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리풀 논평

정부가 가로막는 원격의료 발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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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확하게 말하면 ‘원격의료 발전’이라기보다 ‘원격의료 활용’이다. 어디 원격의료만 그런가. 새로운 지식과 기술이 사람들을 위해 쓰일 기회는 많다. 아니, 그런 기술은 사람들의 고통을 줄이고 사회 문제를 줄이는 데 이바지해야 한다. 마땅히 발전해야 한다.

그러니 이 정부가 다시 꺼내든 원격의료 카드는 답답함을 넘어 분노를 일으키기에 족하다. 그동안의 논의에서 배운 것이 하나도 없을 뿐 아니라 무엇이 잘못되었는지도 모르는 듯하다. 아직도 일부 직종(주로 의사)의 이기적인 반발 때문이라 생각하면 오산도 그런 큰 오산이 없다. 이대로 가다가는 사회의 집합적 성취인 진보, 기술이 가치를 보일 기회도 잃을 판국이다.

 

새로운 원격의료 추진은 몇 가지 상징적인 변화(?)가 있다. 첫째는 ‘규제자유특구’에서 ‘디지털헬스케어’를 표방하는 점. 원격의료에 관계가 있는 규제를 모두 풀고 디지털기술을 개발한다는 목표를 분명히 했다고 본다. 최소한의 공공성 논리도 생략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환자와 그들의 편의, 건강관리, 의료인과 의료기관에 대한 접근성은 결재서류의 장식용 꾸밈말처럼 앙상하다. 말만 ‘헬스케어’이지 기술과 산업을 키운다는 목표가 선명하다. 그쪽 말로 하면 환자와 의사며 강원도 지역은 ‘테스트 베드’ 노릇을 해야 한다.

 

 

둘째 변화는 추진 부처가 보건복지부가 아니라 중소벤처기업부라는 사실. 벤처에 기업을 키우겠다는 부처니 아예 노골적으로 산업과 수익과 경제를 드러낸 셈이다. 뭐라도 돈이 될만한 것을 찾는 지방 정부의 몸부림까지 결합한 터(기사 바로가기), 참으로 시장적이고 정말로 산업적이다.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전일 브리핑에서 “지방에 신산업과 관련한 덩어리 규제를 풀고 재정을 지원해 지역경제를 육성하는 규제자유특구가 오늘 첫 단추를 꿰었다”며 “혁신기업이 활발하게 창업하고 자유롭게 신기술을 활용하는 환경을 조성해 제2의 벤처붐으로 연결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기사 바로가기)

 

이 <논평>을 통해 여러 차례 주장했듯이 현재의 원격의료 모델은 건강을 위해서도 산업발전을 위해서도 ‘지속가능성’이 없다(논평1, 논평2). 건강이나 의료와는 아예 상관이 없지만, 유감스럽게도 그들이 말하는 돈벌이 산업이 될 가능성도 전무하다.

“해보지도 않고…”라는 말이 귀에 들리는 것 같다. 제발 과학기술을 두고 가장 비과학적인 논리를 주장하지 말라. 개발독재 시절의 유산이 아직도 통하니 딱하다. 우리가 모르는 내밀한 과학적 근거가 있으면 지금이라도 보여 달라. 건강과 의료이용 향상은 바라지도 않는다. 돈벌이가 될 수 있다는 근거!

별 근거도 없이 밀어붙이는 정책, 논리적 정합성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사업, 비즈니스 모델도 불분명한 산업발전이란, 그저 뭐라도 해야 한다는 심산, 아니면 기껏해야 숙원 사업을 처리했다는 면피용 국정 운용이 아니던가.

지금대로 원격의료를 추진하면, 아니 다른 뭐라도 의료 영리화·산업화를 추진하면 결과는 뻔하다. 아무것도 이루지 못할 뿐 아니라 사람들에게, 환자에게, 건강보험에, 사회와 나라 전체에 해롭다. 인보사 사건에서 정말 배운 것이 없단 말인가. 이건 그것과는 다르다고 말하지 말라, 기본 구조는 완전히 같다.

 

왜 모두를 위해 나쁜 정책이고 사업인가?

첫째, ‘정상대로 해서는’ 경제와 성장의 동력이 될 수 없다. 벤처붐이 일어날 가능성도 전무하다. 환자를 진단하고 진료하는 데 원격의료는 최대한이 보조수단이다. 새로 ‘원격의료 시장’을 만든다 해도, 모든 사람이 쓰는 휴대전화 모든 가정에 있는 텔레비전과는 시장규모를 비교할 수 없다.

 

둘째, 수익 모델이 뻔하다. 지금 생각할 수 있는 경로는 아무리 많이 잡아도 너덧 가지, (1) 건강보험에 들어가는 것, (2) 주식시장(예를 들어 코스닥), (3) 이미 수익이 있는 상품에 부가가치용으로 판매하는 방법, (4) 기술 수출이나 외국 진출 등이다.

(1) 그 논란 많은 규제완화는 그렇다 치더라도 건강보험 재정이 어떻게 되겠는가. 의료와 관련된 모든 기술이 건강보험에 들어가려고 온갖 노력을 다할 때, 건강보험 재정을 감당할 수 있을까? 막상 중요한 진료나 서비스가 재정 때문에 우선순위가 밀릴 때 그 손해는 누가 보나 하는 것이 더 심각하다.

(2) 주식시장에 들어가는 시나리오는 금융자본주의 또는 투기 자본주의의 전형이다. 투자자들에게 미래의 꿈(“섬 주민도 집에서 진단과 치료를 받을 수 있는 세상”)을 팔고 투자를 받아 수익을 올린다. 더 흔한 시나리오는 금융자본과 투기 자본은 스톡옵션이니 뭐니 해서 중간에 이익을 실현하는 것. 최악은 그 흔한 ‘먹튀’다. 지금 원격의료를 통한 ‘지역경제 육성’. ‘창업’, ‘벤처붐’이 목표로 삼은 것이 이것인가?

(3)은 예를 들어 휴대폰에 센서를 붙여 심장박동수나 무슨 수치를 재겠다는 것이리라. 휴대폰, 홈 오토메이션, 자동차, 사물 인터넷, 의료장비 등에 뭔가를 붙일 수 있을 것이다. 원격의료가 다른 산업과 자본의 마중물 노릇을 하는 꼴이다.

문제는 여러 가지다. ‘OO 왓치’에서 보듯 기술과 시장규모가 얼마나 될까? 게다가 무슨 임팩트가 있으려면 문제는 다시 (1), (2)로 돌아간다. 더 중요한 것은 ‘의료화’, 또는 그를 넘어 그 소비가 자본 축적의 새로운 수단으로 쓰인다는 것이다. 최종 희생과 이익은 누구 몫인가?

(4)는 길게 말할 필요가 없지 않을까 싶다. 자신이 있으면, 가능성이 있다면, 국내에서 이러고 있을 이유가 없다. 규제니 건강보험이니 말하지 말고, 규모가 백배 천배 더 큰 외국 시장에 바로 도전하시라. “국내에서 더 시험하고 다듬어…”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면, 그건 이미 약하다는 의미다. 더 느슨한 조건에서 국내만 어떻게 해보겠다는 생각이면 비윤리적이 아닌가.

 

정작 가장 중요한 문제는 원격의료의 본래 가치, 사람들의 건강관리와 의료 제공을 보조하고 지원하는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사람을 위한 기술이 개발되는 것이 아니라, 기술에 사람을 맞추겠다는 것이 지금 원격의료의 실상이다(간호사가 건강관리를 하는 것이 아니라 환자와 원격의료를 중계하게 생겼다).

오지에 있는 환자를 모니터링하고 진료하는 것도 꼭 그 모양이다. 이들의 건강을 관리하고 삶의 질을 높이는 데 꼭 필요한 외부 지원, 인력, 체계, 그리고 그에 필요한 기술이 뭔지, 논리의 순서가 이래야 한다.

 

인구가 적고 고령화가 심각한 지역, 의사와 병원은 적고 교통도 나쁜 곳, 만성질환 관리가 어렵고 응급진료와 이송은 더구나 힘든 지역. 진정 주민과 사람들을 위해 누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 지금 가용한 기술은 어느 단계 누구에게 도움이 될까? 어떻게 사용할까?

그것을 원격의료라 부르든 아니든 그것은 그다음 문제다. 사람과 환자를 가장 중심에 두고 여기서 출발해야 기술이 살아난다. 결국은 원격의료 기술도 다음 단계로 발전할 수 있고, (잘하면) 국제 경쟁력이 있는 기술도 나올 수 있을 것이다.

 

사람들의 고통과 희망에서 출발하기를 다시 촉구한다. 예를 들어 이런 지역에서 기초 보건의료체계를 어떻게 갖추고 유지할지 그것이 더 급하다. 응급의료체계를 어떻게 할 것인가. 산전관리와 분만은? 의사나 간호사는 어떻게 구하려고.

원격의료는 그를 위해 봉사해야 한다. 그래야 사람이 살고 지역이 살아나며, 그래야 원격의료도 제 가치를 보일 수 있다. 그러자면 오로지 한 가지 방도밖에 없다. 시장과 산업이 아니라 공공성과 공공개발, 공공투자 모델로 전환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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