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 기고문

[아프면 쉴 권리③] 아프면 쉬는 노동을 두고 보지 않는 ‘노동개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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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7월, 한국형 상병수당 시범사업이 시작되었습니다. 상병수당 도입 소식에 기뻤던 것도 잠시, 낮은 보장성 및 접근성을 특징으로 하는 제도적 설계는 일하는 사람들로 하여금 아파도 쉬지 말라는 무언의 압박이 되어버렸습니다. ‘아프면 쉴 권리’는 보편적으로 보장되어야 합니다. 시민건강연구소는 시민사회와 연대하여 <건강.노동.사회 시민포럼>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시민포럼에 함께 활동하고 있는 문다슬 노동건강연구센터장의 릴레이 기고문을 소개합니다.


일하는 사람들에게 아프면 쉬면서 건강을 돌보는 일만큼 어려운 게 또 있을까? 코로나19 대유행을 계기로 상병수당이 도입되면서 아프면 쉬는 것이 한국 사회에서도 보편이 되어가나 싶었는데 다시 제자리다. 상병수당은 ‘보편적 건강보장’이라는 제도의 목표가 무색할 정도로 보장성이 축소되고 있고, 그나마도 이를 사용하기 위한 노동의 여러 제도적 조건은 더욱 열악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법정 노동시장을 연장하겠다는 ‘노동개혁’과 동시에 약자에게만 복지를 선별적으로 배분하겠다는 ‘약자복지’는 아프면 쉬는 노동을 두고 볼 수 없다고 말한다. 이 기조를 따라 고용노동부가 국가인권위원회의 유급병가 법제화 권고를 받아들이지 않은 결과, 아파도 출근하는 것이 여전히 노동의 표준이다.

 

아플 때조차 쉬지 못하고 일하는 삶인데 정부는 법으로 허용하겠으니 쉬지 말고 마음껏 더 많이, 더 오래 일하라 한다. 낮은 소득대체율과 긴 대기시간 등 진작 낮은 보장성과 접근성을 특징으로 하던 상병수당 시범사업이었지만, 2차 시범사업은 대상자 범위를 소득하위 50%로 더욱 축소했다. 어쩌면 한국 사회에서 노동의 권리를 요구할 수 있는 유일한 경로라고 할 수 있는 노동조합 ‘때리기’를 통해 상병수당을 포함한 다른 노동 의제를 한꺼번에 무너뜨리고 있다는 사실은 상황을 더욱 악화시킨다. 진부한 표현이지만, 이러한 상황에서 아파서 쉬는 것은 낙타가 바늘을 통과하는 일과 같다.

 

노동자들의 아픈 몸과 마음을 돌보지 않는데 이토록 적극적인 정부라니. 노동에 대한 가치절하는 정권을 잡기 전부터 노골적이었지만 이 속도와 적극성에는 놀랄 수밖에 없다. 이 모든 것이 “공정한 노동시장”과 “자유롭고 건강한 노동을 위”한 것이라는데 도대체 여기에 공정과 노동이 어디에 있는지 궁금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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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2023.03.02 기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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