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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도시 지역의 병원 폐업은 지역 주민의 외래 및 응급의료 민감질환 입원을 높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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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슬기 (시민건강연구소 회원)

 

몇 년 전부터 지방소멸이 중요한 사회적 이슈로 떠올랐다. 작년 말에 발간된 ‘2023 국회입법조사처 올해의 이슈’에서도 지방소멸을 비중 있게 다루고 있다. 사망자 수가 출생아 수보다 많은 인구의 ‘데드 크로스’ 현상이 지속되고 있고, 수도권 집중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보니, 비수도권 지역에서 지방소멸은 생존을 둘러싼 절박한 문제이다.

 

사람들이 지역을 떠나게 되면 어떻게 될까? 지역 주민의 삶의 질을 결정하는 생활서비스 시설이 하나둘 자취를 감추기 시작한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2010~2020년까지의 인허가 자료를 토대로 추산한 생활서비스 공급이 소멸되는 인구의 임계점을 살펴보면, 인구가 3,205명일 때 병원이 문을 닫기 시작한다(☞관련 기사: 일상이 무너진 농촌면인구 3000명대면 OO 사라져). 그 다음으로 치과의원(3,057명), 한의원(2,997명), 의원(2,685명), 약국(2,604명)이 사라진다. 2022년 12월 기준, 3,515개 읍면동 중 811개 읍면동(23%)이 병원 폐업의 마지노선인 인구수 3,205명 이하였다.

 

실제 2016~2020년 의료기관 폐업률을 살펴보면, 병원급 의료기관의 폐업률(5.8~7.8%)이 다른 종별 의료기관보다 높게 나타났다(☞관련 자료: 바로가기). 특히 전라권의 병원 폐업률이 가장 높았으며, 수도권을 제외한 대부분의 권역에서 병원 폐업률이 전국 평균보다 높게 나타났다. 인구 감소, 고속철도의 발달, 수도권 내 대학병원 분원 설립 등의 현실을 고려할 때, 비수도권 지역의 병원 폐업은 앞으로도 계속 증가할 것이다.

 

오늘 소개할 논문은 비도시 지역에 위치한 병원 폐업이 외래 및 응급의료 민감질환으로 인한 입원율과 재원일수, 병원 내 사망률과 같은 관련 결과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본 연구이다(☞논문 바로가기: 비도시 지역의 병원 폐업이 외래 및 응급의료 민감질환 입원과 관련 결과에 미치는 영향).

 

이 연구에서는 외래의료 민감질환과 응급의료 민감질환으로 인한 입원을 구분하여 살펴보았다. 외래의료 민감질환(Ambulatory care sensitive condition, ACSC)은 외래 기반의 적절한 관리로 입원에 대한 필요를 감소시킬 수 있는 질환이다. 응급의료 민감질환(Emergency care sensitive condition, ECSC)은 신속한 진단과 조기 중재로 환자의 건강 결과를 개선할 수 있는 질환을 의미한다. 비도시 지역의 병원 폐업은 진료에 대한 접근성을 낮추기 때문에 입원건수, 재원일수, 병원 내 사망률 증가와 같이 더 나쁜 건강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연구팀은 2010년부터 2017년까지 미국의 9개 주에 대한 주 입원 환자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하여 외래의료 민감질환과 응급의료 민감질환으로 인한 입원을 분류하였다. 또한 병원의 진료권 정보를 활용하여 연구기간 동안 병원 폐업이 발생한 진료권 내 모든 환자를 실험군으로, 나머지는 대조군으로 설정하였다. 외래의료 민감질환에 대한 입원율과 재원일수, 응급의료 민감질환에 대한 입원율과 재원일수, 병원 내 사망률을 각각 연령을 보정하여 결과 변수로 사용하였다. 입원율과 관련이 있다고 알려진 중위 연령과 고등학교 졸업 미만 인구 분율, 빈곤선 미만 인구 분율, 영어를 구사하는 인구 분율, 비히스패닉 인구 분율을 통제 변수로 분석에 활용하였다.

 

분석 결과, 외래의료 민감질환 입원율은 병원 폐업 직전에 크게 상승하기 시작하였다가 병원 폐업 후 2년이 지나자 원래 수준으로 회복되었다. 이는 폐업 후 지역 보건의료 인프라가 새롭게 균형을 맞춰가는 데 얼마나 시간이 걸리는지 시사하는 결과로 볼 수 있다. 한편 외래의료 민감질환 재원일수는 병원 폐업 이후 거의 1년 동안 감소하여 이후에도 낮은 수준을 유지하였다. 이처럼 재원일수가 오히려 감소한 것은 폐업한 소규모 지역병원보다 평균 재원일수가 짧은 도시의 대형병원을 환자들이 더 이용하면서 생긴 결과일 수 있다.

 

반면 폐업이 응급의료 민감질환 입원율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증거는 거의 찾을 수 없었다. 응급의료 민감질환 입원율은 폐업 1년 전 몇 분기 동안 크게 감소하였는데, 이는 폐업 예정병원이 폐업 전부터 응급환자의 방향을 다른 곳으로 돌리기 시작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응급의료 민감질환 재원일수에서는 눈에 띄는 경향성이 관찰되지 않았다. 이에 대해 연구팀은 분석 자료에 포함되지 않은 다른 응급진료센터를 이용했을 가능성과 이송 중 사망률의 변화 가능성을 검토하며 추가 분석의 필요성을 제시하였다.

 

이러한 분석 결과 가운데 연구팀은 병원 폐업 전부터 시작된 외래의료 민감질환 입원율의 단기적인 증가에 주목하며, 예방 가능한 입원을 막기 위해서는 지역사회가 일차 의료 서비스에 대한 접근성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병원 폐업이 지속되고 있는 우리나라 비수도권 지역의 상황도 비슷할 것이다. 병원 폐업으로 인한 부정적인 건강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일차 의료에 대한 접근성과 질을 향상하여 질병에 대한 적절한 관리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일차 의료기관조차 없는 지역에서는 보건소와 보건지소가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병원의 폐업을 막고, 지역의 보건의료 인프라를 유지하는 것이다. ‘2023 국회입법조사처 올해의 이슈’에서는 공공의료 인프라 확대를 지방소멸의 해법으로 꼽고 있다. 공공보건의료 인프라 구축이 잘 되어 지역 내에서 필수의료서비스가 충족된다면, 인구가 유입될 것이라고 보았기 때문이다. 지난 2021년 정부에서 발표한 「제2차 공공보건의료 기본계획(2021~2025)」에는 양질의 공공의료를 포괄적으로 제공하기 위해 적정 병원이 없는 진료권에 지역 공공병원을 20개소 이상 신·증축하겠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정부는 지방소멸을 막기 위해서라도 공공보건의료 기본계획에 담긴 시민과의 약속을 이행할 필요가 있다.

 

 

* 서지 정보

 

Khushalani, J. S., Holmes, M., Song, S., Arifkhanova, A., Randolph, R., Thomas, S., & Hall, D. M. (2023). Impact of rural hospital closures on hospitalizations and associated outcomes for ambulatory and emergency care sensitive conditions. The Journal of Rural Health, 39(1), 79-87.

 

국회입법조사처. (2022). 2023 국회입법조사처 올해의 이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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