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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적 참여의 불평등”은 건강에 해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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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레 (시민건강연구소 회원)

 

 

선거권은 민주주의 사회에서 모든 국민이 가장 손쉽게 행사할 수 있는 정치적 권리의 하나이다. 이렇게 되기까지 세계 곳곳에서 많은 이들이 피를 흘리기도 했다. 힘들게 얻어낸 권리이지만, 현실에서는 이를 행사하지 않는 이들도 많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조사에 의하면 투표를 하지 않는 이유는 여러 가지이다. 투표를 해도 바뀌는 것이 없어서, 정치에 관심이 없어서, 개인적 일이나 출근 때문에.,. 개인적 이유도 있지만, 제도적 요인 혹은 정치적 효능감의 문제도 연관되어 있다. 투표 참여 여부는 개인의 선택으로 보이지만, 투표율의 분포는 사회적으로 유형화된다. 그리고 투표 참여율로 대변되는 정치적 참여는 우리의 삶에 커다란 영향을 미친다.

 

영국과 네덜란드 공동 연구팀이 <사회과학과 의학(Social Science & Medicine)> 최근호에 발표한 논문 “정치적 참여의 불평등은 건강불평등을 설명할 수 있는가”는 정치적 참여와 건강의 관계, 특히 참여의 불평등이 어떻게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지 다루고 있다.

연구팀은 17개 유럽 국가를 대상으로 고등교육 이수자 대(對) 중등교육 이하 이수자들의 투표율 비를 산출하고, 총 사망, 암, 심혈관질환으로 인한 사망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로 학력에 따른 사망률 비를 계산했다. 그리고 이들 지표 사이의 연관성을 분석한 결과, 학력에 따른 투표율 격차가 늘어날수록 총 사망률이 늘어나는 것을 확인했다. 또한 투표 참여율의 불평등이 심할수록 학력에 따른 사망 격차도 커졌다. 예컨대 학력에 따른 투표율 격차가 1% 감소할 때, 사망비는 남성 0.13, 여성 0.06 만큼 줄어들었다. 이러한 결과는 국내총생산, 사회지출, 소득불평등 등 사망률과 관련된 변수들을 고려하고 난 후에도 여전히 유효했다.

 

연구진은 이러한 결과를 설명하기 위한 사례로 브렉시트(Brexit)를 언급했다. 정치적 참여의 불평등이 불러온 정치적 혼란을 잘 보여주기 때문이다. 브렉시트에 기여한 요인은 여럿이지만 브렉시트에 반대하는 젊은 세대의 투표율이 낮았다는 점도 중요한 점으로 꼽히고 있다 (관련기사: 어른이 미래 망쳤다지만 투표는 안한 젊은 층). 젊은 세대의 낮은 투표율은 이들에게 가장 불리한 결과를 가져왔다.

 

민주주의가 건강에 이로운 이유 중 하나는 그것이‘다수에게 유리한 정책’을 펼치는 토대가 되기 때문이다 (관련 글 “민주주의는 건강에 이롭다”). 그러나 정치 참여가 평등하지 않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정치적 참여의 불평등은 다양한 자원의 재분배를 결정짓는‘정책적 선택’에 불평등한 영향을 미치고, 이러한 자원의 불평등한 분배는 결과적으로 건강불평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즉, 정치적 참여의 불평등은 건강불평등의 ‘원인의 원인’인 셈이다.

 

선거철만 되면 투표율을 높이기 위한 방안들이 강구되지만 좀처럼 나아지지 않고 있다. 1980년 이후 선진국의 투표율은 계속해서 감소 중이며, 사회경제적 열세에 있는 이들일수록 투표율이 낮다. 한국 사회도 이 문제에서 자유롭지 않다. OECD 국가 중 한국의 투표율은 최하위권에 속하며, 소득계층 간 투표율 격차도 가장 큰 편이다 (관련기사: 투표율도 부익부 빈익빈… 투표 외면하는 저소득층). 항상 그런 것은 아니지만, 정치인과 정부 관료는 유권자의 목소리가 큰 정책에 우선순위를 두기 마련이다. 정치적 참여의 불평등은 사회 불평등의 결과이기도 하고, 다시 사회 불평등을 심화시키는 원인이기도 한다. 순서가 무엇이든 간에, 현실에서는 학력이나 소득, 사회경제적 지위에 따른 정치적 참여의 불평등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절실하다. 정치적 참여의 불평등 해소는 건강불평등을 완화하는 데에도 중요하다는 점에서 특히 그렇다.

 

 

* 서지정보

Reeves A, Mackenbach J. Can inequalities in political participation explain health inequalities? Social Science & Medicine 2019;234 https://doi.org/10.1016/j.socscimed.2019.112371

 


수많은 언론이 하루가 멀다 하고 최신 의학 기술이나 ‘잘 먹고 잘 사는 법’과 관계있는 연구 결과를 소개합니다. 대표적인 것이, “하루에 ○○ 두 잔 마시면 수명 ○년 늘어나” 같은 것들입니다. 반면 건강과 사회, 건강 불평등, 기존의 건강 담론에 도전하는 연구 결과는 좀처럼 접하기 어렵습니다.

<프레시안>과 시민건강연구소는 ‘서리풀 연구통通’에서 매주 목요일, 건강과 관련한 비판적 관점이나 새로운 지향을 보여주는 연구 또 논쟁적 주제를 다룬 연구를 소개합니다. 이를 통해 개인의 문제로 여겨졌던 건강 이슈를 사회적 관점에서 재해석하고, 건강의 사회적 담론들을 확산하는데 기여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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