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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리풀 논평

병원에서 폭력이 사라지지 않는 이유

    ‘폭력’이라는 말을 쓰지 않고, 이 상황을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 최근 불거진 성심병원 사례다(기사 바로가기).   소속 간호사들은 짧은 옷을 입고 무대에 올라 선정성을 강조한 춤을 춘다. 이들은 이 같은 의상과 안무, 심지어는 표정까지 윗선으로부터 사실상 ‘강요’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재단 소속 한 병원의 중견급 간호사 A 씨는 “들어온 지 얼마 안 된 신규간호사들이 장기자랑의 주된 동원 대상”이라며 “이들은 연습을 하는 과정에서 간호부 관리자급으로부터 ‘어떻게 하면 유혹적인 표정과 제스처가 되는 지’ 등을 얘기 듣는다”고 설명했다.   전통적인 것, 병원에서 빈발하는 전공의와 하급자 폭력도 잊을 만하면 다시 터진다(기사 바로가기).   A교수의 전공의 폭행은 무차별적이고 상습적으로 이뤄졌다. 상습적으로 머리를 때려 고막이 파열됐고, 수술기구를 이용해 구타하기도 했다. 정강이를 20차례 폭행하거나, 회식 후 길거리 구타, 주먹으로 머리를 때리는 일 등이 수차례 반복적으로 이뤄졌다.   노골적인 신체 폭력은 폭로라도 할 수 있지만, 교묘한 폭력과 은폐는 관행, 개인 특성, 일탈, 일시적 감정, 내부 문제 등을 이유로 문제를 제기하는 것부터 어렵다(기사 바로가기).   대한전공의협의회는 23일 성명을 통해 “강남세브란스병원에서 일부 교수진의 상습적인 폭언, 폭력 및 성희롱으로 인해 전공의 2명이 동반 사직했으며, 남은 전공의들은 여전히 가해자와 같은 공간에서 생활하고 있다”며 “명백히 부적절하고 비윤리적인 교수들의 태도 및 열악한 수련 환경에 대해 안타까움을 표하며, 피해자들에게 더 이상의 가해를 중단하기를 요구한다”고 밝혔다.   하루 이틀도 아니고 한두 군데도 아니니, 병원에 폭력이

서리풀 논평

또 다른 세월호 참사를 막기 위해

  4월 16일이 세월호 참사 3주기다. 희생자들의 명복을 빈다. 아직 찾지 못한 이들도 금방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기를. 이제라도 사고 원인을 낱낱이 밝히고 책임을 묻는 것도 빼놓을 수 없다. 다음 정부가 바로 해야 할 일이다. 오늘 우리는 세월호 이후 한국 사회가 얼마나 더 안전해졌는지 다시 물으려 한다. 참담한 사고를 겪고도 달라진 것이 없으면 그보다 허망한 일이 어디 있겠는가. 세월호의 진실과 함께 끝까지 놓지 말아야 할 것이 더 안전한 사회를 만드는 일이다. 한국 사회를 크게 흔들고 국가적 대응이 있었다고 하지만, 크게 달라진 것이 있을까 의심스럽다. 초대형 재난이었던 메르스 사태와 경주 지진이 부정의 증거다. 최근 일인 구제역과 AI는 또 어떤가. 혼란과 부실, 무능력을 다시 경험했고 시스템의 부재를 확인했다. 시민이 체감하는 (무)변화는 설문조사로도 확인할 수 있다. 며칠 전 경향신문과 국회의장실이 의뢰하고 갤럽이 조사한 결과, 세월호 참사 후 안전이 얼마나 개선됐느냐는 질문에 전체 응답자의 71.3%가 ‘변화 없다’고 답했다. ‘악화된 편’ 8.3%, ‘매우 악화된 편’ 6.6% 등 오히려 더 나빠졌다고 한 사람도 14.9%였다(http://bit.ly/2pEgYoX).   비난과 비판을 듣는 당사자, 특히 정부 당국은 억울할지 모른다. 2004년 ‘재난 및 안전관리기본법’이 제정된 이후 유명무실한 상태로 있던 ‘재난관리체계’를 많이 정비하고 개선했다고 항변한다. 공무원들이 위기관리 시스템, 매뉴얼, 훈련을 실적으로 내놓는 이유도 지난 3년의 성과를 알아달라는 뜻이 아닌가. 아마도 맞는 말이겠지만, 옳은 답변은 아니다. 해경이 해체되고 중앙정부 부처가 하나 새로 만들어질 지경이었으면, 그

서리풀 논평

여성혐오, 그리고 모든 혐오에 맞서야

  ‘강남역 10번 출구’의 살인 사건은 놀랍다. 한 젊은 여성이, 한국에서도 가장 번화한 곳에서, 전혀 모르는 사람에게, ‘이유’ 없이 희생되었다. 다른 말에 앞서 불의의 사고를 당한 피해자의 명복을 빈다. 이것이 다 무슨 소용일까만, 그 가족에도 진심으로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   우리는 이 사건을 세 가지, 독립적이면서도 서로 연결된, 키워드를 중심으로 이해한다. 여성, 혐오, 폭력이 그것이다. 다시 말하지만, 이 세 가지는 독립되어 있으면서 동시에 긴밀하게 결합해 있다.   먼저 여성. 이 황당한 사건에 대한 즉각적 해석은 ‘여성’혐오의 결과라는 것이다. 많은 전문가가 여성혐오 범죄이거나 그럴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피의자가 정신질환을 앓고 있다는 것을 말하는 사람도 있지만(경찰의 첫 반응도 그랬다), 여성혐오와 정신질환은 서로 다른 차원의 설명이다. 우리가 이해하는 이번 사건의 성격도 크게 다르지 않다. 법정이 아닌 사회에서는 개별 사건의 인과관계가 아니라 ‘경향성’의 원인을 찾아야 한다. 세계 최고 수준의 청년 자살이 무엇 때문인가를 묻는 것과 비슷하다. 이 사건에서도 무의식이나 망상이 아니라 그것이 ‘여성’을 대상으로 했다는 것이 문제다. 그런 한, 전형적인 여성혐오의 작동이라고 해야 맞다. 전문가의 진단보다 더 중요한 근거는 여성들의 행동이다. 많은 여성이 강남역에 모여 애도했고, 쪽지를 붙였으며, 거리를 행진했다. 소셜미디어에는 상징적인 해시태그, ‘#살아남았다’가 넘쳐났다. 이 비슷한 일을 한 번도 본 적이 없으니, 지금 이 현상은 여성혐오에 대응하는 ‘폭발적’ 반응이라 할 만하다. 그 무슨 다른 기준이 있다 하더라도, 당사자인 여성들이 보인 강력한 동의와 공감이야말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