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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집 마련의 꿈 뒤에 숨겨진 영끌족의 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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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레 (시민건강연구소 회원)

 

나와 우리 가족을 위한 집은 안정된 삶의 터전을 마련하는 수단이자 중요한 안식처로서, 누구나 내 집 마련의 꿈을 꾼다. 하지만 소득을 한 푼도 쓰지 않고 17년은 모아야 중간가격 아파트 한 채를 살 수 있다는 뉴스(☞관련 기사: 집값 떨어졌다지만 서울 아파트 절반이 10억5667만원 ‘훌쩍’)는 상대적 박탈감은 야기함은 물론이고, 수차례 시도된 여러 주택시장 안정화 방안이 과연 실효성이 있느냐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게 한다. 최근 몇 년 새 영혼까지 끌어모아 주택을 구매하는 소위 “영끌족”이 급속히 증가하면서 이들의 대출금과 이자 부담이 생활고로 이어지고 있다(☞관련 기사: 금리 7% 땐 월 290만원 갚는다…영끌족 ‘하우스푸어’ 공포). 주택 구매로 삶이 나아질 것이라는 기대와 달리 실상은 그렇지 않아 보인다. 

 

영혼까지 끌어 빚을 낸 집 마련은 우리의 삶을 윤택하게 할까? 오늘 소개할 연구는 국제학술지 <행복연구저널(Journal of Happiness Studies)>에 출판된 논문으로 무리해서까지 마련한 내 집이 삶의 만족도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지를 분석했다(☞논문 바로가기: 주택 소유 전후 삶의 만족도 궤적). 특히 논문은 한국의 내 집 마련 현실이 어떤지를 드러내준다는 점에서 살펴볼 만하다.  

 

연구진은 10여년 넘게 표본을 유지하고 있는 한국복지패널을 이용해 내 집 마련이 우리의 삶을 보다 낫게 해줄 것이라는 기대감을 가져오는지 살펴보았다. 데이터 특성상 해마다 자가 보유 여부에 대한 문항이 포함되어 있어, 이를 이용해 주택을 구매하기 전과 후에 삶의 만족도 궤적을 파악할 수 있었다. 분석에 따르면 내 집 마련 1년 전부터 삶의 만족도가 증가하는 추세를 보였다. 내가 살 수 있는 여러 집의 선택지들을 검색하고, 주택 구매가 가능한 본인 신용을 확인하는 일련의 경험들은 내 집 마련의 꿈이 점점 현실로 다가온다는 기대감을 가지게 하기 때문이다. 내 집 마련 이후 몇 년 동안 삶의 만족도는 계속해서 높은 상태로 유지되고 있었다. 앞으로 가족들과 함께 편안한 생활을 할 수 있는 것은 물론이고 만약의 경제적 위험에 대비한 최후 자산으로써 안정감을 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 집 마련과 삶의 만족도의 긍정적 관계에는 전제조건이 따른다.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에서 내 집을 마련했냐”이다. 주거 분야 연구에서 통용되는 과부담 주거비(소득 대비 주거비 30% 이상 지출)를 경험하는 가구에서는 내 집 마련의 긍정적 효과가 관찰되지 않았다. 주거비 과부담 가구들은 내 집 마련 전후 삶의 만족도가 큰 변화를 보이지 않았다 . 그에 반해 주거비 과부담을 경험하지 않은 가구는 내 집 마련 1~2년 전부터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고 내 집 마련 1~3년 이후에도 삶의 만족도를 높은 수준으로 유지하고 있었다.  

 

내 집 마련을 위해 드는 제반 비용은 주택담보대출, 이자까지 다양하다.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의 비용이라면 괜찮지만 일상생활에 악영향을 미친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내 집 마련의 즐거움을 누리는 건 잠시뿐, 필수재(의료, 교육 등)에 대한 소비를 불가피하게 줄여야 한다. 만약을 위해 모아두었던 적금과 저축까지 대출을 갚기 위해 써야 하는 상황에 이르기도 한다. 때로는 삶을 풍요롭게 하는 여러 여가생활을 포기해야 한다. 이는 결과적으로 우리의 삶을 윤택하게 만드는 중요한 주거로서의 기능을 상실한 채, 골칫덩어리인 내 집으로서 기능만 남게 할 뿐이다. 연구진은 누군가에게는 안식처이자 중산층의 상징이 되는 집이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버틸 수밖에 없게 만드는 골칫덩어리라는 점에서 ‘양날의 칼’이라고 지적한다.  

 

오늘 소개한 논문은 주택 소유 중심 정책(Homeownership oriented policies)이 때로는 누군가에게 예기치 못한 결과를 미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집은 인간이 삶을 영위하는데 있어 필수 자원이자 공간이다. 우리들 혹은 누군가의 고군분투 내 집 마련기를 절실히 응원할 수밖에 없는 것도 바로 이러한 이유에서다. 하지만 무분별하게 내 집 마련을 장려하는 정책은 부동산 사재기와 무분별한 대출 문화를 양산하고 있다. 더더욱이 고물가로 허덕이는 서민층들에게는 (단순히 내 집 마련을 장려하는 정책보다는) 주거, 의료, 교육 등 모든 필수재의 접근성을 보장하는 대처가 시급하다. 이는 주거기본법에 따른 주거권의 정의-물리적, 사회적 위험으로부터 벗어나 쾌적하고 안정적인 주거환경에서 인간다운 주거생활을 할 권리-와도 부합한 대처이다. 보다 근본적으로, 소유 중심의 정책을 넘어 공공임대주택과 주거급여 확대 등을 아우르는 거주 중심의 정책으로 전환해야 한다. 내 집 마련을 반드시 하지 않더라도 거주 중심의 정책으로 주거권은 충분히 확보될 수 있다. 

 

 

*서지 정보

Park, GR., Kim, J. (2023). Trajectories of Life Satisfaction Before and After Homeownership: The Role of Housing Affordability Stress. Journal of Happiness Studies, 24, 397–408.


수많은 언론이 하루가 멀다 하고 최신 의학 기술이나 ‘잘 먹고 잘 사는 법’과 관계있는 연구 결과를 소개합니다. 대표적인 것이, “하루에 ○○ 두 잔 마시면 수명 ○년 늘어나” 같은 것들입니다. 반면 건강과 사회, 건강 불평등, 기존의 건강 담론에 도전하는 연구 결과는 좀처럼 접하기 어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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