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 기고문

[고래가 그랬어:건강한 건강수다] 친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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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교양잡지 “고래가 그랬어” 237호 ‘건강한 건강 수다>

글 : 김성이. 사람들이 폭력없이 건강하게 사는 것에 관해 연구해요

그림 : 요오우 삼촌

 

동무들은 어떤 친구를 친한 친구로 여겨? 스포츠에서 같은 팀, 선수를 응원하거나 같은 아이돌 멤버를 좋아하는 친구? 아니면 집이나 학원에 가는 방향이 같아서 등하굣길에 이런저런 이야기를 많이 나누면 친한 걸까? 예전에는 거의 이런 식으로 친해졌어. 주변에서 직접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뭔가를 같이 하면서 말이야.

 

그런데 요즘은 인스타그램이나 카톡, 게임 메신저 등을 통해서 사는 곳이나 거리 차이, 나이 등과 상관없이 여러 사람과 만나 친구가 되기도 해. 동무도 혹시 얼굴을 보고 이야기한 적은 없지만 온라인 취미 카페나 팬 모임 같은 곳에서 알게 돼서 인터넷 친구로 지내는 사람이 있니? 꼭 나이가 같지 않더라도 서로 진지하게 통하는 이야깃거리만 있으면 친구가 될 수 있어.

 

이모가 좋아하는 <벌새>라는 영화에서는 중학생 은희와 대학생 영지 선생님이 서로 친구가 돼. 두 사람은 나이 차이도 크게 나고 만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각자가 친구 때문에 아주 슬픈 일을 겪었던 일을 털어놓으면서 서로의 쓸쓸한 마음을 위로해 주거든. 그때 친구는 마음을 알아준다는 게 중요한 점이 아니었을까 싶어.

 

 

친하다는 건 뭘까? 가만히 보면, 어떤 친구와 내가 꽤 친하다고 여겨도 내 생활과 생각을 전부 공유하지는 않아. 다양한 내 고민과 관심의 일부를 나눌 수 있으면 친구라고 부르는 것 같아. 주변의 동무들과 친하게 지내지 못하는 이유도 궁금해져. 사실 요즘을 심각한 ‘친밀성의 위기’라고 진단하는 학자들이 있을 정도로, 많은 사람이 가족이나 친구 관계에서 잘 지내는 걸 어려워해.

 

친구가 될 기회가 이렇게나 많은데, 왜 어려울까? 사람들이 친한 관계를 맺는 방법이나 친한 사람에게 기대하는 게 달라지고 있어서야. 자기가 태어난 동네에서 정해진 규범을 지키면서 대가족과 함께 평생을 살던 이전 시대와 달리, 지금은 사는 동안 여러 곳을 옮겨 다니고 다양한 사람과 만나면서 살아가. 처음 만나는 사람들과 친한 관계를 맺기 위해서는 서로 어떤 생각을 하고, 무엇에 관심이 있는지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해. 사람들과 맺는 사랑이나 우정이란 관계는 나 혼자만의 일방적인 감정이 아니야. 서로의 필요와 느낌에 대해 구체적인 말과 행동으로 표현하고 이해하면서 만드는 공동의 작업인 셈이야. 그걸 잘해 내지 못하면 친해지지 않아. 심지어 가족인데도 말이야.

 

친구 되기가 그렇게 힘든 일이면 안 하고 싶다고? 어떤 철학자가 말하기를 친구가 없다는 것은 삶이 불안하다는 말이래. 사랑이나 우정이라고 부르는 친한 관계는 어떤 대가를 바라거나 이익을 얻기 위해 사람들과 맺는 관계와 달라. 내가 좋아하는 어떤 사람의 생각과 감정을 깊이 이해하면서 이 세상에 대한 안목을 넓히고, 나도 그 사람으로부터 내 삶을 인정받는다고 생각해 봐. 그런 경험 속에서 나도 보다 건강하고 풍요로워진다고 생각하면, 친구를 사귀는 일이 더 신나는 일이 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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