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리풀연구통

‘건강 불평등’을 정치 의제로 만들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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팥수수(시민건강연구소 회원)

 

높은 관심 속에 치러진 ‘613 지방선거(제7대 지방선거)’가 있은 지 벌써 세 달이 흘렀다. 당시 한국 건강 형평성학회(☞바로 가기)는 지역 정치에서 건강 불평등 문제가 다루어지길 바라면서 다양한 활동을 벌였다. 학회 소속 연구자들이 분석한 지역별, 소득계층별 건강 격차 프로파일을 공개하고, 국회 토론회와 언론 기고 활동, 여러 지역의 보건의료 전문가와 시민단체 활동가들이 함께 하는 간담회를 조직하기도 했다. 일부 지역에서는 건강 불평등 현황이 지역 언론을 통해 크게 다뤄지기도 했고, 또 후보자들의 공약이나 당선자들의 매니페스토에 반영되는 성과를 얻기도 했다. 이러한 활동들은 과연 의미 있는 것이었을까?

최근 미국공중보건학회지에 발표된 드렉셀 대학 연구팀의 논문(☞바로 가기 : 지역의 건강 불평등에 대한 시장과 보건국장들의 견해)은 건강형평성학회의 이러한 활동을 지지한다.

연구팀은 사회경제적 지위에 따른 건강 격차가 지역의 고질적 문제이고, 지방 정부가 이를 완화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음에도 건강 격차 해소를 위한 정책을 제대로 펼치지 못한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건강 격차를 줄이는 데 효과적인 정책을 실행하려면, 우선 대중과 정부의 정책결정자들이 건강 격차의 실태와 원인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 그러나 선행 연구 결과에 따르면, 미국 성인의 50% 정도만이 건강 격차의 존재를 알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사회경제적 조건보다는 의료서비스가 건강의 주요한 결정요인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었다. 연구팀은 일반 대중이 아니라 건강 불평등을 감소시킬 수 있는 정책을 입안하는 정책결정자들이 이 문제를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그러한 정책을 입안하고 계획을 세울 동기를 어느 정도나 가지고 있는지, 이러한 생각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무엇인지 파악하고자 했다.

연구팀은 2016년에 미국 전역 758개 도시의 시장 758명, 보건국장 424명을 대상으로 이메일과 전화를 이용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응답률은 45.2%로, 최종적으로 230명의 시장(고위 간부 대리응답 129명 포함)과 305명의 보건국장(고위간부 대리응답 204명 포함)이 설문에 참여했다.

설문 항목에는 지역에 건강 격차가 존재한다는 데 얼마나 동의하는지, 건강 격차 완화가 얼마나 가능하다고 생각하는지, 지역의 건강 격차가 얼마나 불공정하다고 생각하는지, 지방 정부의 정책이 건강 격차에 어느 정도나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소득·건강보험·교육·건강 지식·주거 조건(질)·스트레스·주거 지역(환경)·유전자 중 무엇이 건강 격차에 강력한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하는지 등이 포함되었다.

분석 결과, 시장의 42%, 보건국장의 61.1%가 자신들의 지역에 건강 격차가 존재한다는 데 강력하게 동의했다. 그러면서도 시장의 30%, 보건국장의 8%는 지방 정부의 정책이 건강 격차에 거의 또는 전혀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 믿고 있었다.

응답자의 정치적 이념에 따라 건강 격차에 대한 생각은 다르게 나타났다. 이를테면 자유주의 성향의 응답자들은 보수주의 성향의 응답자보다 건강 격차의 존재에 더 강력한 동의를 표명했다. 그리고 건강 격차가 존재하며 예방가능하고 불공정하다는 믿음은 지방 정부의 정책이 건강 격차에 의미 있는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믿음의 정도와 상관성이 있었다.

이 연구는 건강 격차에 대한 의사소통 중재와 관련하여 중요한 교훈을 준다.

우선, 다수의 지방 정부 정책결정자들이 건강 격차를 줄이기 위한 지역 정책의 잠재력을 충분히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다. 이는 지방 정부가 채택할 수 있는 특정한 정책 옵션을 충분히 탐색하고 확산시켜야 할 필요가 있음을 시사한다. 또한 건강 격차의 존재와 예방 가능성에 대한 지식이 늘어나면 정책 영향에 대한 이해를 향상시킬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둘째, 이데올로기적으로 보수적인 정책결정자들은 중도적이거나 자유주의적 정책결정자보다 건강 격차의 존재나 예방가능성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정책결정자들이 공감하기 쉬운 방식으로 메시지를 전달할 필요가 있음을 시사한다. 즉, 보수적 세계관을 가진 정책결정자들이 가치 있고 신뢰할 만하다고 여길 수 있는 근거와 방식을 활용하여 정보를 확산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셋째, 이 연구는 건강 격차의 존재와 예방가능성에 대한 이해를 높이기 위해 고안된 의사소통 중재가 정책결정자를 겨냥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즉, 건강 격차와 이를 감소시키기 위한 정책전략에 대한 정보는 지금보다 더욱 효과적인 방식으로 정책결정자들에게 전달되어야 한다.

이러한 진단은 한국 사회에도 적용될 수 있을 것이다. 국내 상황을 분석한 논문(☞바로 가기 : 건강 불평등 지식전환: 한국의 현황과 과제)에 따르면, 한국사회에서 건강 불평등에 대한 지식을 대중과 정책결정자들에게 전달하는 지식전환의 기반이 미비한 것으로 확인되었다.

중앙정부든 지방정부든 정책결정자들이 건강 불평등 문제 해결에 나설 수 있도록 학계에서는 더 나은 지식 전환과 소통의 방법을 찾고, 시민사회에서는 더욱 강력한 목소리를 내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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