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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가 그랬어: 건강한 건강수다] 폭염아래서 일한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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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교양잡지 “고래가 그랬어” 247호 ‘건강한 건강 수다’>

 

글_ 전수경 일하는 사람, 노동자가 존중받는 세상을 만들고 싶어요.

그림_ 오요우 삼촌

 

기후 위기가 오면서 여름이 일찍 오는 것 같아요. 더운 날이 늘어나고 기온도 더 높아지고요. 홍수·가뭄·폭풍·이상 기온·대형 산불이 계절을 안 가리고 지구 곳곳에서 일어나고, 더워도 너무 더운, 한여름의 폭염도 우리를 위협하고 있어요.

폭염은 사람을 사망하게 하는 무서운 재난이에요. 세계적으로 폭염에 의한 사망자가 늘고 있고, 2023년 여름 한국에서도 30여 명이 넘게 사망했어요. 노인이 많이 돌아가셨고, 일을 하다 죽은 사람들도 있었어요. 더위 속에서 일해야 하는 사람들은 누구일까요?

우선 밭이나 비닐하우스에서 일하는 농부가 있지요. 집을 짓는 건설노동자도 있습니다. 항구에서 화물을 내리고 싣는 사람, 커다란 배를 만드는 조선소도 있지요. 야외에 세워진 크고 작은 공장들도 있고요. 에어컨이 나오는 실내가 아닌 데서 일하는 노동자는 생각보다 많아요. 음식을 배달해 주는 라이더 노동자들은 한여름 지글지글 끓는 도로가 일터입니다. 영화나 드라마를 찍는 사람들도 야외 촬영을 많이 하지요. 환자의 집을 방문해서 건강관리를 하는 방문간호사, 주차관리 요원, 환경미화 노동자들. 이분들은 집과 집 사이를 이동하거나, 거리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요.

햇볕이 내리쬐는 야외에서 일을 하는 것은 건강에 좋지 않습니다. ‘열사병’이라고 들어봤나요? 온도와 습도가 높은 곳에서 일하다가 체온 조절이 잘되지 않아 몸 안의 열을 배출하지 못하면 어지럽고 피로하고 구토 등을 일으키다가 의식을 잃고 쓰러져요. 우리 몸은 자연적인 열 발산이 어려워지면 위험해진대요. 열사병이 심하면 죽을 수도 있어요. 열은 우리 몸에 호흡기 질환, 심혈관 질환, 생식 건강의 문제를 일으키고, 임산부와 태아의 건강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준다고 해요. 인지 능력과 주의력이 떨어지고 반응 속도가 느려져 사고가 날 위험이 커지기도 하고요. 열과 습기가 가득 찬 실내에서 일해도 같은 위험이 생길 수 있어요.

이렇게 무시무시한 폭염을 조심하긴 해야 하지만, 폭염이 바로 건강을 해치거나 생명을 앗아가는 것은 아니에요. 더운 시간에 일을 쉴 수 있도록, 노동시간을 조절한다면 폭염이 아무리 심해도 생명을 잃는 일은 생기지 않지요. 노동조합이 있는 노동자들은 노동조합이 회사와 협상하여 더위가 심한 시간을 피해 일하기도 합니다. 회사가 노동자를 걱정하는 마음이 있으면, 야외에서 일을 하더라도 그늘이 있고 냉방기가 있는 쉼터를 만들어 놓거나 얼음물을 넉넉하게 준비해 둘 수도 있고요.

일당을 받고 일하는 사람이라면 아무리 더워도 쉬겠다고 말하기는 어려울 거예요. 그러면 노동조합이 없고, 일자리가 안정적이지 않고, 회사가 너무 작거나 경영이 어려우면 그냥 일해야 하는 걸까요? 아닙니다. 정부가 나서서 노동자들을 보호해야죠. 회사에 말하기 어려운 노동자들을 보호하라고 정부가 있는 것이니까요. 폭염 때문에 건강이 상하거나 죽는 일은 100% 막을 수 있어요. 그늘에서 쉬기, 휴식 시간 늘리기, 신선한 물 충분히 마시기를 하면 되거든요. 그리고 이것을 법적인 의무로 정해야 해요. 아주 쉽고 상식적인 조치이지만 의무가 아니라서 안 하는 곳들이 많아요.

이번 여름도 꽤 덥겠지요? 너무 더울 때는 그늘을 찾아 시원한 물을 마시도록 해요. 그리고 폭염 속에서 일해야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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