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슬기 (시민건강연구소 회원)
보건의료 인력 구인난의 시대이다. 지방 소멸이 진행 중인 비수도권 지역에서는 어느 직종을 막론하고 보건의료 인력을 구하는 것이 하늘의 별 따기다.
작년에는 경상남도 산청군 보건의료원의 의사 채용이 화제가 되었다. 연봉이 3억 6000만원임에도 다섯 차례 공고 끝에 겨우 내과 전문의를 채용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채용 과정은 지상파 메인 뉴스를 통해 전 국민에게 여러 차례 보도될 정도였다. 현재는 상황이 더 나빠졌다. 충청북도 단양군 보건의료원은 응급의학과 전문의 채용을 위해 연봉 4억 2천만원에 더해 아파트와 전용 별장까지 내걸었다.
그렇다면 의사가 아닌 공중보건 인력은 어떠할까? 지역에는 의사 이외에도 많은 공중보건 전문가들이 있다. 간호사, 환경보건 전문가, 역학자 등을 포함한 공중보건 인력은 인구집단의 건강을 보호하고 건강 격차를 줄이기 위해 인구집단 중심의 개입, 개인 수준의 직접 서비스 제공, 정책 개발 등에 참여하고 있다.
공중보건 인력은 주로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의 보건 담당 부서에서 일하는데, 이중 보건소가 가장 대표적이다. 비수도권 지역이더라도 보건소 직원은 공무원이니까 이러한 구인난과는 크게 상관없다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보건소 인력의 절반 가까이가 전문인력이라 불리는 기간제 근로자이다. 정규직 공무원의 퇴사 또한 증가하고 있다. 보건소가 코로나19 대응의 최전방에 서면서 보건소 공무원의 퇴사와 휴직이 크게 증가하였다(☞관련기사: 바로가기).
미국 역시 코로나19 대유행으로 한국의 보건소에 해당하는 ‘지역 보건부(Local Health Department)’ 직원의 이직률이 증가하여 인력 수요와 역량에 대한 우려를 낳았다. 이러한 부담은 도시 지역에 비해 투자가 부족하고 인력 역량이 제한적인 농촌 지역 보건부에서 특히 심각했다.
오늘 소개할 논문은 <미국공중보건저널>에 발표된 것으로, 지역 공중보건 인력의 역량, 훈련 요구, 코로나19의 영향과 이직률에 대해 농촌 지역과 도시 지역을 비교한 연구이다(☞논문 바로가기: 도시와 농촌 지역 간 공중보건 실무자의 역량, 훈련 요구 및 이직률 비교 분석). 이를 통해 도시와 농촌 간 격차를 해소하고 농촌 지역 보건부 인력이 지역사회에 봉사할 수 있도록 목표에 맞는 투자, 훈련, 지원을 제공하고자 했다.
개인 수준의 직원 변수는 주와 지방 정부 공중보건 직원을 대상으로 한 국가 단위의 대표성 있는 설문조사인 ‘2021년 공중보건 인력 관심 및 요구도 조사’를 활용하였다. 이전 조사에서는 포함되지 않았던 작은 규모의 지역 보건부(전일제 인력이 25명 미만이거나 관할 인구가 25,000명 미만) 응답자도 파일럿 프로그램으로 포함되었다. 최종 표본은 742개의 지역 보건부의 응답자 29,751명으로 구성되었다.
응답자들은 9개 영역, 23~24개 항목에 대해 일상 업무에서 기술의 숙련도와 중요성을 보고하였다. 훈련 요구는 응답자가 일상 업무에서 중요하다고 보고했지만 역량 수준을 ‘수행할 수 없음’ 또는 ‘초보자’로 보고한 경우로 정의하였다. 기술과 훈련 요구는 공중보건 인력의 계층별로 측정되었다. 이직 위험은 내년에 퇴사를 고려하고 있느냐는 질문으로 평가하였으며, 별도의 질문을 통해 코로나19가 이직 의도에 영향을 미쳤는지 조사하였다.
직원, 조직 및 지역사회 수준의 요인을 통제한 다변량 로지스틱 회귀분석 결과, 도시 지역 보건부 직원에 비해 농촌 지역 보건부 직원은 지역사회 참여, 부문 간 파트너십, 체계적 사고와 관련된 기술에서 높은 숙련도를 보고할 가능성이 높았다. 그러나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 및 ‘JEDI(정의, 형평성, 다양성, 포용성)’와 관련된 영역에서는 낮은 숙련도를 보고할 가능성이 높았으며, 이에 대한 훈련 요구 역시 높았다.
이직 위험의 경우, 농촌 지역 보건부 직원은 도시 지역 보건부 직원보다 이직 의도가 있다고 보고할 가능성이 낮았다. 그러나 표본을 내년에 퇴사를 계획하고 있는 직원으로 제한할 경우, 그 이유를 스트레스로 보고할 가능성이 더 높았다. 또한 농촌 지역 보건부 직원은 업무 때문에 따돌림이나 괴롭힘을 당했다고 보고하거나, 코로나19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증상을 보고할 가능성이 높았다.
연구진은 코로나19가 농촌 지역 보건부 직원에게 심각한 영향을 미쳐 스트레스 요인을 가중시켰다고 지적했다. 농촌 지역 보건부 직원이 낮은 숙련도를 보고한 기술은 코로나19 대응에 있어 필수적인 영역으로, 기술 격차와 비례하여 더 많은 농촌 지역 보건부 직원이 코로나19와 과부하 또는 번아웃으로 인해 이직 의도가 있다고 보고했다.
물론 이는 미국을 배경으로 한 연구결과이므로 한국의 상황에 그대로 적용된다고 보기 어렵다. 다만 농촌 지역의 공중보건 인력의 유출 방지와 역량 강화를 위해서는 도시 지역과 구별되는 지원 정책이 필요하다는 함의를 찾을 수 있다.
운영 주체, 규모, 방식 등에 편차가 큰 미국의 지역 보건부와 달리 한국의 보건소는 비교적 표준화되어 있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이것이 농촌 지역에 대한 별도의 접근이 불필요하다는 사실을 의미하지 않는다. 오히려 표준화된 운영이 비도시 지역 보건소의 인력 운용을 더 어렵게 만드는 측면도 있다.
의료 자원이 풍부하지 않은 비수도권 지역에서는 보건지소가 면 단위로 설치되어 있다. 제한된 보건소 인력이 여러 보건지소에 분산되면서 보건의료 정책을 수립하거나 인구집단 기반의 보건사업을 수행해야 하는 공중보건 인력은 도시 지역보다 부족하다. 또한 이런 지역일수록 공중보건 인력의 업무가 진료에 집중되어 있어 인구집단 기반의 접근과 관련된 역량을 키우는 것이 쉽지 않다.
이처럼 도시와 농촌 지역의 공중보건 인력은 다른 환경과 조건에 있으며, 각기 다른 필요인력의 규모와 역량 개발 요구도를 가지고 있다. 도시와 농촌의 특성을 고려하여 공중보건 인력 지원정책을 세분화할 필요가 있다.
*서지 정보
Kett, P. M., Bekemeier, B., Patterson, D. G., & Schaffer, K. (2023). Competencies, Training Needs, and Turnover Among Rural Compared With Urban Local Public Health Practitioners: 2021 Public Health Workforce Interests and Needs Survey. American Journal of Public Health, 113(6), 689-699.
수많은 언론이 하루가 멀다 하고 최신 의학 기술이나 ‘잘 먹고 잘 사는 법’과 관계있는 연구 결과를 소개합니다. 대표적인 것이, “하루에 ○○ 두 잔 마시면 수명 ○년 늘어나” 같은 것들입니다. 반면 건강과 사회, 건강 불평등, 기존의 건강 담론에 도전하는 연구 결과는 좀처럼 접하기 어렵습니다.
<프레시안>과 시민건강연구소는 ‘서리풀 연구通’에서 매주 목요일, 건강과 관련한 비판적 관점이나 새로운 지향을 보여주는 연구 또는 논쟁적 주제를 다룬 연구를 소개합니다. 이를 통해 개인의 문제로 여겨졌던 건강 이슈를 사회적 관점에서 재해석하고, 건강의 사회적 담론들을 확산하는데 기여하고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