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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의 건강권, 청소년의 정치 참여가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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팥수수 (시민건강연구소 회원)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에 대한 논란이 좀처럼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무엇보다 후보자 검증 과정에서 드러난 자녀교육과 관련한 ‘합법적’ 특혜가 논란의 중심에 있다. 학교와 전문가인 학부형이 협력하여 학생들의 전문성 함양을 도와준다는 ‘학부형 인턴쉽 프로그램(참고 기사: 조국 딸에겐 특별한 무엇이 있다?) 등 대입 관련 각종 엘리트 프로그램의 존재에 꽤 많은 사람들이 놀랐고, 아득한 박탈감을 느꼈다. 시사인 기자는 한 웹진에서 로버트 D. 퍼트넘의 ‘우리아이들’을 인용•소개하며, 어떤 부모에게 태어나느냐에 따라 아동이 경험하는 사회경제적 불평등뿐 아니라 정치적 평등성까지 손상된다는 점에 안타까움을 표했다 (글 바로가기).

“교육받고 부유한 부모들은 일반적으로 사회학자들이 ‘약한 유대 관계’라고 부르는 것, 즉 다른 사회 분야의 지인들(정신과 의사, 교수, 경영인, 친구의 친구 등)과 광범위한 관계를 맺고 있다. 사회적 유대의 범위와 다양성은 사회 이동과 교육적, 경제적 진출을 위해 특히 소중하다. (중략) 가난한 부모와 그들의 자녀에게는 간단히 말해 이러한 것에 대한 접근 자체가 불가능하다.” (로버트 D. 퍼트넘, 2017, 303쪽)

 

우리 사회에는 사회경제적 자본, 문화적 자본이 별로 없는 부모를 둔 탓에 대입전형에 유리한 자원에 접근하지 못하는 청소년, 그리고 아예 대입전형과 무관한 삶을 살아가는 청소년이 엄연히 존재한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이런 청소년, 청년이 다수일텐데, 어쩐지 이번 논란에서 그들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조금 덜 가진 엘리트 청년들이 ‘공정성’을 요구하며 조금 더 많이 가진 엘리트를 비판하는 목소리만 높을 뿐이다. 대입제도와 교육정책에 대한 청소년들의 목소리가 정치에 반영될 기회도 마땅치 않다.

 

청소년의 입장과 목소리가 제도적으로 반영되기 위해서는, 선거를 통한 정치적 발언과 참여가 매우 중요하다. 최근 국제학술지 <국제환경연구와 공공보건>에 실린 은상준(2019)의 연구는 청소년의 정치 참여가 건강에도 중요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이 연구는 2005~2016년 한국청소년건강행태조사와 사망자료 등 여러 국가통계자료를 활용하여 정치적 결정요인과 청소년 개인의 자살위험 사이의 연관성을 평가했다. 자살위험은 자살시도와 우울증 증상으로 정의했고, 정치적 결정 요인은 두 가지로 구분했다. 우선 기간 효과 (period effect) 요인으로는 모든 세대가 동일한 시기에 경험하는 대통령직의 변화를 변수로 활용했다. 故노무현(2005-2007, 대통령 임기는 2003년 시작함) 대통령 임기를 ‘자유주의’ 시기로, 이명박(2008-2012) 대통령 임기를 ‘1차 보수주의’ 시기로, 박근혜(2013-2016) 대통령 임기를 ‘2차 보수주의’ 시기로 정의했다. 또 다른 정치적 결정요인 코호트 효과(cohort effect)는 각 출생 세대가 공유하는 대학입시 정책의 변화로 구성했다. 한국은 중앙집권적인 대통령제 하에 지방정부의 정치력이 약하며, 대학입시 제도는 전체 교육시스템 뿐 아니라 청소년의 삶에 강한 영향을 미치는 정책이다.

분석 결과, 기간효과로 보면 보수성향의 대통령이 집권한 동안 청소년 자살위험이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결과는, 보수정권이 자살률을 포함한 인구 건강 악화와 연관되어 있다는 선행 연구들로부터 벗어난다. 저자는 이러한 결과가 자살예방정책의 성과일 것으로 추정한다. 이전의 다소 진보적인 정부가 자살예방정책의 토대를 마련하기는 했지만, 주요 정책들은 1차 보수정권 시기동안 궤도에 올랐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2008-2009년 금융위기와 사회적 불안감의 증가로 자살율 증가가 우려되면서 정부 차원의 대응이 필요했던 것도 관련 있을 것이다. 또한 2012년 선거로 대통령이 바뀌었지만 정권의 본질은 비슷했기 때문에 기존 정책을 뒤엎지 않고 자살율 감소 정책 실행은 계속될 수 있었다.

한편 이러한 긍정적 기간효과와 달리, 보수정권은 청소년 자살위험에 부정적인 코호트 효과를 보였다. 즉 보수정권의 대학입시정책에 영향을 받은 청소년 세대에서 자살 시도와 우울증 위험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치와 청소년의 삶은 매우 동떨어진 것처럼 보이지만, 이렇게 정권의 속성이 청소년의 자살위험에 의미있는 영향을 미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저자는 이러한 결과를 통해, 청소년들이 자신의 정신건강에 유리한 정책을 집행하는 정치 세력을 선택할 수 있도록, 이들의 정치적 참여를 장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경남학생인권조례가 본회의에서 논의조차 되지 못하고 도의회 교육위원회에서 부결되는 일이 또다시 발생했다 (기사 바로가기: 경남학생인권조례는 자동폐기되었다). 전국적으로 청소년에게 투표권을 보장해달라는 요구가 있지만 이 역시 여전히 묵살되고 있다. 청소년에게 그들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정치집단을 선택할 자유가 주어져야 한다. 더 이상 청소년의 정치 참여를 막아서는 안 된다.

 

* 서지정보

Eun, S. J. (2019). Contextual association between political regime and adolescent suicide risk in Korea: a 12-year repeated cross-sectional study from Korea. International journal of environmental research and public health, 16(5), 874.

 


수많은 언론이 하루가 멀다 하고 최신 의학 기술이나 ‘잘 먹고 잘 사는 법’과 관계있는 연구 결과를 소개합니다. 대표적인 것이, “하루에 ○○ 두 잔 마시면 수명 ○년 늘어나” 같은 것들입니다. 반면 건강과 사회, 건강 불평등, 기존의 건강 담론에 도전하는 연구 결과는 좀처럼 접하기 어렵습니다.

<프레시안>과 시민건강연구소는 ‘서리풀 연구통通’에서 매주 목요일, 건강과 관련한 비판적 관점이나 새로운 지향을 보여주는 연구 또 논쟁적 주제를 다룬 연구를 소개합니다. 이를 통해 개인의 문제로 여겨졌던 건강 이슈를 사회적 관점에서 재해석하고, 건강의 사회적 담론들을 확산하는데 기여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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