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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의 약 이용권 막는 특허 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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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건강렌즈로 본 사회> 2014.03.26 (바로가기)

 

최근 한국과 캐나다의 자유무역협정(FTA)이 타결됐다. 여러 언론 보도를 보면 ‘자동차’는 얻고 ‘쇠고기’는 양보했다고 한다. ‘국익이라는 이름으로 진행되는 무역협정에서 늘 손해를 보고 양보해야 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이는 정의로운 일인가?’ 하는 의문이 든다.

 

한국이 다른 나라와 맺은 에프티에이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바로 미국과 타결된 협정이다. 많은 우려의 목소리에도 정부는 국익의 이름으로 밀어붙였다. 캐나다와의 협상에서는 빠졌으나 미국과 한 협상에서는 의약품도 협상 대상의 하나였는데, 가장 논란이 된 것이 바로 허가와 특허를 연계하는 제도다. 이는 신약을 만든 제약사가 이의 복제약을 만든 다른 제약사를 상대로 특허 침해를 주장하면, 복제약의 허가를 보류해 시장에 나올 수 없도록 하고 있다. 특허가 끝나지도 않았는데 어떻게 복제약이 허가를 받을 수 있는지 의구심이 들 수도 있겠다. 간략히 설명하면, 하나의 신약에는 여러 특허가 있어서 신약의 주요 물질 특허가 끝났어도 다른 소소한 부분의 특허가 남아 있을 수 있다. 이때 남은 특허가 얼마나 유효한지는 판단하기가 쉽지 않으며, 법정으로 가서 특허 전쟁을 벌이기 일쑤다.

 

이런 상황에서 허가와 특허를 연계하는 제도를 시행하면, 특허 다툼이 있는 경우 후발 복제약의 허가 자체를 보류하므로 신약을 만든 큰 제약사가 의도적으로 특허침해소송을 제기해 복제약의 시장 진입을 방해할 수 있다. 실제 원개발사가 부수적인 특허와 관련한 소송을 남발해 자사 제품의 특허를 연장하는 방법을 ‘에버그리닝’(evergreening) 전략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그런데 이 에버그리닝 전략은 복제약이 시장에 출시되는 것을 늦춰 환자와 건강보험 재정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 그동안 다국적 제약사의 에버그리닝 전략을 두고 많은 비판이 제기됐는데, 2012년 10월 국제적인 논문집인 <헬스 어페어>에는 제약사의 에버그리닝 전략의 실태를 분석한 연구가 발표된 바 있다.

 

이 논문은 에이즈를 일으키는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에 감염된 환자들한테 쓰는 두 약물을 대상으로 소소한 특허가 해당 약의 독점 판매 기간을 얼마나 연장시켰는지 분석했다. 그 결과 이 두 약과 관련해서만 총 108건의 특허를 확인할 수 있었는데, 이들의 특허 기간을 모두 합하면 후발 제품의 진입을 최소한 12년은 지연시킬 수 있다고 한다. 신약의 주요 물질 특허가 끝나도 12년이 더 지나야, 다른 제품의 시장 판매가 가능하다는 얘기다. 이 논문의 저자들은 소소한 특허의 일부는 특허를 부여할 만한 가치가 있는지 회의적이라고 지적했다. 이미 알려진 기술과 첨가제를 사용한 것이며 새로울 게 없는 발명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이 논문에서는 이처럼 악의적인 특허 연장의 문제점을 막으려면 특허 부여 기준을 강화해 신약의 독점판매 기간이 부적절하게 늘어나지 않도록 방지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한국에서도 특허분쟁이 발생하면 복제약의 판매를 1년 동안 중지하는 조항이 내년부터 작동된다. 아직까지는 허가-특허 연계제도의 영향력을 평가할 수는 없지만, 부정적인 영향이 예견된다면 미리 대비하는 것이 좋다. 소 잃기 전에 외양간에 하자는 없는지 꼼꼼히 챙겨봐야 한다.

 

배은영 시민건강증진연구소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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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문에 소개된 논문의 서지정보는 다음과 같습니다.

  Amin T, Kesselheim AS (2012). Secondary patenting of branded pharmaceuticals: a case study of how patents on two HIV drugs could be extended for decades. Health Affairs 31(10).

 

* 더 읽어볼 거리를 아래와 같이 소개해 드립니다.

Wise J (2014). Patent wars: affordable medicines versus intellectual property rights. BMJ 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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