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 기고문

[고래가 그랬어: 건강한 건강 수다] 우린 민달팽이가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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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교양잡지 “고래가 그랬어” 229호 ‘건강한 건강 수다’>

글: 김성이 사람들이 폭력 없이 건강하게 사는 것에 관해 연구해요.
그림: 오요우 삼촌

 

지난밤에 단꿈 꾸면서 잘 잤니? 몇 시쯤 무얼 하다가 자? 혼자 잠도 자고 숙제도 하는 나만의 방을 가진 친구도 있겠지만, 형제자매랑 방을 같이 쓰는 친구들도 많지? 이모도 어릴 때 동생이랑 한방을 쓰면서 온갖 사소한 일로 티격태격했어.

 

동무들은 집을 떠올리면 무슨 생각이 나? 코로나19 때문에 많은 시간 집에서 원격 수업을 하면서 지내본 경험으로 집에 대해 할 말이 좀 많을 것 같은데 말이야. 이모한테 집은 비나 눈을 맞으면 마른 옷으로 갈아입고 쉴 수 있고, 일이 끝나고 돌아가면 산책하러 가려고 기다리는 강아지가 있고, 잠이 안 오면 밤늦게 혼자 라면을 끓여 먹어도 되는 그런 공간인 것 같아. 그리고 도시에 살면서 이사를 여러 번 했기 때문에, 이사 걱정 없이 살 수 있는 집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많이 해.

 

 

사람들이 저마다 떠올리는 집의 모양이나 기능은 조금씩 다를 수 있어. 그렇지만 공통으로 집은 몹시 덥거나 추운 날씨를 안전하게 피할 수 있고, 사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면적이어야 하고, 금방 옮겨가지 않아도 되는 안정된 곳이어야 한다고 생각할 거야. 그런 집이 있은 다음에, 나만의 관심과 삶에 대한 경험을 쌓아가며 세상 어디에도 없는 내 집을 만드는 거지. 만일 그 세 가지 중에 하나라도 없다면 끼니때 밥을 잘 챙겨 먹는 일이나 집에 친구를 초대하는 일이 어려울 수 있어.

 

사람들이 건강과 복지에 적합한 생활수준을 누릴 수 있는 집에 관한 권리를 ‘주거권’이라고 불러. 집은 인간답에 사는 데 너무나도 중요한 기본 요건이라서, 나라에서 주거권을 보장하는 책임을 지도록 하고 있어.

 

안정적으로 살 수 있는 집이 없으면 어떤 일들이 일어날까? 집을 잃은 사람들은 가족과 뿔뿔이 흩어져 살거나, 마땅한 곳을 얻을 때까지 보호소에서 생활할 수도 있어. 집이 없다는 게 정신적으로 심한 스트레스를 주고, 안전하고 쾌적하지 못한 환경은 신체적 질병을 생기게 하기도 해. 한국뿐만 아니라 외국에서도 적절한 집이 없을 때 또는 주거비용에 대한 부담이 너무 클 때, 갑자기 오른 집값 때문에 원하지 않는데 이사해야 하는 경우에 사람들에게 일어나는 나쁜 영향이 많이 알려지고 있어.

 

그래서 이제는 집을 사람들이 사고파는 상품으로 보지 말고, 주거권을 모든 사람의 안전과 안정을 위한 인권으로 보장하자는 주장을 하는 사람도 많아. 동무들은 아직 집을 사고팔거나 이사를 하는 결정을 하진 않아. 그렇지만, 곧 공부를 마치고 독립할 때가 되면 나만의 집을 갖는 것에 관해 많이 고민하게 될 거야.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누구나 인간다운 생활을 할 수 있는 집에 대한 권리가 있다는 거야. 우리는 민달팽이가 아니라 달팽이처럼 집을 가지고 살아야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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