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 (시민건강연구소 국제연대연구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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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보건기구(WHO)는 오는 4월 말 코로나19의 팬데믹 해제 여부를 결정한다. 각국 정부는 코로나19 백신을 계절 독감 백신처럼 정기적으로 접종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 와중에 모더나의 백신 가격 인상 소식이 들려왔다. 엔데믹 시기에도 백신의 생산과 분배를 둘러싼 격전이 지속되리라는 점을 똑똑히 보여주는 소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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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어떤 의약품도 공적 지원 없이는 존재할 수 없다. 기초연구부터 개발, 임상시험, 생산과 허가, 유통과 사용에 이르기까지 의약품이 세상에 나오는 데 드는 다양한 재정적, 제도적 비용은 정부와 사회가 감당한다. 의약품 개발과 생산의 주체를 ‘제약산업’이 아닌 ‘의약품 생산체제’라는 관점에서 봐야 하는 이유다.
제약산업에 의한 생산과 정부에 의한 규제라는 이분법을 넘어, 직접적인 의약품의 생산과 그것을 가능케 하는 재원 조달, 규제 등 정책과 제도를 함께 포괄적으로 이해할 때 비로소 상품으로서 의약품 이전에 공중보건 재화, 나아가 사회적 재화로서 의약품을 바라볼 수 있는 길이 생긴다.
필요한 의약품이 개발·생산되고 필요로 하는 사람이 이를 어려움 없이 사용하는 것은 의약품 생산체제의 본질이다. 이를 위한 사회적 비용은 기꺼이 치를 수 있다. 문제는 엄청난 사회적 비용에도 불구하고 필요에 따른 공평한 분배가 아니라 제약기업의 수익 극대화로 귀결된다는 점이다. 백신의 불평등한 분배로 인한 팬데믹 종식의 지연 역시 우리가 치른 사회적 비용이다. 이러한 비용의 사회화, 이익의 사유화는 전 세계적으로 의약품 생산체제가 전적으로 민간 기업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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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신을 개발하고 생산하는 건 제약기업이고, 정부는 시장의 실패를 교정하는 역할에만 머물면 된다고 하는 관념은 우리에게 너무나 익숙하다. 코로나19 상황에서 제약기업에 대한 정부의 전 방위적인 지원은 코로나19라는 감염병 팬데믹이기 때문에 정당화될 수 있다는 주장 역시 여기에 해당한다.
놀랍게도 현실에서 정부의 역할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기초연구는 실패할 확률이 높기 때문에, 임상시험은 비용이 많이 드니까, 생산시설은 규모의 경제가 필요해서 등등… 심지어는 개발조차도 민관협력을 통해 성공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는 이유로 정부는 민간 기업을 지원해왔다. 그 수단도 재정 지원을 넘어 세제·금융 혜택, 규제 완화, 심지어 민간 기업이 활용할 수 있도록 정부가 직접 생산시설까지 만들어 빌려준다.
정부가 설립해 운영하는 ‘공공제약사’가 이미 여러 곳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독자가 얼마나 될까? 산업통상자원부, 보건복지부, 지방정부 등 소관 관청도 다양하지만, 공중보건이 아닌 산업육성 목적이라는 점은 동일하다.
제약산업에 대한 정부의 지원이 이미 이렇게나 많다면, 추가로 특허권과 같은 지적재산권 독점에 더해 자료독점이니 시장독점이니 하는 규제를 통한 독점까지 보장해줘야 할 이유가 대체 뭐란 말인가? 혁신에 대한 보상이라는 이유로 정당화되고 있는 이러한 인위적 독점이야말로 제약산업이 가진 권력의 근간이다. 정부가 이렇게 막대한 비용을 들이고도 그 결과 발생하는 이익은 온전히 제약산업의 수중에 돌아간다면 정부는 배임을 하거나, 적어도 직무태만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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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셜코리아 2023.4.19 기사 바로가기 / 오마이뉴스에도 동시 발간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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