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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리풀 논평

동네 의원이 ‘빅5’를 대신할 수 있을까 (2)

  미리 예고한 것과 같이, 지난 주에 이어 다시 일차의료를 논의한다(바로가기 서리풀 논평   프레시안 기사). 연결된 것이니 같이 보는 것이 좋겠다.   지난 번에는 흔히 동네 병원(의원) 살리기라고 하는 ‘일차의료’ 강화가 그리 낙관적이지 않다는 것을 말했다. 이유는 여럿이지만, 워낙 사정이 서로 복잡하게 얽혀 있다. 특히 당사자 모두가 경제적 이해관계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것, 그리고 해 오던 것을 바꾸기 어렵다는 것을 지적했다 (경로의존성). 물론 사정이 이렇다고 더 좋게 고치기를 멈출 수도 없다. 동네 의원이 문을 닫거나 중소병원의 경영이 어려워지는 것은 두 번째 문제다. 결국 손해가 일반 시민에게 돌아온다는 것이 중요하다. 일차의료의 위축과 후퇴는 사회 전체적으로 더 많은 비용과 더 낮은 질의 의료로 이어진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해법은 근본적이고 추상적이라는 한계를 넘지 못했다. 탁상공론이란 비판을 무릅쓴다고도 했다. 핵심은 시민과 환자의 관점을 회복하자는 것. 평범한 시민과 환자의 시각으로, 그리고 시민이 참여하는 가운데에, 일차의료의 가치와 방법을 다시 찾아야 한다.   약속한 대로 구체적 방법의 실마리라도 내놓아야 할 차례이다. 우선 대중이 동네 의원(일차의료)을 믿을 수 있게, 신뢰를 쌓고 또 회복하는 것이 출발이라고 주장하려 한다. 그런 점에서 이 주장은 거의 전적으로 동네 의원과 의사를 향한 것이다. 물론, 정부와 환자는 가만히 두고 우리만 압박한다고 불만이 많을 것이다. 건강보험 수가 문제를 비롯한 ‘숙원’을 먼저 해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그러나 아예 판을 다시 짜지 않는 한, 아무리 생각해 봐도

서리풀 논평

동네 의원이 ‘빅5’를 대신할 수 있을까 (1)

동네 의원 살리기나 일차의료 활성화는 말부터 좀 어렵다. 특히 ‘일차의료’라는 말은 겉으로는 평범해도 일상의 용어가 아니다. 많은 사람들이 도무지 관심이 없다는 것이 어려움을 더 한다. 보통 사람들은 그게 무슨 뜻인지도 잘 모른다. 혹시 의료정책에 관심이 있다면 낫다. 오래되고 익숙한 말이라는 것을 잘 알 것이다. 일차의료를 살린다고 한 역사가 짧지 않기 때문이다. 도로나 다리 놓는 것 비슷하게 이야기하면, 한국 의료의 숙원 사업 가운데 하나다. 이 논평에서 새삼 일차의료를 꺼내 든 이유가 있다. 요즘 며칠 사이에 문제가 된 선택진료 폐지나 원격의료 시행 같은 정책 때문이다. 따지자면 일차의료와 무관하지 않은 일들이다. 일차의료가 제대로 돌아가면 그런 문제가 없거나 적을 것이 틀림없다. 사실 일차의료는 모든 나라에서 중요한 보건정책으로 되어 있다. 한 나라 보건의료제도의 토대이기 때문이다. 모든 근대 국가는 국민의 의료 수요를 제대로 해결하는 것을 중요한 목표로 삼는다. 그리고 튼튼한 일차의료가 효과적이고 효율적인 수단이라는 데에 크게 이론이 없다. 효과적이라야 한다는 목표는 이해하기 크게 어렵지 않다. 아프거나 불편할 때 빠르고 쉽게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효과성이다. 진단은 정확해야 하고 아픔과 장애는 줄어야 한다. 개인으로서는 효율성을 이해하기가 조금 더 어렵다. 문제를 해결하되 가급적 시간과 돈을 적게 들이는 것이 효율의 사전적 해석이다. 모든 사람 바로 코 앞에 좋은 의사와 병원이 있으면 좋겠지만, 공짜로 가능하지 않다는 것이 문제다. 돈과 사람이 있어야 하고 개인과 사회가 부담해야 한다. 그러니 사람과 시설, 장비를 가능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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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병원 비상경영의 본질

서울대병원이 10월부터 의사들에게 주던 선택진료 수당을 30퍼센트 깎는다. 의료계 인터넷 언론이 보도한 내용이다(라포르시안 2013년 10월 18일. 바로가기 ). 의료 수익이 줄어서 병원 경영이 악화된 데 따른 대응 조치라고 한다. 서울대병원만 그런 것은 아닌 모양이다. 대학병원들의 끝 모르던 투자 경쟁도 예전 같지 않다. 다른 언론 기사의 몇 가지 표현을 그대로 옮겨보자 (메디컬타임즈 10월 17일. 바로가기). “장기화된 경기 불황과 환자 감소로” 대학병원들이 핵심 사업을 보류한다는 것이다. “지난해 적자를 기록하는 등 병원의 경영 상황이 급격하게 악화되면서 야심차게 준비했던 꿈의 암치료기 도입 사업은 좌초”하게 되었다. 또 다른 병원은 “병원의 캐쉬 카우를 확보하기 위해 건강검진센터를 대폭 확장하기로” 한 계획을 접었다. “지난해 말 사상 최악의 적자를 기록하면서 사업은 전면 중단될 위기에 놓였다”는 것이 언론이 보도한 사정이다. 단편적 소식이라 다 믿기는 어렵다. 모든 대학병원이 다 그런 것도 아닐 것이다. 하지만, 큰 대학병원들의 경영이 전과 같지 않은 것은 분명하다. 최근 새로 취임한 서울의 ‘빅5’ 병원 원장이 스스로 병원의 경영난을 실토하고 “병원계 전체가 위기상황”이라고 주장할 정도다. 어찌 보면 예상되었던 일인지도 모른다. 그동안 한국의 큰 병원들은 숨가쁘게 ‘공급 확대’ 경쟁을 펼쳐 왔다. 이른바 빅5 병원들의 병상이 늘어난 속도를 보면 실상이 그대로 드러난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의 2013년판 <의료자원 통계핸드북>을 보자. 서울아산병원의 병상은 2,680개, 연세대세브란스병원은 2,084개에 이른다. 어느새 ‘초대형’ 병원이 되었다. 병상이 늘어난 속도는 더 엄청나다. 2005년에 비해 서울아산병원은 25%, 삼성서울병원은 53%, 서울성모병원은 61%

서리풀 논평

경제 민주화, 그리고 의료 민주화?

본래 의료 쪽에서 쓰는 말 중에는 암호 같은 말이 많다. 그 중에 최근 들어 유행하는 말 한 가지가 ‘빅 5’이다. 서울의 큰 병원 다섯 군데를 가리킨다.    그냥 규모가 큰 것보다는 이들이 차지하는 비중이 그렇다고 해서 붙은 말이다. 이 분야에서 일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어느새 모르는 이가 드물다.     ‘빅 5’라는 말도 얼마 되지 않았는데, 이제 ‘빅’으로도 모자랄 성싶다. 며칠 전 여러 언론에 보도된 국정감사 자료를 보면, 이른바 빅 5병원이 차지하는 진료비 비중이 매년 늘어나고 있다.    건강보험 재정 중에 상급종합병원(건강보험에서 쓰는 말인데, 대학병원이나 3차 병원이라고 이해하면 된다)이 가져가는 비용은 2011년 현재 7조 2,500억원 정도다. 그런데 이 중 35% 가량인 2조 5천억원을 빅 5가 쓴다(전체 진료비 중에서는 어림잡아 7%를 좀 넘는다).    벌써 비중이 크다는 것도 그렇지만, 그게 계속 늘어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점유율은 2007년 33.1%, 2009년 33.5%, 그리고 2011년 35.0%로 꾸준히 오르고 있다.    전에는 이렇지 않았으니 처음 있는 일이다. 다른 나라에는 지금도 이런 일이 드물다. 사정이 이렇게 된 것은 여러 요인이 복잡하게 겹친 결과이다.    크게 봐도, 환자들이 대형 병원을 주로 찾아가는 것이 첫 번째 이유고, 그 때문이겠지만, 병원 규모가 따라서 커지는 것이 다른 원인이다. 사실 이 두 가지는 시간으로 앞뒤를 가릴 수 없이 맞물려 있다.    더 근본적으로 따지면, 환자들이 왜 대형 병원을 앞 다투어 찾는가 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