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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가 청소년 정신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줄이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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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영 (시민건강연구소 회원)

 

기후위기에 가장 많은 영향을 받을 세대

 

지난 6월 18일과 19일, 서울 등 수도권 지역에 첫 폭염주의보가 이틀간 내려졌다(☞관련 기사: 바로가기). 6월 18일에는 일부 지역 낮 기온이 33도를 넘어섰고 19일에는 35도까지 올랐다. 야간 최저기온이 25도를 넘은 강원 양양은 열대야 현상까지 나타났다. 때 이른 더위로 온열질환에 대한 걱정,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개탄하는 목소리 역시 고개를 들지만, 어른들의 관심은 오래가지 못한다. 청소년과 청년 세대는 어떨까. 어려서부터 반복되는 기후위기 징후를 온몸과 마음으로 겪고 있는 청소년·청년의 불안과 정신건강을 다루는 연구가 점차 늘고 있다.

 

청소년이 기후변화에 대해 느끼는 불안과 걱정

 

캐나다 레이크헤드 대학 갤웨이 교수 연구팀은 국제 학술지 <기후위기와 건강 저널>에 “캐나다 청년의 기후 관련 감정과 불안: 전국 설문조사와 행동 촉구”라는 논문을 발표했다(☞논문: 바로가기). 캐나다의 16~25세 청년 1천명이 참여한 온라인 조사결과를 분석한 연구에서, 기후변화와 관련한 감정으로 참여자 중 66%는 ‘두렵다’, 65%는 ‘슬프다’, 63%는 ‘불안하다’, 58%는 ‘무기력하다’고 응답했다. 기후변화는 미래에 대한 부정적 인식에도 기여했다. 응답자 중 39%는 기후변화로 인해 자녀를 갖는 것을 주저한다, 73%는 미래가 두렵다고 밝혔다. 캐나다 정부의 기후변화 대응책에 대해 물었을 때, 응답자 중 63.8%는 캐나다 정부가 기후 재난을 방지하기 위해 충분한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 말했고, 48.4%는 캐나다 정부가 자신과 미래 세대를 배신했다고 답했다.

 

연구팀은 기후변화에 대한 감정에 대응하기 위해 필요한 자원을 개방형 질문으로도 물었다. 참여자 중 25%는 정서적·정신건강 지원을 찾는 데 도움을 원했으며, 25%의 응답자가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개인적·집단적 행동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기후위기 관련 정서적·정신건강 지원을 위해 교육시스템에서 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것으로는 23%가 학교에서 기후변화 내용을 늘려야 한다, 16%는 교육시스템 안에서 정신건강 지원 및 관련 프로그램을 제공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조사에 참여한 청소년은 정서지원부터 집단행동까지 다양한 대응방안과 지원을 필요로 하며, 정규 교육과정이 더 많은 일을 해야 한다고 믿고 있었다.

 

아이들이 커가면서 걱정도 커질까

 

단면 연구가 아니라, 조사 참여자를 오랜 기간 관찰해온 장기간 연구도 있다. 호주 디큰대학의 쉬버라스 교수 연구팀이 국제 학술지 <아동 청소년 정신건강 저널>에 발표한 연구는 호주 청소년 2,200명을 8년 동안 추적했다. 연구진은 아이들이 인식하는 기후위기에 대한 걱정과 우려 수준이 성장하면서 어떻게 변화하는지, 그리고 정신건강과는 어떤 연관성을 보이는지 파악했다(☞논문 바로가기: “호주 청소년의 기후변화 관련 걱정: 8년간의 장기 추적조사”). 이들은 호주 아동 종단연구자료 중 1999년 3월부터 2000년 2월에 출생한 4~5세 아동을 대상으로 총 8회에 걸쳐 조사를 진행하였다. 참여 아동이 10~11세, 12~13세, 16~17세, 18~19세가 되었을 때마다 기후변화에 대한 걱정수준을 살펴보았다. 마지막 8차 조사에서는 정신건강 지표로 지난 4주간 우울증상 여부도 함께 측정했다.

 

기후변화에 대한 걱정은 디폴트

 

8년간 장기추적조사에 모두 참여한 청소년은 총 2,244명으로, 연구진은 전체 조사에 참여한 청소년을 6개 그룹으로 나누었다. 기후변화에 대한 걱정 수준이 시간에 따라 어떻게 변화하는지(감소/지속/증가), 걱정 정도는 어떤지(낮은/중간/높은)에 따라 그룹을 나눈 것이다.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 그룹은 모든 조사에서 걱정수준이 늘 중간이었던 그룹이었다(559명, 24.9%). 다음으로 시간에 따라 기후 걱정이 늘어난 그룹(546명, 24.3%), 걱정이 지속적으로 낮은 집단(376명, 16.8%), 약간 감소한 집단(297명, 13.2%), 걱정이 지속적으로 높은 집단(290명, 12.9%) 순으로 나타났다. 늘 중간 정도로 걱정하거나 걱정이 늘어난 청소년, 걱정이 지속적으로 높은 집단을 합하면 65%가 넘는 청소년이 기후변화에 대한 걱정을 평균 이상으로 하고 있었다. 걱정 수준이 약간 줄어든 응답자까지 포함하면, 18~19세 시기가 되기까지 약 75%의 응답자가 기후변화에 대해 일정 수준 이상 걱정하는 셈이다.

 

기후변화에 대한 걱정을 긍정적인 방향으로

 

기후변화에 대한 걱정 수준이 18~19세 시기 우울증상에도 영향을 줄까? 걱정수준이 중간인 그룹에 비해, 걱정수준이 지속적으로 높은 그룹은 우울증상이 약간 더 많이 나타났다. 다른 그룹에서는 그룹간 눈에 띄는 차이가 없었다. 18~19세 호주 청년 중 약 75%가 기후위기에 대해 ‘어느 정도 걱정하거나 우려’하지만, 이 걱정이 일반적인 정신건강상 어려움과 뚜렷한 연관성을 보이지는 않은 셈이다.

 

한 가지 더. 연구팀은 참여한 청소년에게 추가로 질문했다. ‘정치 활동에 얼마나 자주 참여하는가?(집회에 참여하기, 신문이나 국회의원에 편지쓰기, 온라인그룹이나 캠페인에 참여하기 등)’ 그 외에도 호주의 정치뉴스를 얼마나 자주 따라가는지, 국제뉴스를 얼마나 자주 접하고 있는지도 함께 물었다. 연구결과, 걱정수준이 지속적으로 높은 그룹과 걱정이 증가한 그룹은 뉴스와 정치활동에 더 많이 연관되어 있었다. 연구팀은 기후변화를 걱정하는 청소년을 지지하기 위해 관련된 전문가가 숙련된 지원을 해야 하고 청소년들이 기후위기와 관련한 건설적 대응방안을 마련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고 강조한다.

 

필요한 건 집단행동을 취할 수 있는 역량과 자신감

 

그런 측면에서 미국 미시건 대학의 갤러이 교수 연구팀의 연구는 주목할 만하다(☞논문 바로가기: “장소-기반의 시만과학: 생태회복력을 위한 집단적 환경 행동과 연대”). 이 연구진이 발표한 논문은 청소년이 참여하는 환경문제 집단교육프로그램의 모델을 제시한다. 대다수 학생이 유색인종인 6~12학년 학생 486명은 ‘장소기반 시민과학(place-based civic science)’ 프로젝트를 통해 환경단체 활동가, 교사, 학생들과 협력하여 더 큰 그룹을 만들고 팀워크를 만들어 간다. 소속감을 느끼면서 공유된 목표를 수립하고, 이 과정에서 기후변화와 관련한 불안과 정서적 감정을 완화하며 개인과 집단행동에 연계되고, 또래간 지원 및 타인과의 커뮤니티를 세워나간다. 이 과정에서 ‘희망’과 ‘재미’를 느끼고 공공장소에서 환경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함께 공부하고 실천하는 모습이 논문에 생생히 그려져 있다.

 

학생들의 응답결과를 보면, 프로젝트를 통해 구축된 팀과 공동체의 목표, 청소년 목소리에 대한 존중, 집단적 행동을 취할 수 있는 역량과 자신감, 믿음, 그리고 문제해결을 위해 함께 일하는 즐거움까지 잘 드러나 있다. 연구진은 이렇게 말한다. “학생팀의 집단적인 학습과 실천, 비위계적인 세대간 파트너십, 아동·청소년이 더 넓은 지역사회조직과 함께 밀고 나아가는 연계협력은 아동 청소년의 주체성과 효능감을 구축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 기후위기와 같은 ‘감정적으로 무거운’ 이슈를 해결하면서도 말이다.” 청소년들이 기후위기 문제에 적극 대응하면서도 이것이 정신건강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해답은 바로 여기에 있는 게 아닐까.

 

* 서지 정보

 

Galway, L. P. & Field, E. (2023). Climate emotions and anxiety among young people in Canada: A national survey and call to action. The Journal of Climate Change and Health. 100204.

Sciberras, E. & Fernando, J. W. (2022). Climate change-related worry among Australian adolescents: an eight-year longitudinal study. Child Adolesc Ment Health.  27(1):22~29.

Gallay, E., Furlan Brighente, M., Flanagan, C. & Lowenstein, E. (2022). Place-based civic science—collective environmental action and solidarity for eco-resilience. Child Adolesc Ment Health. 27:39~46.

 


수많은 언론이 하루가 멀다 하고 최신 의학 기술이나 ‘잘 먹고 잘 사는 법’과 관계있는 연구 결과를 소개합니다. 대표적인 것이, “하루에 ○○ 두 잔 마시면 수명 ○년 늘어나” 같은 것들입니다. 반면 건강과 사회, 건강 불평등, 기존의 건강 담론에 도전하는 연구 결과는 좀처럼 접하기 어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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