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 기고문

[고래가 그랬어: 건강한 건강수다] 여름이 무서운 사람들

739회 조회됨

<어린이 교양잡지 “고래가 그랬어” 186호 ‘건강한 건강 수다’>

글: 김대희 삼촌, 그림: 박요셉 삼촌

김대희 삼촌은 응급실에서 일하는 의사예요. 어떻게 하면 사람들이 덜 아플 수 있을지 고민이 많아요.

 


날씨가 조금씩 더워지고 있어. 이제 곧 여름인데, 어떻게 보낼 거야? 방학도 있으니까 바닷가나 계곡에서 물놀이도 하고, 여행도 가고, 여러 가지 체험 학습도 하고…. 많은 동무에게 여름은 생각만 해도 즐거운 계절일 거야. 하지만 여름이 다가오는 게 무서운 사람들도 있어.

 

정확히 말하자면 더위가 무서운 거야. 에어컨도 있고 선풍기도 있는데 더위가 왜 무서운지 모르겠다고? 우리 몸은 추위와 마찬가지로 더위에도 예민하게 반응해. 추워지면 몸이 떨리면서 열을 올리려고 애를 쓰는 것처럼, 더워지면 저절로 땀이 나서 열을 낮추려고 하지. 그런데 어린이나 노인, 오랜 병을 앓고 있는 사람처럼 몸이 약한 경우에는 이런 반응이 상대적으로 충분치 않아. 그래서 ‘온열 질환’이라는 위험한 병에 걸리기 쉬워.

 

이 병은 보통 여름철 무더위가 계속 이어질 때 잘 걸려. 온열 질환에 걸리면 처음에는 어지럽고, 비 오듯 땀을 흘리고, 열이 나. 그러다가 토를 하기도 하고, 쉴 새 없이 온몸이 떨리기도 해. 심해지면 의식을 잃고 혼수상태에 빠지거나 아주 심하면 죽을 수도 있어서 각별히 주의해야 해. 땀이 나지 않는 온열 질환인 ‘열사병’도 있어. 열이 40도 넘게 오르고, 사망할 가능성도 높아서 가장 위험해. 온열 질환은 무엇보다 예방이 가장 중요해. 목이 마르지 않아도 물을 자주 마시고, 가볍고 밝은색 옷을 입는 게 좋아. 볕이 뜨거운 오후 12시부터 4시까지는 밖에서 활동하기보다 실내에서 휴식을 취해야 해. 어쩔 수 없이 나가야 할 때는 바람이 잘 통하는 옷을 입고, 챙이 넓은 모자를 쓰고, 마실 물을 챙겨서 다녀야지. 카페인이 들어있는 콜라나 초콜릿은 되도록 먹지 않는 게 좋아. 그럼에도 불구하고 온열 질환에 걸린 것 같다면, 주저하지 말고 곧장 119에 신고해야 해. 그 뒤에는 젖은 물수건이나 찬물을 이용해서 몸을 식혀주는 것도 잊지 말고.

 

 

사실, 온열 질환은 앞에서 말한 주의 사항만 잘 지킨다면 충분히 막을 수 있어. 그런데 왜 더위를 무서워하는 사람이 ‘여전히’ 있을까? 우리 주변에는 한여름 뙤약볕 아래에서도 일해야만 하는 사람들, 선풍기나 에어컨 없이 찜통 같은 좁은 방에서 잠을 청해야만 하는 사람들이 있어. 더위 때문에 몸이 아파도 주변에 도움을 청할 대상이 없는 사람도 있고. 이들에게 더위는 ‘피하고 싶어도 도저히 피할 수 없는 거’야.

 

작년 한 해 동안 온열 질환으로 사망한 사람은 48명이었어. 조사를 시작한 뒤로 가장 많은 수였지. 그런데 그렇게 죽은 사람의 대부분은 혼자 살고, 한낮에도 일해야만 했던, 가난한 사람들이었대. 건강 보험이 없어서 아파도 마음대로 병원을 갈 수 없었던 경우도 절반 가까이 되었다고 해. 이 사람들은 여름이 정말 무서웠을 거야. 기상청은 올해 여름 기온이 다른 해보다 높고 비도 적게 올 거래. 누군가에게 올여름은 더욱 무서운 계절이 되겠지. 동무들, 온열 질환 주의사항을 잘 지키는 거, 잊지 마. 그리고 주변에 있는 더위가 무서운 사람들에게 관심을 가지면 어떨까?

 


어린이 교양잡지 ‘고래가 그랬어’에 연구소 회원들로 구성된 필진이 통권 178호부터 다시 연재를 시작했습니다.

필자 구성은 다음과 같습니다. (연재 순서대로)

 

김유미(동아대학교 예방의학과)

박진욱(계명대 공중보건학과)

김성이(시민건강연구소)

전수경(노동건강연대)

오로라(시민건강연구소 회원)

류재인(경희대학교 치의예과)

권세원(중앙자살예방센터)

김대희(인천성모병원 응급의료센터)

 

5월 ‘건강한 수다’ 필자는 김대희 회원입니다.

시민건강연구소 정기 후원을 하기 어려운 분들도 소액 결제로 일시 후원이 가능합니다.

추천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