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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 WHO 결의문: 제약자본의 비밀 전략에 맞설 수 있는 출발점은 국가의 투명성 전략이다 (2019.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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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보건총회 뜨거운 감자를 잡다

지난 5월 20일부터 28일까지, 제72차 세계보건총회(WHA)가 열렸다. 세계보건총회는 전 세계 194개 회원국에서 파견한 각국 대표가 참여해서 건강과 관련한 주제를 논의하고 전반적인 정책을 결정하는 세계보건기구(WHO) 최고 의결 기관이다. 이번 총회에서는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킨 매우 뜨거운 이슈를 다루었는데 바로 의약품, 백신 그리고 여타 보건의료 제품들에 대한 시장의 투명성 증진에 관한 것이었다.

 

투명성은 누군가에게는 생명줄이다

의약품을 비롯한 보건의료 제품들의 연구, 개발, 임상시험, 생산, 가격, 특허 자료에 대한 전반적인 투명성은 각국에서 보건의료정책을 수립, 집행하는데 있어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일례로 하나의 의약품을 생산하기 위해 공적 자금이 얼마나 투여되었는지, 개발비가 얼마인지는 그 의약품의 가격을 결정하는데 핵심적인 정보이다. 또한 제약자본이 부풀리고 은폐하고 있는 각 국가의 가격 정보가 왜곡된 채로 다른 국가에 전파되고 있는 현재 상황에서 ‘투명한’ 가격 정보는 누군가에게는 생명줄이 될 수 있다. 국내에서도 최근 게르베의 리피오돌, 고어사의 인공 혈관 등의 문제가 발생하였으나 제약사가 주장하는 가격 정보 이외에는 근거로 삼을만한 자료가 없음이 드러났다. 미국의 경우 실제 약가는 공시 약가의 50%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제약사 임원들의 고백이 나오고 있으나 그 실체는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세계보건총회, 전 세계 민중의 건강을 위해 투명성을 요구하다

최근 각 국가마다 치솟는 보건의료비용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얼마 전 미국에서 허가받은 척수성 근육 위축증 치료제인 ‘졸겐스마’의 경우 약가가 25억 원에 육박하면서 가격 문제가 단지 개발도상국에만 국한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전 세계가 똑똑히 목도하였다. 이에 세계보건총회에서는 보건의료 제품들에 대해 다양한 측면에서 투명성을 확보하는 것이 전 세계 민중의 건강 증진에 핵심적이라는 판단 하에 다음과 같은 결의안을 채택하였다.

 

세계보건총회는 회원국들이 각 국가의 규정에 맞춰 다음 사항을 이행할 것을 촉구한다. 

첫째, 보건의료제품에 실제 지불한 가격을 공적으로 공유할 수 있는 방안을 세울 것.

둘째, 시판 허가에 도움이 되지 않는 정보라 할지라도 임상 시험 결과 데이터, 임상 시험 비용 등에 대한 내용을 더 널리 알릴 수 있도록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것.

셋째, 보건의료제품 판매자가 판매 수익, 가격, 판매량, 마케팅 비용 등에 대한 정보를 제대로 보고하도록 협력해서 일할 것.

넷째, 보건의료제품의 특허와 시판허가 상황에 대한 정확한 공적 보고를 촉진할 것.

다섯째, 보건의료제품의 개발 생산을 위한 국제적인 협력 연구를 통해 각 국가의 역량을 증진시킬 것.

 

죽음의 수레바퀴를 멈추라

환자를 치료하는데 쓰이는 약과 백신과 기술들이 수십억을 호가하는 사치재가 되어가고 있다. 그 대부분은 실체가 없는 가격들이지만 이를 참조할 수 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국내에서도 제약사들의 요구에 맞춰 약가를 부풀려 발표하는 위험분담제(RSA)가 시행되고 있다. 한국의 부풀려진 약가는 일본, 중국 등이 가격을 결정하는데 참조가격이 되고 그 가격들은 다시 유럽에도 영향을 주어 돌고 돌아 다시 한국 약가를 높이는데 일조한다. 죽음의 수레바퀴를 돌리듯 제약사의 요구에 맞춘 비밀 약가 정책이 결국 모두의 목줄을 죄고 있는 것이다.

 

박능후 장관은 이제 직접 보여줄때다

박능후 장관이 세계보건총회에서 이야기했듯이, 그리고 이번 세계보건총회가 의결했듯이, 환자들의 생명을 살리기 위해서는 투명성이 확보되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국제적인 공조가 필수적이다. 이제 실천할 때가 되었다. 투명성을 강화할 수 있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국내법에도 도입하고 당연히 환급형을 포함한 위험분담제도 전면재검토 해야 한다. 자본의 비밀 전략에 맞설 수 있는 출발점은 바로 국가의 투명성 전략이다.

박능후 장관은 제약산업과 의료기기산업에 대한 규제는 완화가 아니라 강화해야 한다는 국제적 요구를 받아들여야 한다. 최근 인보사 게이트에 대한 대응은 현 정부의 투명성 증진과 규제강화 의지를 보여주는 바로미터가 될 것이다. 시민사회와 국제사회가 한국의 정책 방향을 두 눈 부릅뜨고 지켜보고 있다는 점을 정부는 명심해야 할 것이다.

 

2019. 06. 04.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시민건강연구소

 

(첨부 1) 제72차 세계보건총회(WHA) 의제 11.7 논의를 위한 사무총장 보고서 “의약품과 백신에 대한 접근”
(첨부 2) 제72차 세계보건총회(WHA) 의제 11.7 결의문 “의약품, 백신 그리고 여타 보건의료 제품들에 대한 시장의 투명성 증진”
(첨부 3) 제72차 세계보건총회(WHA) 한국 정부 주최 부대행사 제안서 “의약품, 백신 그리고 여타 보건의료 제품들에 대한 접근: 보편적 건강보장 달성을 위해 감당가능한 가격의 양질의 제품을 보장하기 위한 다차원적 접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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