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리풀연구통

청년이 건강해야 미래가 건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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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언론이 하루가 멀다 하고 최신 의학 기술이나 ‘잘 먹고 잘 사는 법’과 관계있는 연구 결과를 소개합니다. 대표적인 것이, “하루에 ○○ 두 잔 마시면 수명 ○년 늘어나” 같은 것들입니다. 반면 건강과 사회, 건강 불평등, 기존의 건강 담론에 도전하는 연구 결과는 좀처럼 접하기 어렵습니다.

<프레시안>과 시민건강증진연구소는 ‘서리풀 연구通’에서 격주 목요일, 건강과 관련한 비판적 관점이나 새로운 지향을 보여주는 연구 또 논쟁적 주제를 다룬 연구를 소개합니다. 이를 통해 개인의 문제로 여겨졌던 건강 이슈를 사회적 관점에서 재해석하고, 건강의 사회적 담론들을 확산하는데 기여하고자 합니다. (프레시안 기사 바로가기)


2016년 3월 통계청이 발표한 <2015년 가계 동향 자료>에 의하면 가구주가 39세 이하인 2인 이상 가구의 월평균 소득이 431만5552원으로, 1년 전에 비해 0.6%포인트 감소하였다. 전 연령대에서 유일하게 소득이 감소하였을 뿐만 아니라, 20~30대 청년 가구의 소득이 감소한 것은 사상 처음이라고 한다.

청년 세대의 소득 감소는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발표한 자료에서도 확인된다. 35세 미만 가구의 빈곤율이 2006년 10.7%에서 2014년 12.2%로 증가하였는데, 같은 기간 65세 이상 노인가구의 빈곤율(2006년 63.1%에서 2014년 63.8%로 증가)만 증가하였을 뿐 다른 연령대의 빈곤율은 감소하였다.

삶의 주기에 있어서 청년기(15세에서 24세 또는 29세)는 의존적인 아동기로부터 독립적인 생활을 영위하는 성인기로 이행하는 시기이자, 대개 의무 교육을 마친 뒤 생애 첫 직장을 찾는 시기이다. 청년들의 교육적 성취와 직업은 이후 성인기 삶의 질과 건강을 좌우할 뿐만 아니라, 그들 자녀의 건강에도 크게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청년 세대가 자신의 역량을 최대한 발휘하여 가능한 최고의 사회적 성취와 건강을 누릴 수 있는 ‘공정한’ 토대를 만들고, 청년들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공동체의 책무이자 미래 세대를 위한 매우 중요하고 효과적인 투자이다. 만약 청년 인구의 평균적인 건강 수준이 나빠지거나, 청년 집단 내에서 사회 경제적 수준에 따라 건강 불평등이 심화된다면, 이를 개선하기 위한 ‘공동체 차원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의미이다.

영국 글래스고 대학교의 ‘사회와 공중보건학’ 팀의 헬렌 스위팅과 동료 연구진은 사회 경제적 수준에 따라 청년기에 건강 불평등이 존재하는지, 만약 존재한다면 정확히 언제 나타나며, 건강 불평등의 양상은 성별에 따라 차이가 있는지 등을 확인하기 위한 연구를 수행하였다. 이들은 글래스고와 스코틀랜드 및 인근 지역에 거주하는 인구 중 1987~1988년 당시 15세인 1515명(남자 737명, 여자 778명)을 20년 동안 추적하여, 이들이 15세, 18세, 24세, 30세, 36세가 되던 시기에 맞춰 총 5차례의 조사를 실시하였다. (☞관련 자료 : The emergence of health inequalities in early adulthood : Evidence on timing and mechanisms from a West of Scotland cohort)

연구자들은 청년들의 사회 경제적 지위를 대표하는 변수로 15세 시기에는 부모의 직업 계층을(1980년 영국 통계청의 직업 계층 분류-전문직/관리자로부터 비숙련 육체 노동자까지 6단계-에 따라 부와 모의 직업 계층 중 더 높은 쪽을 선택), 18세 이후부터는 부모가 아닌 청년 자신의 직업 계층을 조사하였다.

18세 청년들의 경우 직업을 갖지 않고 학업을 지속하는 비율이 높다는 점을 고려하여 직업 계층을 4단계(전업 학생, 비육체 노동, 육체 노동, 전업 학생도 아니며 고용되지도 않은 상태)로 분류하여 조사하였다. 24세 이후 청년들의 직업 계층은 부모의 직업 계층 분류와 동일한 기준을 적용하여 조사하였다.

또 각 조사 시기마다 청년들의 신체 건강과 정신 건강을 조사하여, 사회 경제적 지위에 따라 건강 수준의 차이가 발생하는지 여부를 확인하였다. 신체 건강은 영국왕립가정의협회의 질병분류에 따라, ‘장기간 지속되는 질병, 장애 또는 허약 상태 여부’를 확인하여 조사하였다. 예를 들면, 15세 시기에 가장 흔한 신체적 건강 문제는 천식, 고초열, 편두통, 피부 질환 등이었으며 36세의 경우 천식, 편두통, 고초열, 허리 통증 및 좌골 신경통 등이었다.

정신 건강의 경우 15세 시기 조사는 일반 건강 설문지(12-item General Health Questionnaire, GHQ-12)를 사용하여 ‘정상적인 기능 수행의 어려움’, ‘괴로움’ 여부를 측정하였고, 18세 이후 네 차례 조사는 병원 불안 우울 설문지(Hospital Anxiety and Depression Scale)를 사용하여 불안과 우울증 여부를 측정하였다.

연구 결과, 15세 시기 부모의 직업 계층과 이후 각 연령 시기의 신체 건강 및 정신 건강과의 연관성은 없었으며, 부모의 직업 이외에 부모의 소득과 교육 수준, 거주 지역의 박탈 정도를 고려해도 마찬가지였다. 그 대신 청년 자신의 교육 수준 및 직업에 따른 신체 건강 및 정신 건강의 차이가 24세 시기에 나타났다. 또한 30세 시기에는 청년 자신의 사회 경제적 지위에 따라서도 정신 건강의 차이가 나타났다.

사회 경제적 지위가 청년의 신체적 또는 정신적 건강에 미치는 영향은 이전 시기의 건강 수준이 미치는 영향보다 더 강력하였고, 역으로 신체적 건강 수준이 청년의 사회 경제적 지위에 미치는 영향은 관찰되지 않았다. 그러나 정신 건강의 경우, 남녀 모두 24세 시기의 정신 건강 수준이 36세 시기의 사회 경제적 지위에 영향을 주었다. 특히 여성의 경우 24세 시기의 정신 건강은 30세 시기의 사회 경제적 지위에도 영향을 미쳤고, 이전 시기의 정신 건강 문제가 다음 시기의 정신 건강에 미치는 영향력이 남성보다 더 컸다.

연구자들의 연구 결과를 요약하면, 삶의 주기에 있어서 가장 높은 수준의 건강과 공정한 출발을 보장받아야 할 청년기에도 교육 수준, 직업 등으로 대표되는 사회 경제적 지위에 따라 건강 수준의 차이가 존재하며, 정신 건강 수준의 차이는 역으로 교육적 성취 및 직업적 성취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여성의 경우 남성보다 사회 경제적 지위에 따른 건강 영향이 컸으며, 특히 정신 건강 측면에서 더 많은 영향을 받았다. 이러한 영향은 이후의 정신 건강 및 사회 경제적 지위에도 남성보다 더 지속적으로 나타났다.

최근 한국 사회의 사회 경제적 양극화와 무한 경쟁, 나날이 늘어나는 비정규직 등 개인의 ‘노오~력’만으로 개선되기 어려운 현실은 청년의 건강과 삶을 나락으로 밀어내고 있는 중이다. 전 세계 청년 인구가 향후 2030년까지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과 달리, 한국은 저출산, 인구 고령화 등의 영향으로 청년 인구의 절대 수 및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지속적으로 감소할 뿐만 아니라 앞으로 더 급격하게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그림 1]). 우리 사회가 더 나은 미래를 소망하는 만큼 그에 비례하여 미래를 이끌어나갈 청년들의 건강이 더 소중할 수밖에 없다.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꾸어 청년들이 사회 경제적으로 보다 공정한 출발 기회를 갖도록 하는 ‘공동체 차원의’ 노력은 청년들과 우리 사회 전체 구성원 그리고 미래 세대의 건강을 향상시키는 매우 중요한 일이다!

▲ [그림 1] 청년인구 추이(2000~2030년). ⓒkosis.kr

유원섭 시민건강증진연구소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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