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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분권은 지역주민의 기대수명을 더 늘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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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슬기(시민건강연구소 회원)

 

 

2022년은 자치분권 2.0 시대의 원년이다. 지방자치의 부활을 의미했던 지방자치 1.0 시대가 지나가고, 주민이 주체가 되어 자치분권이 실질적으로 이루어지는 시대가 열린 것이다. 이에 따라 주민 생활과 밀접한 400개의 사무가 지방정부로 이양되어 지방정부의 자치권이 확대되었고, 재정분권으로 연간 13.8조원에 달하는 지방재정이 확충되었다.

 

지방분권의 흐름은 보건의료 영역에서도 마찬가지이다. 보건의료 정책에서 지방정부의 역할과 책임은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지역완결형 필수보건의료체계 구축을 위해 시도별 공공보건의료위원회가 구성되었고, 공공보건의료위원회는 지역의 공공보건의료 정책에 대한 의사결정 권한을 가진다. 또한 시도와 시군구에서는 4년마다 지역보건의료계획을 수립하여 중앙정부의 일률적인 계획이 아닌 지역 실정에 맞는 보건의료계획을 시행하고 있다.

 

그렇다면 지방분권은 지역주민의 건강에 도움이 될까? 오늘 소개할 논문은 지난 10월 국제학술지 <랜싯 공중보건>에 발표된 논문으로, 잉글랜드 그레이터맨체스터 지역의 기대수명에 미치는 지방분권의 효과를 살펴본 연구이다(논문 바로가기 ☞ 권한이양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 잉글랜드 그레이터맨체스터의 일반화된 합성 통제집단 분석).

 

연합국가인 영국에서의 분권화 논의는 주로 스코틀랜드, 웨일즈, 북아일랜드로의 권한이양에 집중되어 있으나, 잉글랜드 내에서도 도시 협정을 통한 도시정부로의 권한이양이 이루어지고 있다. 도시정부에 대한 권한이양은 중앙정부의 일괄적인 하향식 권한이양과 다르다. 권한이양 제안서를 제출한 도시에만 권한이양이 이루어지며, 중앙정부와의 협상을 통해 그 내용이 결정되기 때문에 지역마다 서로 다른 수준의 이양 권한을 확보하게 된다(영국 지방분권 논의: 권한이양 협정(Devolution Deals)을 중심으로).

 

그레이터맨체스터는 권한이양 협정을 가장 먼저 체결한 지역이자, 가장 많은 권한을 이양받은 지역이다. 2014년 11월, 권한이양 협정을 통해 그레이터맨체스터는 주택, 고용, 교통, 교육 등 건강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는 지역의 다양한 정책분야에 대한 의사결정과 예산 권한이 증가하였다. 추가 협정을 통해 이러한 권한은 더욱 확대되었다.

 

이러한 조치 이외에도 그레이터맨체스터는 NHS 잉글랜드와의 합의를 통해 2016년 4월부터 지역 내 건강 및 사회적 돌봄 업무를 맡기로 하였다. 이를 위해 범지역 파트너십 위원회가 설립되었다. 또한 NHS 잉글랜드가 국가 지속 가능성과 변화 기금에 대한 지역의 통제권을 부여함에 따라, 그레이터맨체스터는 지역의 변화를 지원할 수 있는 4억 5천만 파운드를 확보하였다. 새로운 ‘그레이터맨체스터 건강과 사회적 돌봄 파트너십 위원회’는 2020-21년까지 연간 20억 파운드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는 인구 건강과 복지 개선, 건강 불평등 감소, 건강과 사회적 돌봄 기금격차 감축 등의 포괄적인 목표를 가진 ‘책임집니다(Taking Charge)’라는 야심찬 계획을 마련하였다.

 

이러한 권한이양은 서로 다른 경로를 통해 건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따라서 연구팀은 권한이양의 전반적인 영향을 포착하기 위해 기대수명을 결과지표로 사용하였다. 잉글랜드 312개 지방정부의 기대수명은 통계청에서 발표한 자료를 사용하였다. 기대수명 자료는 남성과 여성의 기대수명 차이를 설명하고 인플루엔자 발생 같은 예외적인 사건의 영향을 완화하기 위하여 성별과 3년 평균 값으로 보고되었다.

 

연구팀은 일반화된 합성 통제집단 방법을 사용하여 권한이양이 전체 인구, 성별 및 각 지방 정부의 기대수명에 미치는 영향을 추정하였다. 이 분석방법은 지역기반정책의 효과성을 평가하는데 용이한 방법으로 알려져 있다. 런던을 제외한 270개 지방 정부가 합성 통제집단에 포함되었으며, 분석을 위해 2006년부터 2019년 사이에 수집된 지역 수준의 자료를 사용하였다. 또한 소득 박탈 수준이 높은 지방정부만 중재집단과 통제집단에 포함되도록 제한함으로써 권한이양이 나머지 잉글랜드 지역과 비교하여 그래이터맨체스터 내 불평등을 줄이는 데 기여했는지 조사하였다.

 

분석 결과, 2014-16년과 2017-19년 사이에 그레이터맨체스터의 기대수명 변화는 합성 통제집단보다 0.196년 더 길었다. 이는 같은 기간 동안 잉글랜드의 나머지 지역에서 관찰된 평균 기대수명의 변화보다 2.2배 더 큰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권한이양 이후 기간 내내 지속되었으며, 남성(0.338년)에서 여성(0.057년)보다 크게 나타났다. 그레이터맨체스터의 10개 지방 당국 중 8개 지역에서 통계적으로 의미 있는 기대수명의 증가가 관찰되었다. 그러나 단기적으로 권한이양의 영향은 그레이터맨체스터의 기대수명 증가에 의한 것이 아니라, 합성 통제집단에서 확인된 기대수명의 감소에 의한 것이었다. 또한 다른 잉글랜드 지역과 비교했을 때 소득 박탈 수준이 높고 기대 수명이 낮은 지방정부에서 기대수명의 개선이 더 크게 나타났는데, 이는 그래이터맨체스터 내의 불평등이 잉글랜드의 나머지 지역에 비해 감소하였음을 시사한다.

 

일반적으로 지방분권을 비판하는 사람들은 이양된 시스템이 중앙정부와 같은 전문성과 비용 이점을 활용할 수 없고, 변화를 구현하는 데 필요한 조직 구조가 부족하여 결과적으로 지방분권이 지역 간의 더 큰 불평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그러나 그레이터맨체스터의 사례에서 알 수 있는 것은 지방정부의 의지가 권한이양의 긍정적 효과에 가장 중요하다는 사실이다. 그레이터맨체스터는 기대수명 연장과 건강불평등 해소라는 명확한 목표를 가지고 있었으며, 이를 위해 많은 예산을 투입하였다. 이것은 지역에서 가용한 자금을 주로 공급자 적자를 메우기 위해 사용했던 잉글랜드의 나머지 지역과 대조되는 것이다.

 

분권화는 민주주의의 실천이라는 정치철학적 목표의 달성 뿐만 아니라, 급변하는 사회적 환경에서 주민들의 다양한 수요에 대한 대응이라는 실용적 목표를 위해서도 계속 쟁점이 될 것이다. 분권화를 확립하기 위해서 지방정부는 위임된 권한을 지역주민의 필요와 선호도에 맞게 사용해야 하고, 중앙정부는 지방정부의 자원이나 전문성 제약을 지원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기본 원리를 명심해야 한다.

 

 

* 서지 정보

– Britteon, P., Fatimah, A., Lau, Y. S., Anselmi, L., Turner, A. J., Gillibrand, S., Wilson, P., Checkland, K., & Sutton, M. (2022). The effect of devolution on health: a generalised synthetic control analysis of Greater Manchester, England. The Lancet Public Health, 7(10), e844-e852.

-장혜영. (2021). 영국 지방분권 논의: 권한이양 협정(Devolution Deals)을 중심으로. 유럽연구, 39(2), 111-139.


수많은 언론이 하루가 멀다 하고 최신 의학 기술이나 ‘잘 먹고 잘 사는 법’과 관계있는 연구 결과를 소개합니다. 대표적인 것이, “하루에 ○○ 두 잔 마시면 수명 ○년 늘어나” 같은 것들입니다. 반면 건강과 사회, 건강 불평등, 기존의 건강 담론에 도전하는 연구 결과는 좀처럼 접하기 어렵습니다.

<프레시안>과 시민건강연구소는 ‘서리풀 연구通’에서 매주 목요일, 건강과 관련한 비판적 관점이나 새로운 지향을 보여주는 연구 또 논쟁적 주제를 다룬 연구를 소개합니다. 이를 통해 개인의 문제로 여겨졌던 건강 이슈를 사회적 관점에서 재해석하고, 건강의 사회적 담론들을 확산하는데 기여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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