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보고서

[PHI Research Report 2013-01] 내가 만드는 건강공약 연구 보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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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2년 건강정책연구센터의 프로젝트인 ‘2012 내가 만드는 건강공약’ 최종 보고서가 출간되었습니다.

요약본을 올리고, 최종 보고서를 첨부합니다.

앞으로도 시민건강증진연구소의 연구활동에 많은 참여와 관심 부탁드립니다.

2012 내가 만드는 건강공약-시민참여정책결정의 가능성과 한계

1. 연구 배경 및 목표

  보건의료정책이 시민의 삶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크며, 이들 정책이 갖는 사회적, 정치적, 윤리적 함의 또한 간과할 수 없는 바, 시민의 가치, 관점을 정책에 적극 반영할 필요가 있다. 본 연구는 시민참여의 이론적 토대를 점검하고, 국내외 다양한 시민참여사례를 통해 효과적 시민참여의 방안을 모색하며, ‘2012 내가 만드는 건강공약’ 사례를 통해 시민참여의 양적, 질적 확산을 위한 토대를 구축함을 목적으로 한다.

2. 시민 참여와 숙의민주주의의 이론적 고찰

 

  참여 민주주의와 숙의 민주주의에 대해서는 다양한 이론적 전통과 역사가 존재한다. 여기에서는 그 이론들이 현실적으로 어떻게 적용되고 해석될 수 있는가에 주목하고자 한다. 숙의와 참여에 대한 이론은 서로 비판적인 지점에 서 있기도 하였으며, 숙의 민주주의 이론가들은 대중 참여에 대해 회의적 시각을 가지기도 했다. 그러나 현재 숙의적 참여의 실제 구현 프로그램들은 대중의 사려 깊은 결정 능력에 대해 낙관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 심의의 날(Deliberation day), 시민배심원(Citizen jury), 주민참여 예산제 등은 선거상황과 복잡한 공적 사안들에 대해 임의로 선정된 시민들이 정제된 의사결정을 할 수 있다는 전제에서 출발하고 있다. 참여확대와 숙의의 질 사이의 연관성에 대해서 부정적이라고 하더라도 각기 다른 출발점으로부터 참여와 숙의는 긍정되고 있다. 참여와 숙의민주주의 이론을 다루는데 있어 견지해야 할 중요한 태도로 ‘민주주의는 과정으로 이해될 필요가 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그 이유는 한편으로 참여와 숙의가 충분히 이루어졌다고 항상 보장하기 어렵고, 검토대상이 되는 새로운 입장과 견해가 늘 새롭게 대두될 것이며, 의사결정과 판단은 고정적 실체가 아니라 점진적으로 보완, 발전, 형성되는 것이라는 실용적인 이유들 때문이다. 또한 종결된 것으로 간주된 정치적 숙의는 억압적 권위를 획득할 수 있다는 점이다. 숙의의 결과는 언제나 가변적이고 잠정적이라는 유보적 태도를 가져야 정당성이 억압의 명분으로 이용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민주주의는 인간사회의 역동성과 비례해서 변화한다고 할 수 있다. 민주주의는 성취해야 할 어떤 단계 혹은 획득될 수 있는 고정된 실체가 아니라, 그 작동 자체가 목적이 되고 과정 자체가 결과가 되는 것이다. 그런 이유로 가장 좋은 민주주의는 어제의 민주주의를 폐기할 수 있는 민주주의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점은 참여의 과정이 연속적이어야 함과 더불어 의사결정이 언제든 재고되고 변경될 수 있는 유연성과 개방성을 갖고 있어야 함을 의미한다.

3. 시민참여 유형과 사례

 

 시민참여 모델은 여론조사에서부터, 공청회, 포커스그룹 인터뷰, 시민배심원에 이르기까지 실로 다양하다. Sheedy(2008)는 정책결정단계를 의제 설정, 분석, 설계, 중재, 평가로 나누고 각 단계마다 유용한 참여기법, 고려해야할 사항 등을 정리하여 제시한 바 있다. 자세한 내용은 다음과 같다. 우선, 의제 설정단계에서는 심의적 여론조사, 21세기 타운미팅 등을 적절한 참여기법으로 제시한다. 두 번째, 분석 단계에서는 시민배심원, 시민합의회의 등을 적절한 참여기법으로 제시하였는데, 이들 기법은 모두 심도 있는 토론과 탐구를 허용하는 방법이다. 세번째, 설계단계에서는 대안적 정책제안을 평가하고, 실행가능한 정책 문서를 개발하는 것이 목적인데, 이 단계에서는 21세기 타운미팅, 합의회의, ChoiceWork Dialogue 등의 방법을 사용할 수 있다. 네 번째, 프로그램을 실행하는 단계에서는 정책에 대한 대중의 인식과 지지를 제고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며, 공청회나 주류언론을 통한 참여기법이 선호된다. 그리고 평가단계에서는 사회적 모니터링, 스코어카드와 같은 참여기법을 선택한다.  국내외 대표적 시민참여사례로는 다음과 같은 것이 있다. 시민배심원제도는 시민 배심원 참여의 질을 제고한 프로젝트로, 인구학적 대표성을 확보한 18~24명의 시민 패널들이 4-5일간 함께 모여, 공적으로 중요한 이슈를 검토하게 되는데, 배심원으로 활동하는 동안 다양한 전문가 증인들로부터 정보를 제공받게 되며, 상호 토론을 거쳐, 배심원 권고안을 작성. 시민배심원 방식을 채택한 대표적 사례로 영국 NICE의 시민위원회, 캐나다 온타리오주의 시민위원회를 들 수 있다. 주민참여
예산제도는 우리나라에도 이미 도입된 제도로 시민참여의 대표적 사례중 하나이다. 브라질 포르투 알레그레는 완전한 형태의 시민참여를 처음 실시한 곳으로 1년 동안 동네단위의 회합에서부터 시 전체를 포괄하는 회합까지 일련의 회합이 이어지며, 이 과정에서 지출 우선순위가 있는 항목들을 발굴하고, 지역을 대표하는 대의원들을 선출하며, 항목간 우선순위를 설정하는 일들이 이어진다. 참여예산제 도입 후 공공투자의 증가가 있었다고 하고, 특히 가난한 계층의 생활조건이 향상되었다고 함. 참여의 폭과 깊이라는 점에서도 성공적인 것으로 평가된다(이정훈, 2011). 그 외 선거제도 개혁을 논의한 브리티쉬콜롬비아의 시민의회, 21세기 마을회의의 사례도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1990년대 말부터 과학기술분야를 중심으로 수차례 시민합의회의가 개최되었으며, 2007, 2010년에는 건강보험 보장성을 주제로 한 시민위원회가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 주최로 진행되었다. 2012년에는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보장성강화 우선순위 결정을 목적으로 국민참여위원회를 개최한 바 있다.

4. 시민참여를 통한 건강공약 개발

 대한민국 대통령 선거 정책공약은 직접 선거로 치러진 14대 대통령선거부터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다. 직접 선거이후 나머지 대통령 선거에서는 후보와 소속정당들이 경쟁적으로 수많은 선거공약을 제시하였다. 하지만 이들 공약은 실현성이 없거나, 때로는 실현의지 조차 없는 이른바 공약(空約)이었다. 이에, 2004년 총선부터 시민사회단체는 메니페스토 운동을 통해, 선거과정에 제시된 정책 공약이 당선 이후 실천 과정에서 시민들의 의사를 반영하며 실천하고 있는지와 공약이행여부를 분석하기 시작하였다. 이에, 정당들도 정책공약을 제시함에 있어, 정책 공약 제기 배경, 구체적 실현 방안, 소요 재원, 재원 조달방안 등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2002년 16대 대통령선거부터 시민사회단체들이 직접 보건의료분야 비젼과 정책공약을 제시하며 목소리를 내기 시작하였다. 또한, 선거 메니페스토 운동은 선거과정에서도 정책공약이 유권자들의 의사를 반영하는지에 대한 평가가 필요하다고 제안하고 있지만, 시민들이 직접 정책공약에 참여하는 구체적 방안을 제시하지는 못하고 있다.
보건의료 분야 정책공약의 개발, 작성, 토론, 평가는 정치인, 정당, 전문가의 몫이었다. 특히, 보건의료 분야 정책공약은 전문가와 이익단체의 영향을 받아 왔다. 유권자가 선거의 주인이라 말하지만, 실상 유권자들은 정당과 후보측이 제시한 공약을 바탕으로 투표권을 행사하는 것 이상으로 후보와 정당의 공약에 실질적으로 간여할 수 없었다.

5. ‘2012 내가 만드는 건강공약’

‘2012 내가 만드는 건강공약’은 총 39명의 시민 참여자들이 모여 ‘시민의 공약’이라는 이름으로 15가지 보건의료 정책을 제안한 자리이다. 5개월 간의 사전 준비 과정을 거쳐 2012년 10월 13일에 행사를 개최하였다. 참여자들은 전국의 일반 시민을 대상으로 공개모집하였고, 보건의료계 관계자는 참여대상에서 제외하였다. 이 행사는 대선 후보자들이 제시하는 공약을 소비하는 객체가 아니라, 삶의 경험을 통해 구현하는 생생한 목소리가 바탕이 된 ‘생활의제’로서 의 건강공약을 만드는 자리로서의 의미가 있었다. 1부와 2부로 나뉘어진 행사에서 시민들은 민주적 의사소통 방식을 학습하였고, 참여를 통해 공약을 만드는 과정 자체에 긍정적 의미를 부여했다. 시민들에게는 사전, 사후 설문조사를 통해 행사를 평가받았고, 이 과정에서 시민들은 앞으로 보건의료 정책에서의 시민참여의 필요성을 적극적으로 제기하였다. 앞으로 공적 의사결정 과정에서도 시민참여를 위한 다양한 기회들이 마련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6. 결론


 ‘2012 내가 만드는 건강공약’은 참여시민 모집과정에서 많은 어려움도 있었지만, 시민의 참여 의지, 참여 역량을 확인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진행과정을 평가하자면, 개인의 경험에서 문제를 출발하였기 때문에 비교적 활발한 토론 참여를 유도할 수 있었고, 발언기회를 골고루 제공하였으며, 동적인 활동을 통해 참여 시민의 집중도를 높이는 효과도 있었다. 그러나 애초에 많은 관심을 두었던 ‘숙의’가 충분히 이루어졌는지는 다소 회의적이다. 내용적인 측면에서 보았을 때는 상대적으로 정책 영역에서 소외되었던 ‘시민참여의 제도화’라든지, ‘여성건강관리시스템의 필요성’이 많은 참가자들의 공감을 얻었다는 점은 특기할만 한 사항이다.  ‘2012 내가 만드는 건강공약’과 같은 방식은 여러 가능한 시민참여 방식의 하나에 불과하다. 다양한 단위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시민참여가 활성화됨으로써 우리 사회 전반의 ‘참여역량’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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