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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만 낙인이 사회의 비만율을 높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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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2014년 10월 1일자 [건강렌즈로 본 사회 ] (바로가기)

 

얼마 전 한 텔레비전의 예능 프로그램에서 외국인들이 취업 성형을 고민하는 한국 청년의 현실에 관해 토론하는 장면이 방송됐다. 취업난을 겪는 이 땅 젊은이들의 힘겨움과 더불어 외모 지상주의가 판치는 현실이 씁쓸하게 다가왔다.

어디 성형뿐이랴. 날씬한 몸을 향한 욕망은 지극히 정상적인 몸무게를 가진 사람도 갖가지 다이어트에 매진하게 만든다. 그리 멀지 않은 과거에는 배가 적당히 나온 ‘과체중’이 경제적 부유함의 상징이자 복스러운 이미지로 받아들여졌다. 요즘은 비만과 과체중은 게으름, 낮은 지능, 의지박약, 자기 통제력의 부족 등 온갖 부정적인 이미지로 덧칠돼 있다. 학교에서는 과체중 또는 비만 학생들이 집단 따돌림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뚱뚱함에 대한 이런 ‘사회적 낙인’이 오히려 비만 문제를 악화시킬 뿐이라는 내용의 논문이 국제학술지인 <사회과학과 의학> 최근호에 발표됐다. 이 논문은 비만과 사회적 낙인에 대한 기존의 연구 결과를 종합해 비만에 대한 낙인이 높은 몸무게를 가진 상태를 못 벗어나게 하거나 오히려 몸무게를 더 늘리는 부정적 효과를 낳는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 논문을 보면 또 다른 사람들한테서 뚱뚱하다고 인식되거나 놀림을 받는 사람들은 공공장소에서 운동하는 것을 피하고 함께하는 운동조차 꺼린다고 한다. 아울러 비만 낙인을 겪은 사람들은 그런 경험이 없는 이들보다 다이어트와 폭식을 반복하는 경향이 더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원래 폭식과 다이어트의 반복은 장기적으로 몸무게를 늘리는 결과를 낳게 되는데, 어린 시절에 낙인을 경험한 사람들일수록 그 영향이 더 컸다. 사회적 낙인 자체가 스트레스를 불러일으키고 이 스트레스가 결국 몸무게 증가로 이어진다는 설명도 있다.

오스트레일리아에서 나온 연구 결과를 보면, 먹는 습관이나 규칙적 운동 실천이 비슷한 사람들이라 하더라도 스트레스를 더 많이 받는 성인이 그렇지 않은 성인보다 체질량 지수가 더 높았다. 체질량지수는 몸무게(㎏)를 키(m)의 제곱으로 나눈 값으로 비만의 기준으로 자주 사용된다.

비만에 영향을 끼치는 사회구조적 효과도 그냥 지나칠 수 없다. 비만한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고용 또는 교육 기회가 적고, 같은 업무 성과를 보여도 소득 수준이 더 낮다. 소득 수준이 낮다는 것은 양질의 식사를 준비할 시간이 부족하고 운동에 투자할 돈이나 시간도 별로 없다는 것이다. 몸무게 때문에 받은 차별이 결국 몸무게 증가로 이어질 수 있음을 의미한다.

비만은 분명 심각한 건강 문제다. 세계보건기구(WHO)가 비만을 세계적 전염병으로 인정할 정도다. 그러나 지금까지 비만 대책은 개인의 습관 변화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는 옳은 해결책이 아니다. 개인에 대한 비난으로 비만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는 말이다. 비만 낙인은 오히려 사회의 비만율을 높이는 결과만을 가져올 뿐이다. 비만은 사회경제적 조건에 영향받는 것이라는 사실을 새롭게 인식할 필요가 있다.

패스트푸드, 탄산음료 등 몸무게 증가를 부추기는 요소가 주변에 널려 있는 상황에서, 양질의 식사와 운동을 할 돈과 시간이 없는 상황을 해결해야 한다. 비만율을 낮추려면 날씬한 몸에 대한 욕망을 부추기는 것이 아니라 적절한 규제와 지원이 필요하다.

 

배은영 시민건강진연구소(health.re.kr)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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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문에 소개된 논문의 서지정보는 다음과 같습니다.

Brewis AA. Stigma and the perpetuation of obesity. Social Science & Medicine 2014;118:152-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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