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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병원에서 비금전적 인센티브를 통한 의료진 동기부여 강화는 가능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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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수(시민건강연구소 회원)

 

 

코로나19로 인해 시민들에게 지방의료원의 존재감이 훨씬 높아졌다. 이 지방의료원에 대하여「지방의료원의 설립 및 운영에 관한 법률」 제21조에 따라 2006년부터 매년 실시되고 있는 지역거점공공병원 운영평가가 올해에도 이루어지고 있다. 「지역거점공공병원 운영평가」는 전국의 지방의료원과 적십자병원의 운영 적정성을 종합적으로 평가하고 그 결과를 지자체 및 해당 기관으로 환류하여 운영상 취약 부분을 개선하기 위해 실시하고 있다.

 

평가 영역은 ①양질의 의료 ②공익적 보건의료서비스 ③합리적 운영 ④책임운영 ⑤코로나대응 기여도이다. 평가 영역 중 의료인력을 병원에 남게 하고, 적극적으로 진료에 임하도록 동기부여를 하는 항목은 ③합리적 운영 영역의 ‘성과관리’ 항목이다. 보건복지부는 ‘성과관리’ 평가의 목적을 지역거점 공공병원이 “원장과 의사들의 성과관리체계를 개선하여 병원운영의 효율성, 진료서비스 개선, 연구, 공공의료사업을 강화할 수 있도록 유도” 하는 것이라 밝히고 있다.

 

성과관리 체계의 적절성은 원장과 의사에 한해서만 조사된다. 성과지표를 구체적으로 설정하고 그에 따른 성과급 규정이 있는지가 평가 항목이 된다. 원장과 의사 모두 성과지표를 설정하게 되어 있지만, 실제 성과급과 관련되는 성과지표는 매우 다르다. 원장의 경우, 구체적으로 다양한 성과지표에 의해 평가되며 점수의 합산으로 성과급이 지급된다. 경영수지, 재무건전성, 제도개선, 의료서비스 개선, 공익적 보건의료서비스 향상, 책임운영 강화, 지자체 협력체계 구축 등이 성과지표가 되며, 이들의 합계로 성과급이 결정된다. 반면에 의사의 성과급을 결정하는 것은 “진료실적” 한가지이다. 교육, 학술, 공공의료사업 참여 등은 비중이 작거나 참여하는 의사가 드물다.

 

성과지표는 성과급을 지급하기 위한 수단이기 때문에, 성과급을 받지 못하는 공중보건의는 의사임에도 불구하고 성과지표가 없다. 지방의료원의 경우 5~7명의 공중보건의가 있으며 이는 병원에 따라 조금씩 다르지만, 공공병원 전체 의사인력의 15~25%를 차지하는 매우 소중한 인력들이다. 그러나 이들이 적극적으로 진료하도록 동기부여 하는 장치는 운영평가 항목에 없다.

 

성과급은 의사를 병원에 남게 하고, 적극적으로 진료에 임하게 독려하는 중요한 기제이다. 그러나 성과급만으로 적절한 의사인력 유지와 진료 동기부여가 가능한가? 성과급은 의사의 과잉진료를 유도하고 의사-환자 간의 신뢰를 깨뜨릴 수 있는 부작용도 존재한다. “금전적” 인센티브인 성과급 외의 방법으로 의사들이 진료서비스 개선, 연구 및 교육참여, 공공의료사업 참여를 강화할 수 있도록 유도할 수는 없을까?

 

독일과 미국의 경제학자들이 쓴 한편의 글에서 간접적이지만 이 질문에 대한 실마리를 찾을 수 있었다(논문 바로가기☞ 비금전적 인센티브와 의미의 원천으로서의 일의 영향). 저자들은 일이 돈, “성과급” 외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는지에 대해 질문하고, “성과급”, “노력수준”의 변수로 이루어진 노동자 효용에 대한 수학식에 “일의 의미: 비금전적 요인” 이라는 변수를 넣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여기서 일의 의미는 사명, 자율성, 역량, 유대감이라는 4가지 요소를 포함한다. 이런 비금전적 요인이 동기 부여와 생산성에 잠재적으로 중요하다는 근거는 점점 증가하고 있다.

 

저자들은 사람들이 사회적으로 존경받는 사명을 가진 일터에서 일하는 것을 가치있게 생각하며, 이러한 사명이 노동자가 스스로 더 노력하도록 한다는 증거들을 제시한다. 예를 들어, 많은 전문가들이 보수가 적은데도 불구하고 비영리기업에서 본인의 가치를 위해 일하거나, 좋아하는 정당을 위해서 일할 때에 그렇지 않은 때보다 생산성이 현저히 증가한다.

 

노동자가 본인의 업무에서 자율적 의사결정을 할 수 있다면, 업무에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는 증거도 제시된다. 실리콘 밸리의 많은 혁신기업들이 노동자의 자율성을 높이기 위한 조직문화를 만들어 나간다. 불안정한 임금에도 많은 사람들이 조직에 속한 노동자가 아닌 자영업이나 프리랜서가 되려 하는 것도 비슷한 이유이다.

 

또한 사람들은 자신들의 능력이 발휘될 때 효용을 느낀다. 노동자가 특정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자신의 재능, 기술, 지식을 적용할 수 있을 때, 즉 자신의 능력이 발휘될 때 즐거움을 느낀다. 이를 통해 본인이 느끼는 개인적, 사회적 인정은 동기부여의 원천이 되어 적극적으로 일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또한, 능력 발휘를 통해 받는 비금전적 포상(표창, 수상) 형태의 사회적 인정이 노동자의 노력을 증가시킨다는 근거도 있다.

 

노동자 간의 유대감 및 동료와의 연결은 일의 의미의 또 다른 중요한 측면이며, 직장에서 긍정적인 사회적 관계를 갖는 것은 직업 만족도를 높인다. 사회 정체성 이론은 조직의 구성원과 목표를 동일시하는 노동자가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더 많은 공공재를 제공하고, 그들의 노력을 더 잘 조정하기 때문에 더 생산적이라고 주장한다. 노동자들은 그들이 공정하게 대우받을 때 구성원들과의 유대감이 생기고, 반대의 경우 노동자의 생산성에 해가 된다.

 

공공병원의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의료진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수적이다. 그러기 위하여 사명, 자율성, 능력, 유대감같은 비금전적 요인에서 일의 의미를 느끼도록 하려면 어떻게 할 수 있을까? 먼저 공공병원이 지역사회에서 존경받을 수 있고 의료진의 동의를 얻을 수 있는 사명을 설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공공병원 내에 의료진이 진료, 공공부분 참여, 학술, 교육 및 병원운영에서 자율적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분위기가 형성되는 것도 중요하다. 또한 의료진이 진료 뿐 아니라 다양한 형태의 병원사업에 참여하며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어야 하며, 적절한 포상도 주어져야 한다. 공공병원 의료진이 병원의 구성원들과 협력하며 강한 유대감을 느끼고, 공정하게 대우받을 수 있는 토대를 만드는 방법들도 생각해볼 수 있다.

 

그렇다면 현행 공공병원의 평가방식에서도 성과관리에서 “금전적 인센티브”만이 유일한 옵션이 되지 않도록, 의료진에게 동기부여와 생산성 강화를 촉진할 수 있는 다른 요소들이 적절히 고려될 수 있도록 개선되어야 할 것이다.

 

*서지사항

 

Cassar, Lea & Meier, Stephan. (2018). Nonmonetary Incentives and the Implications of Work as a Source of Meaning. Journal of Economic Perspectives. 32. 215-238. 10.1257/jep.32.3.215.


수많은 언론이 하루가 멀다 하고 최신 의학 기술이나 ‘잘 먹고 잘 사는 법’과 관계있는 연구 결과를 소개합니다. 대표적인 것이, “하루에 ○○ 두 잔 마시면 수명 ○년 늘어나” 같은 것들입니다. 반면 건강과 사회, 건강 불평등, 기존의 건강 담론에 도전하는 연구 결과는 좀처럼 접하기 어렵습니다.

<프레시안>과 시민건강연구소는 ‘서리풀 연구通’에서 매주 목요일, 건강과 관련한 비판적 관점이나 새로운 지향을 보여주는 연구 또 논쟁적 주제를 다룬 연구를 소개합니다. 이를 통해 개인의 문제로 여겨졌던 건강 이슈를 사회적 관점에서 재해석하고, 건강의 사회적 담론들을 확산하는데 기여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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