지거나, 더 인간적인 서비스를 받거나, 또는……..? 그러나 아무리 봐도 그런 것 같지는 않다. 의료 서비스 산업을 육성하겠다는 이유는 그보다는 더 많은 경제적 이익 쪽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경제적 이익을 다시 묻자. 이렇게 커진 ‘생산’ 또는 ‘이익’은 또 누구의 것인지. 아주 큰 자본과 대형 병원 빼고 나누어 가질 게 있을지.

“이익은 사유화, 부담은 사회화”라는 신자유주의의 논리가 관철되는 것이 서비스 산업 육성의 핵심이라고 하면 지나친 주장일까. 하지만, 다른 분야는 몰라도 의료 서비스만큼은 이런 의심을 지우기 어렵다.

아주 추상적으로 ‘부국’과 성장을 내세울 뿐, 서비스 산업에 목을 매는 진정한 이유를 잘 모르겠다. 목표는 분명치 않고 경제적 논리도 엉성하다. 하지만 한국에서 서비스 산업 부국론은 벌써부터 도전 받지 않는 절대적 가치다.

공무원, 정치인은 물론이고, 전문가와 해당 분야 종사자, 그리고 일반 대중까지, 그리고 그 ‘내면’까지 장악하고 있다. 때로 판단이 아니라 ‘신앙’처럼 보일 때도 있다. 따는 이것이 우리 사회의 정치와 경제가 서비스 산업 부국론을 통해 노리는 진정한 목표인지도 모르겠다.

그런 의미에서 한국에서 서비스 산업은 정치학자 밥 제솝의 말대로 하나의 ‘경제적 상상물(economic imaginary)’ – 가상의 경제적 실체가 된지 오래다. 제솝은 지식기반 경제의 확산을 소재로 삼아 ‘문화정치경제학(cultural political economy)’을 정식화한 바로 그 이론가다. 그의 이론에 따르면 서비스나 지식은 이 시기 변화된 자본주의 체계 속에서 새로운 ‘기호’로 자리 잡았다.

우선 할 일 가운데 한 가지. 이 기호와 실재(그런 의미에서 서비스 산업의 ‘실체’)를 분리하자. 서비스 산업과 ‘부국론’의 제자리를 찾아주어야 한다는 말이다. 서비스 산업의 환상은 마땅히 해체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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