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봄, 갑상선암 검진의 필요성, 효과성을 둘러싸고 사회적, 학술적 논란이 일었다. 갑상선 검진의 급격한 증가와 동반된 국내의 갑상선암 발생률 급증은 국제적으로도 큰 관심을 불러 일으켰다. 그동안 ‘다다익선’으로 받아들여지며 확대일로에 있던 건강검진에 대해서, 우리 사회는 역사상 처음으로 의구심을 갖게 된 것이다. 갑상선암 검진을 둘러싼 논란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한국의 건강검진 체계 자체를 비판적으로 돌아볼 필요가 있다(서리풀 논평 2014년 4월 6일. 갑상선암 논란을 보는 시각, http://health.re.kr/?p=1445).
쉽게 떠올릴 수 있는 각종 종합건강검진은 차치하더라도, 전 국민을 대상으로 이렇게 많은 건강검진이 행해지는 국가는 찾아보기 어렵다. 국가는 때가 되면 검진을 받아야 한다고 알려주고, 병원에 가보면 분야와 항목에 따라 수많은 패키지가 준비되어 있으니, 당연히 할 수만 있으면 다 검사를 하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심각한 질병을 조기 발견해낸다면 돈 들인 효과를 톡톡히 보는 것이고, 아무 이상도 발견되지 않는다면 더욱 다행이다. 국가, 기업, 개개인 모두가 ‘ㅇㅇㅇ 의 건강을 지켜줄 건강검진’을 구매하고 있다.
갑상선암 논란 당시 언론과 학계에서 주로 다루었던 부분은 검진의 과학적 근거와 사회적 손익이었다. 물론 이는 충분한 연구와 논의가 필요한 부분이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건강검진이 내포하고 있는 문제의 전모를 이해할 수 없다. 이해할 수 없으니 바꾸어낼 힘의 실마리를 찾는 것도 어렵다. 시민건강증진연구소는 여기에 의료의 상업화와 영리화라는 강력한 동력이 작동하고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한국 보건의료의 구조와 상품화 현상’이라는 주제 로 여러 차례 세미나를 진행하기도 했다.
이 연구보고서는 그러한 토론의 연장선상에서, 우리사회 건강검진 ‘산업’의 규모를 추정해보고, 이것이 어떻게 ‘산업’으로 성장해 왔는지 역사적 전개와 동인(動因)을 살펴보고자 한다. 이러한 작업이 ‘건강검진’을 넘어 건강과 보건의료의 ‘산업화’, ‘영리화’에 대한 논의를 더욱 깊고 풍부하게 만드는 데 일조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