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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균에 숨겨져 보이지 않는 암 사망의 불평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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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암 사망률로 본 사회적 불평등 –

 

박은혜 (시민건강연구소 회원)

 

매년 9월 말이 되면 통계청에서 사망원인통계를 발표한다(☞관련 자료: 바로가기). 사망원인통계는 작년 한 해 동안 한국 사회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이 죽었고, 어떤 이유로 죽었는지를 보여주는 중요한 국가통계지표 중 하나이다. 이때 사망원인은 사망신고 시에 첨부된 사망진단서 또는 시체검안서를 기초로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에 따라 결정된다. 2021년에는 총 317,680명이 죽었다. 그중 가장 많은 사람에게 붙은 사망원인은 코로나19가 아니라 “악성 신생물(암)”이었다. 2021년에 암으로 사망한 사람은 82,688명으로 전체 사망의 26%를 차지했다. 이는 한국인 4명 중 1명은 암으로 사망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암은 암세포가 자라난 장기의 위치, 암세포의 모양, 변이된 유전자에 따라 서로 다른 경과와 예후를 보인다. 더불어 한 사람이 놓인 사회경제적인 위치에 따라 발암물질에 노출될 가능성, 암을 진단받는 시점, 치료 방법, 그리고 회복 가능성이 달라진다. 암 사망자 82,688명이라는 숫자를 여러 축으로 나눠서 살펴보는 일은 예방 및 치료 가능한 사망을 줄이는데 중요한 근거가 될 수 있다. 오늘 소개할 연구는 세계보건기구 산하 국제암연구소에서 “교육 수준”이라는 사회경제적 위치를 고려하여 암 사망률의 국가 간 차이를 분석한 결과이다(☞논문 바로가기: 유럽 국가 간 및 국가 내 암 사망률의 사회경제적 불평등).

 

이 연구에서는 교육 수준에 따른 암 사망률을 산출하기 위해 사망원인이 분류된 사망자료에 교육 수준이 조사된 인구조사자료를 연결했다. 국가 간 사망률을 비교할 때는 사망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연령 분포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다. 고령인구가 많은 국가와 적은 국가의 사망률을 제대로 비교하기 위해 인구의 연령구조를 같게 만드는 표준화 작업을 진행했다. 이렇게 산출된 연령표준화사망률을 사용해서 유럽 18개국의 암 사망률을 비교했다. 교육 수준은 1997년에 만들어진 국제표준교육분류에 따라 0~6으로 분류된 결과를 중학교 졸업까지를 낮은 교육 수준(0~2), 고등학교 졸업까지를 중간 교육 수준(3~4), 전문대학 이상을 높은 교육 수준(5~6)으로 다시 구분했다.

 

교육 수준 분포부터 살펴보면, 낮은 교육 수준에 해당하는 사람이 가장 많은 나라는 스페인으로 남성의 66%, 여성의 72%가 중등교육까지만 이수했다. 반면, 스위스에서는 남성의 13%, 에스토니아는 여성의 15%만 낮은 교육 수준이었다. 국가별로 교육 수준에 따라 인구집단을 세 그룹으로 나누고 각 그룹의 암 사망률을 산출한 결과를 <그림1>과 같이 그렸다. 가장 눈에 띄는 결과는 대부분 국가에서 교육 수준이 낮은 사람이 교육 수준이 높은 사람보다 더 많이 암으로 사망했다는 점이다. 남성에서 낮은 교육 수준을 가진 인구집단의 암 사망률과 높은 교육 수준을 가진 인구집단의 암 사망률의 절대적 차이를 보면, 체코가 인구 10만 명당 559명으로 가장 차이가 컸고, 스웨덴이 110명으로 가장 작았다. 여성도 이탈리아, 스페인 그리고 슬로베니아를 제외한 국가들에서 교육 수준에 따른 암 사망률의 불평등이 남성과 동일하게 발견되었다. 가장 큰 차이를 보이는 나라는 덴마크(인구 10만 명당 176명)와 체코(인구 10만 명당 170명)였다.

 

 

암종별로 낮은 교육 수준을 가진 인구집단의 암 사망률을 높은 교육 수준을 가진 인구집단의 암 사망률로 나누어 계산한 상대적 차이에서도 교육 수준이 낮은 사람에게 암으로 사망할 위험이 더 크게 나타났다. 특히 담배와 관련된 암종(폐암, 인두암, 후두암, 식도암) 그리고 감염과 관련된 암종(자궁경부암, 위암, 간암)에서는 그 차이가 약 2배 가까이 두드러졌다. 이 결과를 통해 알 수 있는 것은 교육 수준이 인구집단 사이 암 사망률 차이를 만드는 데 큰 영향을 미치고 있었다는 점이다. 게다가 고학력자의 경우는 유럽의 어느 나라에서 살든지 암 사망률의 차이가 작았지만, 교육 수준이 낮은 사람의 경우는 사는 국가에 따라 암 사망률의 차이가 크게 달라졌다. 이는 앞서 언급했던 위험요인에 노출될 가능성, 조기진단 및 효과적인 치료에 대한 접근성이 교육 수준과 같은 사회경제적 요인에 의해 결정되고 있다는 사실을 잘 보여준다.

 

암 사망률을 “교육 수준”이라는 사회경제적 위치에 따라 나누어보니 국가 전체 평균값으로 볼 때 보이지 않았던 차이가 드러났다. 한 국가 내에서 암으로 죽을 위험이 교육 수준이 낮은 사람들에게 더 집중되어 있었다. 이는 국가 전체 암 사망률을 줄이는 데 있어서 불리한 사회경제적 위치에 놓인 사람들의 암 사망률을 낮추는 것이 주요한 과제임을 시사한다. 사망원인통계가 시작된 1983년부터 지금까지 암은 줄곧 한국인 사망원인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암으로 인한 개인적 고통과 피해 및 사회적인 부담을 줄이고자 2003년에 암관리법을 제정했다. 최근 발표된 제4차 암관리종합계획(2021~2025)에서는 1) 고품질 암데이터 구축 및 확산, 2) 예방 가능한 암 발생 감소, 3) 암 치료·돌봄 격차 완화를 주요 목표로 삼았다. 암을 둘러싼 다양한 사회경제적 불평등을 검토할 기회의 창이 열리고 있다. 전체 평균에 숨겨져 보이지 않았던 차이들을 드러내고 질문해보자. 왜 이 두 집단 사이에 암 사망률이 이렇게 차이가 날까?

 

 

*서지정보

 

Vaccarella, S., Georges, D., Bray, F., et al. (2023). Socioeconomic inequalities in cancer mortality between and within countries in Europe: a population-based study. The Lancet Regional Health–Europe, 25.


수많은 언론이 하루가 멀다 하고 최신 의학 기술이나 ‘잘 먹고 잘 사는 법’과 관계있는 연구 결과를 소개합니다. 대표적인 것이, “하루에 ○○ 두 잔 마시면 수명 ○년 늘어나” 같은 것들입니다. 반면 건강과 사회, 건강 불평등, 기존의 건강 담론에 도전하는 연구 결과는 좀처럼 접하기 어렵습니다.

<프레시안>과 시민건강연구소는 ‘서리풀 연구通’에서 매주 목요일, 건강과 관련한 비판적 관점이나 새로운 지향을 보여주는 연구 또 논쟁적 주제를 다룬 연구를 소개합니다. 이를 통해 개인의 문제로 여겨졌던 건강 이슈를 사회적 관점에서 재해석하고, 건강의 사회적 담론들을 확산하는데 기여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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