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 기고문

[고래가 그랬어: 건강한 건강수다] 가습기살균제 사건 – ‘아기도 안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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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교양잡지 “고래가 그랬어” 191호 ‘건강한 건강 수다’>

글: 전수경 이모, 그림: 박요셉 삼촌

 

이모는 ‘사회적 참사 특별조사위원회’라는 곳에서 일하고 있어. 정식 명칭은 ‘가습기살균제 사건과 4·16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야. 2018년 11월부터 활동을 시작한 국가 기구지. 이모는 여기서 사회적 참사가 다시 일어나지 않으려면 어떤 법과 제도를 고쳐야 할지 조사하고 대안을 찾는 일을 해. 내년 12월이면 활동 기간이 끝나기 때문에 그 전에 더 많이 조사하고 개선하고 싶어서, 마음이 바빠.

 

2014년에 일어난 세월호 참사는 다들 잘 알고 있을 거야. 가습기살균제 사건은 들어봤는지 모르겠어. 겨울에 집안이 건조하면 가습기를 틀잖아. 항상 물이 들어있기 때문에, 안쪽에 때가 잘 생겨서 자주 닦아주어야 해. 세정제를 넣어서 관리하는데 그걸 가습기살균제라고 해. 지금은 팔지 않지만, 몇 년까지만 해도 많은 사람이 사서 썼어. 대기업에서 만든 데다가 ‘친환경’ ‘아기도 안심’ ‘사람에게 무해’ 같은 말이 적혀 있으니 안전하다고 생각했지.

 

그런데 실제로는 그렇지 않았어. 세정제 속에 있는 화학물질이 사람 몸에 무척 해로웠거든. 아무것도 모른 채, 세정제 화학물질이 섞인 습기를 마신 거야. 가습기는 보통 아기나 노인이 있는 집이나, 병원에서 많이 쓰잖아. 그래서 피해가 더욱 컸어. 세정제를 사용한 사람 중에 숨쉬기가 힘들어지고, 기도나 폐가 망가지는 이들이 점점 늘어났어. 사망한 사람이 한국에서만 1천 명이 넘어. 이것도 밝혀진 피해자의 수이고, 더 많을 거야. 엄청난 비극이지.

 

세정제에는 옥시·애경·롯데·이마트·홈플러스·엘지의 상표가 붙어 있었어. 원료를 만든 회사는 SK였지. 친숙한 이름이지? 이들은 제품이 안전하다고 광고했지만, 정작 사람이 세정제가 섞인 습기를 마셨을 때 어떤 영향이 있는지 제대로 검사하지 않았어. 검사를 하고도 위험하다는 걸 숨긴 과학자들도 있었고, 수사를 피하려고 엄청난 돈을 쓴 기업도 있어.

 

 

지금도 수사는 계속되고 있어. 어떤 기업은 대표가 감옥에 가고, 어떤 곳은 이제야 재판을 받고 있지. 기업의 경영진은 카메라 앞에서 고개를 숙이며 “피해자에게 사죄를 드린다.”라고 말했어. 하지만 법정에서는 몸에 해가 되는지 몰랐다, 의학적으로 증명되지 않았다며 무죄를 주장하고 있어.

요즘 이모는 기업에 대해 자주 생각해. 우리는 기업이 만든 물건이 없으면 살 수 없잖아. 물건을 만들어 팔고, 이윤을 남기는 게 나쁜 일도 아니고 말이야. 하지만 가습기살균제 사건을 보며, 이 기업들은 무엇을 잊고 무엇을 건너뛰었기에 이런 비극이 일어난 건지 마음이 복잡해.

기업의 광고를 보면, 파란 하늘, 웃는 사람들, 행복한 미래 같은 장면이 나와. 소비자는 그걸 보고 친근감을 느끼기도 하고 신뢰가 생기기도 해. 사실 그 이미지 뒤에는 감춰진 게 참 많아. 물건을 만드는 노동자가 있고, 재료를 공급하는 공장이 있고, 광고하고 진열하는 시장이 있고, 사용하는 소비자가 있고, 관리하는 정부가 있지. 이제부터는 기업 이야기만 듣고 믿지 말고, 다양한 관계의 다른 목소리에도 귀 기울여야 보자. 무엇보다 우리 안전을 위해서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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