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리풀 논평

가짜 백수오 파동에서 배울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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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 백수오 사건이 마무리 단계인가 싶다. 이번에도 진짜 마무리가 아니라 관심이 줄면서 봉합되는 것이다. 그간의 경과는 널리 알려졌으니 따로 설명하지 않는다. 건강식품 관리의 난맥상에 재배 농가에 피해가 크다는 것, 그리고 홈쇼핑 업체들의 환불에 이르기까지 여러 가지 문제가 제기되었다.

제품을 산 사람, 홈쇼핑 업체, 제조회사, 재배 농가 모두가 피해를 입었다(일부는 스스로 자초한 일이다). 이런 일이야 더 이상 놀랄 일도 아니다. 그동안의 학습으로 앞으로 벌어질 일도 꽤 정확하게 예상할 수 있다.

예상하건대 다시 좋은 날을 찾기는 힘들지 않을까 싶다. 가정의 달 5월, 선물 목록의 상위를 차지하던 건강식품 전체의 매출이 줄었다 하지 않는가. 무슨 말을 해도, 진짜 백수오조차 과거의 영광을 회복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렇다면 이번 일을 어떻게 볼 것인가. 재배 농가가 낭패라는 소식이 들리지만, 그래도 제품을 산 소비자들이 가장 큰 피해를 봤다. 돈도 돈이지만, 아예 성분이 가짜라니 황당할 것이다.

근거를 잘 따져보지도 않고 소문과 유행에 목을 매는 소비자를 탓하는 목소리도 있다. 잊을 만하면 나타나는 허황된 소문에 혹하는 사람들이 안타깝긴 하다. 하지만, 건강과 질병에 대한 보통의 상식과 사회적 규범을 기준으로 할 때, 이런 일에 소비자를 비난하는 것은 가혹하다.

더구나 이번 일은 권위 있는 기관의 인정에 논문까지(오용과 남용이 있었다 하더라도), 어떤 소비자도 믿을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특별한 효능을 앞세울수록 이른바 ‘정보의 불균형’이 더욱 심해지니 처음부터 소비자에게 불리한 게임이었다.

 

공급자가 정보를 숨기거나 왜곡할 가능성을 막아야 한다는 것은 상식이 된지 오래다. 중고자동차 시장에서 사고와 고장 경력을 속이지 못하도록 개입하는 것이나 마찬가지. 이 역할을 누가 해야 하는지 다시 물어야 할까.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른 책임은 소비자가 아니라 감독관청에 묻는 것이 당연하다.

그러나 사고가 난 이후에도 가짜 백수오에 독성이 있으니 없느니 우왕좌왕하는 꼴을 보면 한숨이 절로 나온다. 본래 역할대로 감독과 관리의 의지가 있다 하더라도 능력을 믿지 못할 판이다.

다른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 이번 사고를 교훈으로 삼아 앞으로는 비슷한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촉구할 수밖에. 특히 안전에 대한 정확한 정보 제공, 그리고 엄격한 안전 규제가 중요하다.

그러나 과연 그럴 수 있을까 확신할 수 없으니 대책이란 것이 끝내 공허하다. 사실 구조를 그냥 두고 현상을 얼버무리는 것을 미봉책이라 한다. 여기서 구조란 다름 아닌 건강식품(산업)의 정치와 경제다.

 

다른 복잡한 이야기는 빼더라도, 건강식품의 핵심이 ‘산업’이라는 것이 중요하다. 원료를 재배하는 농가 소득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이번 사태의 중심에 있는 회사가 한 때 주식 시장에서 시가 총액이 1조 6천억 원이 넘었다는 사실이 산업으로서의 상징성을 나타낸다.

산업지표가 더 생생하게 말한다. 2013년 말 현재 건강기능식품의 생산액 총액은 1조 5천억 원에 가깝다(전체 시장규모는 약 1조 8천억 원 규모로 추정되었다) (2014년 8월 6일 식품의약품안전처 보도자료). 뿐만 아니라 증가 속도도 가팔라서 2011년은 전년 대비 성장률이 30%에 가까울 정도였다(식품의약품안전처가 발표한 아래 그림 가운데의 증감률 직선은 좀 이상하지만 그대로 두었다).

 

자료: 식약처(2013년 12월 31일 기준)

자료: 식약처(2013년 12월 31일 기준)
<연도별 건강기능식품 생산실적>

 

공식적으로 주무 부처인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어찌 생각하고 있을까? 앞서의 보도자료에는 부처의 이름에 들어있는 식품과 안전을 어떻게 취급하는지 그 일단이 드러난다.

“식약처는 고령화와 소득수준 향상으로 건강기능식품의 꾸준한 성장세가 이어질 것이라며, 신규 기능성 평가 체계 마련 및 기능성 원료 개발 기술지원 등을 통해 건강기능식품의 안전성과 기능성 관리 강화에 주력해 나갈 방침이라고 설명하였다.”

‘안정성’과 ‘기능성’을 말하고 있지만 ‘성장세’라는 말이 확 눈에 들어온다. 원료개발을 위한 기술지원을 하겠다는 대목도 있으니 딱 앞뒤가 맞다. 안전성은 부수적인 것일 뿐 산업정책의 지향이 완연하다.

어찌 식약처만 탓하랴. 거의 모든 것의 산업화, 경제화를 몰아붙이는 마당에 별로 힘도 없는 부처가 버티기는 어려운 일. 건강기능식품은 마침 이 목적에 딱 들어맞는 것이 아니었을까.

안전과 효능을 검증하려고 규제를 강화하는 일은 언감생심 꿈도 꾸지 못했을 것이다. 있던 규제까지 줄이고 없애겠다는 것이 박근혜 정부 국정의 시대정신이 아니던가(신의료기술의 규제 완화, 누구를 위한 것인가. 서리풀 논평, 프레시안).

이런 구조에서는 가짜 백수오 파동은 예정된 것이나 마찬가지다. 효능과 안전이 아니라 매출과 수출, 산업의 성장에만 관심을 두면 앞으로도 장담할 수 없다. 가짜 정도가 아니라 생명과 건강을 위협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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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 세 번 같은 일이 되풀이되지 않으려면 무엇을 해야 할까. 앞서 말한 처방으로 되돌아간다. 건강기능식품이 건강을 내세우는 한, 효능과 안전을 검증하고 규제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나아가 모든 것을 돈과 이윤으로 몰아가는 정치, 경제에 닿아야 한다.

아무리 고달픈 경제의 시대지만, 건강이 (적어도 매출과 성장, 주가보다는) 더 앞서는 삶의 가치임을 부인할 수 있을까. 다시, 뒤집어진 가치를 회복해 ‘평형’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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