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교양잡지 “고래가 그랬어” 256호 ‘건강한 건강 수다’>
글_ 문다슬. 젠더 렌즈를 통해 노동자의 건강을 바라봐요.
그림_ 오요우 삼촌
나는 이번 대통령 선거 토론회에서 기호 5번 권영국 아저씨가 일하다가 목숨을 잃은 사람들, 부당한 해고에 항의하는 사람들의 이름을 불렀던 장면을 잊을 수 없어. 지금도 노동자들이 불탄 건물 옥상, 30미터 높이의 광고탑 위에 올라가서 해고가 얼마나 부당한지 외치고 있거든. 그들은 ‘불안정한 노동’의 상황에 처해 있어. 노동이 불안정하다는 건 무슨 의미일까?
노동은 여러 요소로 이루어져 있고, 각 요소가 얼마나 불리한지에 따라 불안정의 정도가 달라져. 돈을 벌기 위해서는 자신의 노동력을 팔고, 누군가는 그 노동력을 사야 해. 일을 하는 노동자와 노동자를 고용한 고용주 사이에는 ‘고용 계약’이라는 약속이 맺어져. 만약 기간을 정하지 않는다면, 보통 나이가 들어 일을 하지 못하는 때, 즉 은퇴할 때까지 고용이 보장돼. 반면, 기간을 정해서 계약을 맺으면 그 기간이 끝날 때까지만 고용이 유지돼. 그러니까 계약이 임시로 맺어지면, 노동 불안정성이 높다고 말할 수 있어.
고용 기간이 정해졌다는 건 계약이 끝난 뒤 새로운 일자리를 찾아야 한다는 의미 이상이야. 일을 그만두거나, 다치거나, 아프거나, 나이가 들어도 잘 살아가려면 어느 정도 돈이 필요하잖아. 어떤 나라는 그곳에서 얼마 동안 살면 누구나 소득을 보장받을 수 있지만, 어떤 곳은 나라에서 만든 사회보험에 가입해야 자격을 줘. 대개 기간의 정함 없이 일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증명해야 가입할 수 있어. 그렇지 못하면 사회보험의 보호를 받지 못해서 삶이 점점 더 불안해질 수 있어.
사회보험에 가입했다고 해서 안심하긴 일러. ‘보험’이라는 제도는 내가 보험료를 낸 만큼 도움을 받을 수 있어. 보험료는 내가 일해서 받는 임금에 따라 정해지기 때문에, 많이 벌면 많이 내고, 적게 벌면 적게 내. 그래서 우리가 받는 임금의 크기도 아주 중요해.
일하는 사람들이 함께 모여 임금을 높여달라거나, 환경을 개선해달라고 고용주에게 요구할 수 있는 권한은 법·제도적으로 보장돼. 하지만 이 역시 모두에게 주어지는 건 아니야. 내가 임시 고용 계약을 맺고, 사회보험에 가입할 수 없고, 임금이 낮다면 이 권한은 매우 일부만 행사할 수 있거나, 때로는 행사조차 할 수 없어. 권한이 낮다면 고용주가 불합리한 요구를 해도 거절하거나 거부할 수 없겠지. 여기서 끝이 아니야. 정해진 노동시간이 아닌데 갑자기 고용주나 상사가 나와서 일하라거나, 혹은 반대로 갑자기 일하러 오지 말라고 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어.
노동을 구성하는 요소 가운데 하나가 불안정하면, 나머지 요소도 불안정할 가능성이 커. 불안정이 쌓이고 쌓이다 보면 우리의 몸과 마음도 함께 위태로워져. 일하다가 다치거나 죽을 위험도 더욱 높지. 하지만 많은 불안정 노동자가 건강이 나쁘더라도 쉬면 벌이가 없고 먹고 살 수 없어 아픈 몸을 이끌고 일하러 간대. 하루 여덟 시간, 장기간 일하기 힘들어서 기존의 일보다 더 불안정한 일자리를 가지게 되고.
국제노동기구는 노동의 모든 요소가 안전해야 한다며 ‘괜찮은 일자리’를 보장하자고 제안했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