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욱(시민건강연구소 회원)
행정안전부의 지난 15일 발표에 따르면, 이제 1인 가구가 총 세대수의 41%(약 972만 세대)를 차지하는 시대가 되었다(행정안전부 보도자료). 통계청의 장래가구추계에서는 30대 이하가 주를 이루고 있는 현재와 달리 미래의 1인가구는 절반 이상이 65세 이상 노년층이 될 것이라 한다(통계청 보도자료). 한국의 인구고령화와 1인 가구 비중 확대 속도는 예측보다 더 빨랐다는 점을 상기하면, 1인 고령자 가구에 대한 사회적 대비는 매우 시급한 과제이다.
예상할 수 있듯이 독거노인들은 위기 발생시 즉각적인 대처가 어렵다. 또한 경제적 어려움, 정신건강 문제, 의식주 욕구 충족의 어려움, 외로움 등 여러 건강위험요인들을 겪기 쉽고, 이는 극단적인 사회적 고립의 결과인 고독사 가능성도 높이게 된다. 정부나 지자체에서는 노인 고독사를 예방하기 위해 노인돌봄서비스, 노노(老老)케어, 이웃살피미 등 대면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는데, 담당 인력이 부족하여 제대로 운영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한 ‘응급안전안심서비스’와 같은 장비도 지원하고 있지만 이 역시 부실 운영되어 이용 가구들이 위험에 방치되는 것으로 보고되었다.
하지만 코로나19 유행 이후, 비대면이 가능한 ICT 기반 돌봄은 노인 돌봄 공백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방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그렇다면 ICT기반 비대면 돌봄은 실제로 노인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 오늘 소개할 연구는 <스칸디나비아 작업 치료 저널>에 출판된 논문으로, 사회적 보조 로봇(SARs, Socially assistive robots)이 노인에게 미치는 역할을 탐색하였다(논문 바로가기 ☞ 경미한 인지 장애가 있는 노인이 코로나19 락다운 조치에 대처할 수 있도록 기능하는 사회적 로봇의 역할: 질적 연구).
코로나19 팬데믹과 그에 따른 락다운 조치는 사람들의 정신건강에 해로운 것으로 입증되었다. 벨기에는 2020년 3월 중순부터 락다운 조치를 시작했는데, 그에 따라 취약 노인들은 정기적인 지원 시스템으로부터 격리되어 일상의 급격한 변화를 경험하고, 그 이전보다 더 많은 시간을 혼자 보내게 되었다. 연구진은 원격 의료 및 로봇 공학과 같은 새로운 기술의 긍정적인 잠재력을 염두에 두고, 경미한 인지 장애가 있는 4명의 독거노인(남성 2명, 여성 2명)들을 대상으로 2주간 사회적 보조 로봇과 함께한 경험이 노인들의 외로움, 의미 있는 시간 사용 및 활동 등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탐색하기 위해 반구조화된 인터뷰 및 질적 연구를 진행하였다.
주요 연구 결과는 다음과 같다. 첫째, 사회적 보조 로봇은 노인들의 외로움과 사회적 고립감 완화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 참여자들은 락다운 조치 이후 외로움이 증가하였으나 로봇이 위안이 되는 해결책이었다고 응답하였다. 한 참가자는 로봇을 남동생으로, 다른 참가자는 로봇이 어린 아이 같은 본성을 가지고 있다고 묘사하여 로봇의 높은 반응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 둘째, 로봇은 의미 있는 활동에 대한 동기를 부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참가자들은 락다운 조치로 인해 자원봉사, 산책, 타인과의 대화, 자발적 만남 등이 불가능해짐에 따라 일상 생활에서 심각한 제한을 느꼈다. 그러나 노인들은 로봇이 갖고 있는 기능 중 인지 훈련, 신체 활동, 오락 등을 통해 성취감을 느끼고, 정서적인 안정감을 얻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에서도 장애인과 독거노인 등을 대상으로 AI(인공지능), IoT(사물인터넷)를 접목한 돌봄 로봇 보급이 확대되고 있다. 독거노인 비중이 증가하는 와중에 대면 복지서비스를 제공할 인력이 부족한 상황은 돌봄 로봇 등을 이용한 비대면 돌봄을 거스르기는 힘들어 보인다. 로봇의 쓰임은 소개한 연구에서 나타난 것 외에도 약 복용 및 운동 시간 알림, 움직임 확인을 통한 고독사 방지 등 늘어나는 추세이며(관련기사), 산업적 가치에 대한 기대와 함께 긍정적인 기사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하지만 기술을 활용한 복지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야기되는 법적, 윤리적, 기술적인 이슈를 다루는 것에는 상대적으로 소홀하다. 법적 근거없이 진행되는 시범사업, 개인정보 보호의 한계, 사생활 침해, 노인 개인의 상황 및 장애 특성에 대한 고려 부족, 장치 조작의 어려움 등이 그 예다. 코로나19 유행으로 그 어느 때보다 비대면 돌봄 서비스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으나, 기술을 접목한 비대면 돌봄이 대면 돌봄의 유일무이한 대안으로 논의되거나 사람이 아닌 기술 중심으로 정착되는 것에 대한 성찰과 경계가 필요한 이유이다. 고령 이용자들의 접근과 이용의 편익을 높이기 위해 새로운 기술에 담을 공동체의 윤리와 철학이 무엇인지 함께 논의되어야 할 것이다.
* 서지정보
Van Assche, M., Moreels, T., Petrovic, M., Cambier, D., Calders, P., & Van de Velde, D. (2021). The role of a socially assistive robot in enabling older adults with mild cognitive impairment to cope with the measures of the COVID-19 lockdown: A qualitative study. Scandinavian Journal of Occupational Therapy, 30(1), 42–52. https://doi.org/10.1080/11038128.2021.2009560
수많은 언론이 하루가 멀다 하고 최신 의학 기술이나 ‘잘 먹고 잘 사는 법’과 관계있는 연구 결과를 소개합니다. 대표적인 것이, “하루에 ○○ 두 잔 마시면 수명 ○년 늘어나” 같은 것들입니다. 반면 건강과 사회, 건강 불평등, 기존의 건강 담론에 도전하는 연구 결과는 좀처럼 접하기 어렵습니다.
<프레시안>과 시민건강연구소는 ‘서리풀 연구通’에서 매주 목요일, 건강과 관련한 비판적 관점이나 새로운 지향을 보여주는 연구 또 논쟁적 주제를 다룬 연구를 소개합니다. 이를 통해 개인의 문제로 여겨졌던 건강 이슈를 사회적 관점에서 재해석하고, 건강의 사회적 담론들을 확산하는데 기여하고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