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 기고문

[고래가 그랬어: 건강한 건강수다] 재난은 어쩔 수 없는 일이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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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교양잡지 “고래가 그랬어” 232호 ‘건강한 건강 수다’>

 

글: 문다슬 이모는 젠더 렌즈를 통해 노동자의 건강을 바라봐요

그림: 오요우 삼촌

 

 

학교에 입학한 동무도 있을 거고, 학교가 아닌 집에서 공부하는 동무도 있겠구나. 놀고 공부하는 장소가 어디든 3월은 괜히 설레면서도 동시에 긴장이 돼. 오묘한 기분이지. 그런데 혹시 설렘이 아니라 매일매일 긴장만 가득하다면, 어떨까? 생각만 해도 흔들흔들 불안하고 몸과 마음이 힘들어. 이런 상상이, 지금 튀르키예와 시리아에 사는 사람들에게는 현실일 거야. 텔레비전이나 소셜미디어를 통해 소식을 들었겠지만, 지난 2월, 튀르키예와 시리아에 큰 지진이 발생했어. 한 달이 지났지만, 친구들의 삶의 터와 일상 복구는 더디기만 해.

 

오늘은 ‘재난’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해. 재난은 크게 두 가지 종류로 구분할 수 있어. 첫 번째는 지진·홍수·태풍·가뭄과 같이 자연현상으로 인한 피해를 뜻하는 ‘자연재해’야. 두 번째는 화재·무너짐·교통사고·환경오염 사고처럼 사람들의 행동이 원인이 되어 발생한 안전사고와 그 피해를 의미하는 ‘인위재난’이야. 작년에 큰 문제가 됐었던 카카오톡 메신저 먹통 사건처럼 통신과 관련된 피해도, 그리고 지금도 경험 중인 코로나19 대유행과 같은 감염병 확산 등으로 인한 피해도 재난이라고 할 수 있어.

 

재난은 어쩔 수 없지 않냐고? 당연히 우리가 지진과 비, 바람 따위를 막을 수는 없어. 그렇지만 재난으로 인한 피해는 막거나 줄일 수 있어. 언제 어떤 일이 발생할 거라는 예측은 쉽지 않아. 그래서 더 재난을 대비하는 준비가 중요해. 홍수가 오면 도로가 물에 잠기지 않도록 물이 빨리 빠질 수 있는 길 만들기. 추위에 대비해 집을 지을 때는 꼭 단열재를 쓰기. 사람이 많이 참여하는 행사에는 충분한 안전관리 인력을 두기. 안전사고가 일어나지 않도록 시설 잘 관리하기. 환자들을 충분히 돌볼 수 있는 공공병원 확보하기. 피해로 인해 몸과 마음을 다친 사람들과 함께 아파하기. 일상을 회복할 수 있도록 충분히 보상하기 등등. 또 어떤 준비를 할 수 있을까?

 

 

한 가지 더. 재난은 우리 일상의 안전과 건강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쳐 삶을 위태롭게 만든다는 걸 잊지 말아야 해. 몸을 다치거나 심한 경우 목숨을 잃을 수도 있어. 가족과 떨어지거나 아무도 없는 곳에 갇혀 물도 마시지 못하고 음식을 먹지 못하기도 해. 마음이 아프기도 하고, 때로는 다른 사람들의 말과 행동에 상처받기도 해. 이것들은 당연한 게 아니야. 그래서 재난 이후에는 이전과 비교해 더욱 안전한 사회를 만들어 나가야만 해.

 

그러기 위해서는 국가의 역할이 중요해. 헌법에서도 국가가 재난으로 인한 피해를 예방하고 그 위험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어. 즉, 안전한 사회를 요구하는 것은 우리의 권리라는 말이지. 그러니까 혹시 정치인 누구든 ‘재난을 막는 건 불가능하다’는 이유 뒤에 숨어 아무 책임도 지지 않으려 한다면, 있는 힘껏 소리치자. 반드시 안전한 사회를 만들어야 하고, 만들 수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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