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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로 인한 극한 기온, 노인과 빈곤층을 더욱 아프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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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슬기(시민건강연구소 회원)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시기가 오면, 매년 빠지지 않고 폭염으로 인한 사망자가 나왔다는 기사를 볼 수 있다. 질병관리청의 ‘온열질환 응급실감시체계 신고현황’에 따르면, 8월 14일 현재 온열질환으로 응급실에 내원한 환자는 올해에만 벌써 1,395명이고, 온열질환으로 인한 추정사망자도 7명 발생하였다. 기상 관측 사상 가장 더웠던 여름으로 기록된 2018년에는 4,526명의 온열질환자와 48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온열질환 응급실감시체계는 응급실을 운영하는 의료기관의 자발적인 참여를 통해 이루어지므로, 실제 온열질환으로 인한 환자와 사망자는 이보다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기후변화는 21세기의 가장 큰 글로벌 위협 중 하나이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의 많은 국가들이 기후변화가 초래한 폭염으로 고통 받고 있다. 폭염은 대규모의 질병과 사망을 야기하는 일종의 자연재난이라고 할 수 있다. 더욱이 폭염으로 인해 발생하는 건강 위험은 모두에게 공평하게 돌아가는 것은 아니며, 폭염에 더 취약한 인구집단이 있다.

 

오늘 소개할 논문은 리즈미 연구팀이 국제학술지 <사회과학과 의학>에 발표한 것으로, 2001-2012년 동안 기온에 가장 민감한 6가지 질병에 대해 극한 기온과 응급 입원 사이의 관계를 살펴본 연구이다(논문 바로가기 ☞ 영국의 연령 및 사회경제적 빈곤에 따른 극한 기온이 응급 입원에 미치는 영향). 인구 고령화와 사회경제적 불평등의 확대를 고려하여, 응급 입원에 대한 극한 기온의 효과를 연령 및 사회경제적 박탈에 따라 추가적으로 분석하였다.

 

연구팀은 영국보건의료서비스(NHS) 병원 통계에서 추출한 응급 입원 자료와 영국 기상청의 통합 데이터 아카이브 시스템(MIDAS)에서 구득한 기상자료를 통합하였다. NHS에서는 긴급한 치료가 필요한 개인이 병원을 선택할 법적 권리가 없기 때문에, 개별 환자가 경험한 기온은 응급 입원한 병원이 위치한 지역의 온도로 할당하였다. 입원 당시 환자의 연령은 9개 연령대로 범주화하였으며, 환자의 결핍 수준은 입원 당시 환자의 거주지 우편번호의 복합박탈지수(IMD) 점수를 사용하여 5분위로 나누었다.

 

이 연구의 결과 변수는 일별/병원별/주요 진단별 응급 입원 건수였다. 응급 입원을 결과 변수로 사용한 것은 응급 입원이 좀 더 실제 ‘건강 쇼크’를 나타낼 가능성이 높고, 사망을 제외하면 극한 기온의 가장 심각한 영향을 관찰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주요 진단으로는 날씨로 인한 신체의 체온 조절 변화에 가장 취약한 6개 질병(감염성 질환, 대사 질환, 종양 질환, 호흡기 질환, 순환기 질환, 외상)을 선정했다. 분석 기간 동안 6개 질병은 전체 응급 입원의 48.2%를 차지하였다. 주요 변수인 극한 기온은 영하 5℃ 미만(극한의 추운 날)과 영상 30℃ 이상(극한의 더운 날)으로 정의하였으며, 10-15℃ 범주는 초과 응급 입원 건수를 산출하기 위한 참조 범주로 사용되었다.

 

연구팀은 다중고정 효과가 있는 분포 지연 푸아송 회귀 모델을 사용하여 기온이 일일 응급 입원에 미치는 영향과 그 후 30일 동안의 영향을 추정하였다.

 

6개 질병에 대해 기온이 일일 응급 입원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결과, 모든 유형의 입원이 극한 기온에 민감했지만 질병에 따라 지연효과는 다르게 나타났다. 호흡기 질환과 외상은 극한의 고온과 저온에 모두 민감하였다. 극한의 고온이 입원 증가에 미치는 영향은 질병에 따라 차이가 있었으며, 효과의 크기는 대사성 질환, 감염성 질환, 호흡기 질환, 외상 순이었다. 순환기 질환과 종양 질환은 극한의 고온에서 입원 증가가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았다. 극한의 저온에서는 호흡기 질환과 외상만 입원이 증가하였고, 순환기 질환과 종양질환은 오히려 입원이 감소하였다.

 

분석 기간 동안 1,009,617건의 초과 입원이 있었는데 이중 911,708건은 극한의 저온에서, 97,909건은 극한의 고온에서 발생하였다. 즉 극한의 고온보다 극한의 저온과 관련된 입원 영향이 더 크게 나타났다.

 

연령대별로 살펴보면, 모든 질병에서 기온에 따른 연령-기울기가 나타났다. 즉 나이가 많은 집단의 기울기는 나이가 어린 집단의 기울기보다 가팔랐는데, 기울기가 가파르다는 것은 극한 기온으로 인한 응급 입원이 더 많이 발생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5세 미만, 65-74세, 74세 이상의 연령이 극한 기온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았다. 극한 기온에 영향을 받는 패턴이나 지연 효과는 질병마다 다르게 나타났다.

 

박탈 수준에 따른 분석 결과, 종양 질환을 제외한 모든 질병에서 기온에 따른 박탈-기울기가 관찰되었다. 가장 박탈된 5분위 집단의 기울기는 가장 덜 박탈된 5분위 집단의 기울기보다 가팔랐다. 외상으로 인한 입원에서 가장 큰 박탈-기울기가 관찰되었으며, 가장 박탈된 5분위 집단은 극한의 고온과 저온에서 모두 부정적인 영향을 받았다.

 

영하 5℃ 미만과 영상 30℃ 이상을 극한 기온으로 정의했던 영국과 달리, 우리나라는 더 가혹한 기후 조건을 가지고 있다. 여름에는 40℃에 가깝게 기온이 올라가고, 겨울에는 -15℃까지 기온이 떨어진다. 이러한 기후 환경을 고려할 때 한국에서는 폭염이 초과 응급 입원에 더 많은 영향을 미치고, 폭염에 취약한 계층이 더 큰 충격을 받았을 것이다.

 

소개한 연구에서 폭염으로 인한 건강 위험이 특히 고령층과 빈곤층에게 차별적이었던 것처럼 폭염에 대한 대응 역시 지역사회의 사회경제적 수준에 따라 차이가 있는 현실이 씁쓸하다. 최근 서울특별시는 폭염에 더 취약한 노숙인·쪽방 주민을 위한 3대 지원방안으로 쪽방주민 생활환경을 개선하겠다고 발표하였다. 에어컨 150대를 설치하고, 가구당 5만원 한도의 전기요금을 지원하겠다는 계획이다.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닌 임기응변식 대처라는 비판이 있었지만, 온열질환 예방법을 홍보하거나 무더위 쉼터를 운영하는 것이 폭염 대책의 전부인 지역의 입장에서는 반가운 대책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극단적인 기상 현상이 앞으로 더 증가하면서 기존의 건강불평등을 악화시킬 가능성이 높으므로, 기후 취약집단을 위한 주거와 에너지정책 등 보다 광범위하고 형평적인 지원 체계가 필요하다.

 

 

* 서지 정보

 

Rizmie, D., de Preux, L., Miraldo, M., & Atun, R. (2022). Impact of extreme temperatures on emergency hospital admissions by age and socio-economic deprivation in England: Evidence from six diseases. Social Science & Medicine, 308, 115193.


수많은 언론이 하루가 멀다 하고 최신 의학 기술이나 ‘잘 먹고 잘 사는 법’과 관계있는 연구 결과를 소개합니다. 대표적인 것이, “하루에 ○○ 두 잔 마시면 수명 ○년 늘어나” 같은 것들입니다. 반면 건강과 사회, 건강 불평등, 기존의 건강 담론에 도전하는 연구 결과는 좀처럼 접하기 어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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