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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소수자에 대한 부정적인 언론 보도를 멈춰야 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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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민 (시민건강연구소 회원)

 

2020년 5월, 서울 이태원에 위치한 한 클럽에서 시작된 코로나19 집단감염을 이유로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와 낙인을 찍는 언론 보도가 잇따랐다. 불과 5년 전의 일이다. 확진자가 방문했던 장소가 성소수자 관련 시설이었다는 점을 강조한 보도로 인해 집단감염의 모든 책임이 마치 성소수자에게 있는 것처럼 인식되었다. 그러나 우리는 기억하고 있다. 이는 성소수자 혐오에 질병에 대한 낙인을 덧씌워 방역 활동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는 점을.

 

최근 몇 년간 미국 내 반성소수자 관련 법·정책이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2024년 한 해에만 성소수자의 자유와 권리를 제한하고 이들의 삶을 위협하는 533개의 법안이 통과되었다(☞관련자료: 바로가기). 이러한 추세는 2025년 트럼프 행정부의 취임 이후 더욱 심각해지고 있고, 앞으로 더 심각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동시에 성소수자는 일상에서 뉴스와 미디어를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부정하고 혐오하는 보도에 적나라하게 노출되고 있다. 중요한 정보를 전달하고 사회적 이슈에 대한 대중들의 이해를 돕는 측면에서 뉴스와 미디어가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이것이 악용될 때는 개인들의 정신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특히 성소수자에 대한 부정적이고 선정적인 뉴스·미디어 보도는 성소수자 개인에게 엄청난 스트레스로 작용하여 이들의 자살 생각의 위험도를 높이는 데 기여할 수 있다. 오늘 소개할 연구(☞바로가기: LGBTQ+ 청년들의 부정적 뉴스·미디어에 대한 실시간 노출과 자살생각 강도)는 성소수자 관련 부정적인 뉴스·미디어에 대한 노출과 자살생각 강도 사이의 상관관계를 알아보고자 했고, ‘생태학적 순간 측정(Ecological momentary assessments)’ 방식을 활용해 이 관계를 실시간으로 파악하였다. 더 나아가 성소수자 정체성으로 인해 차별받거나 다르게 대우받을 것이라는 우려가 앞선 상관관계를 매개하는지에 대해서도 추가적으로 분석하였다.

 

본 연구는 18~24세 사이의 성소수자 청년 31명을 대상으로 28일간 연달아 진행되었으며, 참여자는 하루에 3번(아침, 점심, 저녁) 간단한 설문조사에 응답하였다. 이러한 연구 방법은 동일한 참여자 집단을 대상으로 짧은 시간 간격을 두고 반복적으로 많은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게 설계되어 참여자의 경험을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보다 세밀하게 관찰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이를 통해 참여자 개인들이 겪은 뉴스·미디어에 대한 노출을 실시간으로 포착하여 이러한 노출이 그들의 자살생각 강도의 변화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파악할 수 있었다.

 

설문조사를 통해 참여자는 소셜미디어나 신문기사 헤드라인, TV 광고 등을 통해 부정적인 뉴스·미디어에 노출된 적이 있는지, 있다면 이러한 뉴스·미디어가 성소수자와 관련된 것이었는지에 대한 질문에 응답하였다. 이러한 질문을 토대로 참여자를 1) 부정적인 뉴스·미디어에 노출된 적 없는 참여자, 2) 성소수자와 관련 없는 부정적인 뉴스·미디어에 노출된 참여자, 그리고 3) 성소수자와 관련된 부정적인 뉴스·미디어에 노출된 참여자, 총 세 집단으로 구분하였다.

 

이 분류를 기준으로 분석한 결과, 성소수자 관련 부정적인 뉴스·미디어에 노출된 직후 참여자의 자살생각 및 자해생각의 강도가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높아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는 특히 28일의 연구 기간 동안 자살생각을 최소 한 번 이상 보고한 참여자에게서 두드러졌다. 반면, 성소수자와 관련 없는 부정적인 뉴스·미디어에 노출되었을 경우에는 자살생각 및 자해생각의 강도가 변화하지 않았다. 더 나아가, 성소수자 정체성으로 인해 차별받거나 다르게 대우받을 것이라는 우려는 통계적으로 유의한 부분 매개변인인 것으로 드러났다. 즉, 성소수자에 관한 부정적인 뉴스·미디어를 접한 참여자들은 본인의 성소수자 정체성으로 인해 차별받거나 다르게 대우받을 것이라는 우려를 가지게 되고, 이는 곧 참여자의 자살생각 및 자해생각의 강도를 높이는 데 기여한다는 것이다.

 

본 연구 결과는 언론 보도가 단순히 정보 전달의 차원을 넘어 사회적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점을 명확히 보여준다. 언론이 성소수자 커뮤니티 및 관련 정책에 대한 대중적 담론을 형성하는 중요한 역할을 할 뿐만 아니라, 성소수자 당사자의 정신건강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우리 사회는 심각하게 인식해야 한다. 특히 부정적인 뉴스·미디어 노출은 차별에 대한 우려를 증폭시켜 성소수자의 자살생각 강도를 높인다는 본 연구의 결과는 언론의 사회적 책임을 다시 한번 강조한다.

 

이와 관련하여 한국기자협회의 인권보도준칙은 중요한 지침을 제공한다(☞관련자료: 바로가기). ‘제8장 성적 소수자 인권’ 조항에 제시된 두 가지 원칙, “언론은 성적 소수자에 대해 호기심이나 배척의 시선으로 접근하지 않는다”와 “언론은 성적 소수자를 특정 질환이나 사회병리 현상과 연결 짓지 않는다”는 단순한 권고가 아닌, 성소수자의 생명과 직결된 필수적인 보도 윤리라는 점이 본 연구를 통해 실증적으로 입증되었다. 언론인들은 이러한 지침을 엄격히 준수함으로써 성소수자 공동체의 안전과 건강을 보호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

 

*서지 정보

Clark, K. A., Kellerman, J. K., Argiros, A. P., Phillips, K. L., Park, E. C., Cyperski, M., … & Kleiman, E. (2024). Real-time exposure to negative news media and suicidal ideation intensity among LGBTQ+ young adults. JAMA pediatrics, 178(11), 1155-1163.


수많은 언론이 하루가 멀다 하고 최신 의학 기술이나 ‘잘 먹고 잘 사는 법’과 관계있는 연구 결과를 소개합니다. 대표적인 것이, “하루에 ○○ 두 잔 마시면 수명 ○년 늘어나” 같은 것들입니다. 반면 건강과 사회, 건강 불평등, 기존의 건강 담론에 도전하는 연구 결과는 좀처럼 접하기 어렵습니다.

<프레시안>과 시민건강연구소는 ‘서리풀 연구通’에서 매주 목요일, 건강과 관련한 비판적 관점이나 새로운 지향을 보여주는 연구 또는 논쟁적 주제를 다룬 연구를 소개합니다. 이를 통해 개인의 문제로 여겨졌던 건강 이슈를 사회적 관점에서 재해석하고, 건강의 사회적 담론들을 확산하는데 기여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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