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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리풀연구통] 아동기의 가구 소득 변화가 훗날 정신건강에 미치는 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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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언론이 하루가 멀다 하고 최신 의학 기술이나 잘 먹고 잘 사는 법과 관계있는 연구 결과를 소개합니다. 대표적인 것이, “하루에 ○○ 두 잔 마시면 수명 년 늘어나같은 것들입니다. 반면 건강과 사회, 건강 불평등, 기존의 건강 담론에 도전하는 연구 결과는 좀처럼 접하기 어렵습니다.

<프레시안>과 시민건강증진연구소는 서리풀 연구통에서 격주 목요일, 건강과 관련한 비판적 관점이나 새로운 지향을 보여주는 연구 또 논쟁적 주제를 다룬 연구를 소개합니다. 이를 통해 개인의 문제로 여겨졌던 건강 이슈를 사회적 관점에서 재해석하고, 건강의 사회적 담론들을 확산하는데 기여하고자 합니다

 


 

아동기의 가구 소득 변화가 훗날 정신건강에 미치는 영향

[서리풀 연구통] 아동수당 도입을 환영하며

 

조원섭 시민건강증진연구소 상임연구원

 

정부는 내년부터 다섯 살 이하 어린이들에게 월 10만원씩 ‘아동수당’을 지급하기로 했다 (☞ 기사 바로 가기). 인구 감소를 방지하고 부모의 육아 부담을 줄이기 위해 아동수당을 신설하겠다는 문 대통령의 공약을 실행에 옮긴 것이다.

어린이가 행복하고 건강하게 자랄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주어야 할 책임이 단지 부모에게만 있는 것은 아니라는 주장에 점점 더 많은 이들이 고개를 끄덕이고 있다. 아동수당을 지급한다는 것은 어린이가 빈곤으로 인해 삶의 가치를 성취할 수 있는 ‘능력’의 박탈을 경험하지 않도록 (☞바로 가기) 국가와 사회가 책임지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빈곤이 어린이의 성장, 인지 발달, 행동, 정서와 사회심리적 발달, 학습과 교육, 신체와 정신 건강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점은 잘 알려져 있다.

 

미국 UCLA 대학교, 스웨덴 카롤린스카 연구소, 미국 뉴욕 대학교의 공동 연구진이 지난 3월 〈역학과 지역사회 건강 저널(Journal of Epidemiology and Community Health)〉에 발표한 논문은 기존의 연구결과들에서 한발 더 나아갔다 (☞ 논문 바로 가기)

연구진은 가구소득이 시간에 걸쳐 변화한다는 점에 관심을 두고, 가구 소득 그 자체 뿐 아니라 가구 소득의 변화 양상이 아동기 이후 정신건강과 어떤 연관성을 갖는지 확인하고자 했다. 사실 가구소득은 꾸준히 변화하고, 많은 경우 시간이 지나면서 꾸준히 상승하지만 그 정도는 상당히 다르며, 또 일부 경우에는 소득이 정체하거나 심지어 하락하기도 한다. 연구진은 1987년부터 1991년까지 스웨덴에서 출생한 534,294명을 12년 이상 추적한 스웨덴 인구 자료를 기반으로, 이 중 3-14세 아동과 이들이 속한 가구 정보를 분석에 활용하였다.

분석 결과에 의하면, 추적이 이루어진 12년 동안 가구소득의 변화 양상을 총 다섯 가지 유형으로 구분할 수 있었다. 전체 표본의 약 13%는 “감소하는” 소득 궤적 유형을 보였으며, 나머지 네 가지 유형은 모두 증가하는 양상을 보였다. 이들 네 가지 증가 궤적 유형은 소득 수준에 따라 각각 “가장 높은” (표본의 13%), “두 번째로 높은”(41%), “두 번째로 낮은” (21%), “가장 낮은” (12%) 소득 궤적 유형으로 구분할 수 있었다.

우선 소득궤적 유형별로 가구 특성을 살펴본 결과, “가장 높은” 소득 궤적 유형에서 엄마가 스웨덴 출생인 경우가 흔했고 출생 시 엄마의 나이가 상대적으로 많았으며, 부모의 학력 수준이 높은 반면 부모가 정신장애를 앓는 비율은 낮았다. 반면 “가장 낮은” 소득 궤적 유형에서는, 엄마가 외국 출생인 경우가 흔했고 부모가 정신장애를 앓는 경우가 많았으며, 부모의 학력 수준이 낮고 한 부모 가족의 비율도 높았다.

 

[그림] 아동 가구소득의 5가지 궤적 유형 (3-14세 아동)

▲ 가로축은 연령의 변화, 세로축은 소득의 변화 ⒸBjörkenstam 등 (2017)

 

그렇다면 가구소득의 궤적 유형에 따라 아동기 이후 정신장애 유병률은 어떻게 달라질까? “가장 낮은” 소득 궤적 유형과 “감소하는” 소득 궤적 유형은 아동기 이후 정신장애와 강한 연관성을 보였다. 심지어 부모의 정신장애 여부나 아동의 정신병리 상태를 보정한 후에도 이러한 연관성은 여전히 유효했다. 특히 “감소하는” 소득 궤적 유형의 경우, 정신병적 장애, 기분 장애, 주의력 결핍 행동장애 (ADHD) 위험이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가장 높은” 소득 궤적 유형에서는 유독 섭식장애만 높게 나타났다.

연구진은 이러한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일반적으로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구소득 자체 뿐 아니라 가구 소득의 궤적 또한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소득이 꾸준히 늘어나더라도 지속적으로 낮은 분위에 있는 경우, 또한 소득이 감소하는 경우는 특별히 문제라고 할 수 있었다.

사실 스웨덴은 소득 불평등과 아동 빈곤율이 전 세계에서 가장 낮은 국가들 중 하나이다 (☞ 자료 바로 가기). 연구진은 심지어 이런 사회에서조차 “모든 스웨덴 어린이들이 평등한 것은 아니다”라고 비판하면서, 어린이들이 재정적으로 안정되고 안전한 환경에서 성장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정책이 절실하다고 주장했다.

 

OECD 회원국인 한국에서 가난한 소녀들의 ‘깔창 생리대 사건’이 보도된 것이 바로 작년이다. 2013년 아동종합실태조사 자료에 의하면 아동빈곤율은 약 10% 내외이며, 기초보장제도 바깥에 있는 어린이의 숫자가 최소 50만 명 이상이라고 한다. (☞ 자료 바로가기). 이런 상황에서 아동수당 제도의 신속한 도입은 정말 환영할 만한 일이다. 이것이 단순히 저출산 대책이 아니라 발달의 권리, 보호의 권리를 비롯한 아동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디딤돌이 되어야 한다.

 

서지정보

∎ Emma Björkenstam, Siwei Cheng, Bo Burström, Anne R Pebley, Charlotte Björkenstam, Kyriaki Kosidou. Association between income trajectories in childhood and psychiatric disorder: a Swedish population-based study. Epidemiol Community Health 2017;71:648–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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