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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리스뉴스 115호]노숙인진료시설 지정제도, 왜 폐지되어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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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식 (시민건강연구소 연구원)


 [필자 주] 이 글은 시민건강연구소에서 최근 발간한 보고서 <노숙인 진료시설 지정제, 왜 폐지되어야 하는가>의 내용을 발췌, 요약하여 정리한 것입니다. 자세한 논의와 참고문헌은 보고서를 참고해주시기 바랍니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동안 사회경제적 약자들은 더 큰 피해와 희생을 감수해야 했다. 특히 팬데믹 초기부터 공공병원이 감염병 전담병원으로 전환됨에 따라 평소 공공병원에 대한 의존도가 높았던 홈리스 환자들로서는 의료접근성이 크게 제약되는 어려움을 겪었다. 노숙인 1종 의료급여 수급자는 ‘노숙인 진료시설 지정제’(이하 ‘지정제’)로 인해 일부 병의원만 이용할 수 있도록 제한받고 있는데 이 중 대부분이 공공의료기관이다. 많은 이들이 이용하고 있는 서울시의 ‘노숙인 등 의료지원사업’ 역시 지정제를 준용하고 있다.

 

현재 한국의 의료보장체계에서 이처럼 이용 가능한 의료기관을 제한하는 경우는 ‘외국인 의료지원사업’을 제외하면 지정제가 유일하다. 이는 홈리스의 건강권을 위협하는 차별적 형태의 제도로서, 국가인권위원회도 지정제 폐지를 보건복지부에 권고한 바 있다(2022년 1월 19일). 하지만 복지부는 이를 수용하지 않았고, 코로나 유행 2년이 지나서야 ‘주의’ 이상의 감염병 위기단계 발령 시 모든 1‧2차 의료급여기관(요양병원 제외)을 노숙인 진료시설로 확대 지정하는 고시를 제정하였다(2022년 3월 22일). 그리고 올해 3월에 해당 고시의 유효기간을 1년 더 연장하였다.

 

그러는 사이 국회에서는 노숙인 진료시설 지정 조항(12조 1항)의 삭제를 골자로 하는 ‘노숙인복지법’ 개정안이 발의되었다. 대한의사협회를 제외한 관계 기관과 단체들은 대체로 개정안을 수용하는 입장을 보였다. 다만 홈리스 진료에 의료기관들이 적극 참여할 수 있도록 만드는 제도적 보완책이 중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실제로 일선 의료기관들에서는 홈리스 진료를 기피하는 경향이 만연해 있는 게 사실이다. 지정제를 폐지하면 자칫 기존에 이용하던 병의원에서마저 진료를 받기 어려워질지 모른다는 우려가 일부 있기도 하다. 하지만 이것은 지정제 존속의 근거가 될 수 없고, 홈리스 의료보장제도를 더욱 내실화해야 할 필요성을 제기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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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리스뉴스 2023.08.28 기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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