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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취약지를 지키는 의료를 위해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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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수 (시민건강연구소 회원)

 

공중보건의는 의료취약지를 지키고 있는 소중한 의료인이다. 경상남도에는 약 400여명의 공중보건의가 보건소, 보건지소, 병원선, 국가보건기관, 국공립병원, 응급의료지정병원에서 근무하고 있다. 이들은 의료취약지에서 주민의 건강을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여러 측면에서 한계가 존재한다.

 

인구의 20%가 65세 이상인 경우를 초고령화 사회라 하는데, 이미 다수의 경남 군 지역은 이 기준을 한참 넘어섰다. 올해 3월을 기준으로 합천, 남해, 의령, 산청, 하동은 65세 이상 인구가 40%를 넘어섰고, 나머지 군들도 모두 30%가 넘는다. 노인들은 중증 질환을 포함해 여러 가지 복합 만성질환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다. 그러니 시초를 다투는 응급상황도 자주 발생한다. 그러나 공중보건의들이 이러한 노인 환자를 진료하기 위해 별도로 집중 교육을 받는 경우는 거의 없다. 보건지소에 배치된 의과 공중보건의의 절반 이상은 임상수련을 받지 않은 일반의들이다.

 

의료취약지에 위치한 응급의료지정병원에는 주로 전문의 과정을 거친 공중보건의가 배치된다. 하지만 응급환자 진료를 훈련받은 소위 ‘바이탈과(내과, 외과, 산부인과, 소아과, 응급의학과 등)’ 전문의는 극소수에 불과하다. 그런데도 각 한 시간의 일차의료, 응급의료 임상교육이 지역에 배치되기 전에 이들이 배우는 교육의 전부다. 매년 한차례씩 국립중앙의료원에서 응급환자 대응 교육을 실시하지만 교육에 참여하는 공중보건의는 거의 없다. 경남에서는 이러한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2023년에 시범적으로 응급의료지정병원 공중보건의 대상으로 현장교육과 집합교육을 실시하기도 했지만(☞관련기사: 바로가기1, 바로가기2), 교육의 양과 질 모두 보완해야 할 부분이 많다

 

이처럼 제대로 준비되지 않은 채 의료취약지에서의 일차의료, 응급의료 업무를 맡도록 하는 공중보건의 제도도 문제지만 이들을 관리하고 지원하는 체계에도 문제가 있다. 보건소는 공중보건의 인력을 관리하고 지원할 책임과 권한을 가진다. 그런데 임상적 의료서비스보다 건강증진 사업에 치우쳐 있는 보건소로서는 일차의료, 응급의료와 관련된 보건지소 공중보건의의 의뢰에 대한 자문을 제공할 만한 역량이 미약하다. 그렇기에 공공의료협력체계의 책임의료기관들이 공중보건의 지원 역할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일본 오키나와의 경우 낙도와 산간지방 등 의료취약지에 파견되는 의사는 해당 지역에 특화된 교육을 받고 배치된다. 내과, 외과, 산부인과, 소아과, 응급의학과, 종합의학과(한국의 응급의학과+가정의학과 개념)에서 전문의까지 수련을 받은 공중보건의가 파견되며, 이들은 현립병원(한국의 공공병원 개념)에 소속된 진료소에서 근무한다. 즉, 공공병원에서 임상 수련을 받은 전문의 공중보건의가 공공병원에서 운영하고 지원하는 진료소에서 일하는 구조다. 따라서 교육과 진료 협력체계가 동시에 작동한다. 한 명의 의사와 한 명의 간호사가 일하는 낙도 진료소에도 엑스레이, 초음파, 혈액검사기구, 응급처치기구, 구급차, 병실 등 다양한 장비가 비치되어 있으며 실제로 이것들을 모두 활용한다. 한국의 의료취약지 공중보건의 배치 사업이 배워야 할 점이다.

 

오늘 소개할 문헌은 세계보건기구와 긴밀히 협력하고 있는 세계가정의사기구(World Organization of Family Doctors, WONCA)의 농촌부분 워킹그룹(Rural WONCA)에서 작성한 농촌의학교육안내서다(☞관련 문헌: 바로가기). 이 안내서는 의료취약지가 광범위하게 분포하고 있는 호주, 캐나다, 남아프리카 공화국 저자들을 중심으로 집필이 이루어졌다.

 

의료취약지에 의료진이 가서 최선의 진료를 제공하도록 만들기 위해서는 어떤 조건이 선행되어야 할까? “학생들은 자신이 볼 수 없는 것은 될 수 없다”라는 말처럼, 농촌에 의사를 보내고 주민들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서는 의료진이 농촌을 경험하고 농촌의 의료에 대해 교육받아야 한다는 것이 이 책의 핵심 목표이자 요지다.

 

이 책의 내용은 농촌의료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를 증진시키는 주제로 시작해서, 농촌환경에서의 의학교육과 연구에 대한 소개, 농촌의료 교육자를 위한 지원, 의학부, 대학원, 전문과정에서의 농촌의학교육 순으로 농촌의학교육 전반의 내용을 상세히 다루고 있다. 한국에서도 이러한 교과서와 안내서가 제작되고 체계적인 농촌의학교육이 이루어질 수 있다면 의료취약지 문제 해결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최근 의대 증원을 포함하는 정부의 필수의료 패키지 추진으로 정부와 의사 간의 갈등이 언제 끝날지 모르는 상황이다. 이러한 갈등으로 모여진 사회적 에너지가 파국이 아닌 새로운 의료체계를 만들어가는 동력으로 쓰여야 한다. 의료취약지 주민의 건강을 지키는 방향으로 필수의료 패키지의 내용들이 적용되기 위해서는 일본 오키나와 사례와 세계가정의사기구의 농촌의학교육안내서처럼 의료취약지 의료개선 사업에 대한 치밀한 사전준비가 필요하다. 여기에는 의료취약지에 대한 연구와 교육이 포함되어야 할 것이다.

 

 

*서지정보

Chater, A. B., Rourke, J., Strasser, R., Couper, I., Reid, S., 2022. Rural medical education guidebook, second edition. Rural WONCA(Working Party on Rural Practice).


수많은 언론이 하루가 멀다 하고 최신 의학 기술이나 ‘잘 먹고 잘 사는 법’과 관계있는 연구 결과를 소개합니다. 대표적인 것이, “하루에 ○○ 두 잔 마시면 수명 ○년 늘어나” 같은 것들입니다. 반면 건강과 사회, 건강 불평등, 기존의 건강 담론에 도전하는 연구 결과는 좀처럼 접하기 어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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