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리풀연구통

기후 위기와 감염병 위기,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다

280 views

 

이도연 (시민건강연구소 회원)

 

 

코로나19가 전세계를 휩쓸고 있다. 세계보건기구는 전세계 유행(pandemic)을 선언했다. 한국에서 확진자 증가세는 주춤해졌지만 이 사태가 장기화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매번 특성이 조금씩 다르기는 하지만, 감염병의 세계적 유행은 처음 있는 일이 아니다. 2015년 메르스, 그 이전에 사스, 신종플루, 조류독감 등 크고 작은 감염병 유행이 끊이지 않았고,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특히 인수공통감염병의 증가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크다. 인간 활동 때문에 야생동물의 서식지가 줄어들고 동물과 인간의 접촉면이 넓어져서 생긴 결과로 해석된다. 인간이 환경과 지구생태계에 미친 영향이 감염병 유행이라는 결과물로 인간에게 다시 돌아오고 있다. 환경과 생태계를 파괴하는 인간의 활동은 기후 위기를 불러왔고, 기후 위기가 다시 감염병 유행에 기여하고 있다.

 

이번 주에 소개하는 논문은 미국과 남아프리카공화국 연구진의 공동연구결과로 기후변화가 어떻게 감염병 위험 증가로 이어질 수 있는지 예측한 결과를 보여준다. (논문 바로가기: 기후 변화와 동반된 숲모기 매개 바이러스의 지구적 확산과 재분포).

연구팀은 뎅기열, 치쿤구니야 바이러스, 지카 바이러스 등 숲 모기가 매개하는 바이러스 감염병의 전파 위험이 기후 변화로 인해 더 높아진다고 이야기한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우선 현재 기후 상황에서 숲모기 두 종류(흰줄숲모기, 이집트숲모기)에 의한 누적 월간 전파 위험도를 측정하고, IPCC(Intergovernmental Panel on Climate Change, 기후변화에 대한 국가간 협의체) 보고서에서 제시한 기후변화 시나리오에 따라 2050년과 2080년의 위험을 각각 예측했다.

 

우선 현재 상황을 보자면, 흰줄 숲모기와 이집트 숲모기 모두 열대지방에서 전파력이 높았고, 많은 온대 지역에서는 전파력이 높지 않은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온대지역에서도 1년 중 6개월 동안은 숲모기가 서식하고 숲모기 매개 질환도 전파된다. 이렇게 보자면 60억 명의 사람들이 숲모기 서식 지대에 살고 있는 것이다.

 

2050년에는 온도 상승으로 인해 숲모기 서식지가 더욱 확장될 것으로 전망된다. 많은 온대지역에서 1년 중 1~2개월이 추가적으로 숲모기 서식에 적합한 기후 상태가 될 것이며, 이전까지는 숲모기 위험에서 자유로웠던 저온의 고위도 지역도 위험에 노출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열대지역에서는 숲모기 서식에 적정한 온도보다는 기온이 더 상승하는 지역도 생겨날 것이고, 이 경우 숲모기 서식지는 줄어들 것이다. 2080년이 되면, 흰줄 숲모기는 대부분의 온대지역에서 서식할 것으로 전망되는 반면 이집트 숲모기는 아마존 등의 지역에서 서식지가 감소할 것으로 예측된다. 종합하면, 두 종류의 숲모기에 노출되는 인구 수는 2050년까지 점점 늘어날 것이며, 이집트 숲모기에 대한 노출이 흰줄  숲모기 노출보다 더 심각할 것으로 예측된다.

 

지역별로도 기후변화 속도에 따라서 미래 위험도가 달라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반적으로 숲모기 매개 감염병의 전파 위험이 높아지지만,  유럽, 동아시아, 중미, 동아프리카의 고지대, 미국과 캐나다 지역에서 특히 위험이 높아지는 것으로 예측되었다. 서아프리카와 동남아시아 지역은 기온이 너무 높아져서 숲모기 서식지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기에, 전파 위험도 다소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이런 예측은 그저 예측일 뿐이고 실제 어떻게 될 지는 알 수 없다고 이야기한다. 정해진 미래가 아니라 인간의 활동과 기후변화 진행 속도에 따라서 얼마든지 위험도는 낮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매개체인 숲모기의 분포가 실제 감염병으로 이어지기까지는 강수량 패턴의 변화, 사회경제적 발전, 영양, 건강 관리 접근, 토지 이용, 도시화, 매개체와 바이러스 적응 온도 등이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기후 변화 완화를 위한 인간의 전략이라고 연구팀은 이야기한다.

 

우리는 감염병 유행을 겪으면서 사람들 사이에 모두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제 한걸음 더 나아가, 인간과 지구 생태계는 너무도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고 이러한 생태계를 위험에 빠뜨렸을 때 인간 또한 안심하고 살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기후 위기에 대한 전지구적 대응과 실천이야말로 가장 중요한 공중보건 정책 중 하나이다.

 

서지정보

Ryan, S. J., Carlson, C. J., Mordecai, E. A., & Johnson, L. R. (2019). Global expansion and redistribution of Aedes-borne virus transmission risk with climate change. PLoS neglected tropical diseases, 13(3).

 


수많은 언론이 하루가 멀다 하고 최신 의학 기술이나 ‘잘 먹고 잘 사는 법’과 관계있는 연구 결과를 소개합니다. 대표적인 것이, “하루에 ○○ 두 잔 마시면 수명 ○년 늘어나” 같은 것들입니다. 반면 건강과 사회, 건강 불평등, 기존의 건강 담론에 도전하는 연구 결과는 좀처럼 접하기 어렵습니다.

<프레시안>과 시민건강연구소는 ‘서리풀 연구통通’에서 매주 목요일, 건강과 관련한 비판적 관점이나 새로운 지향을 보여주는 연구 또 논쟁적 주제를 다룬 연구를 소개합니다. 이를 통해 개인의 문제로 여겨졌던 건강 이슈를 사회적 관점에서 재해석하고, 건강의 사회적 담론들을 확산하는데 기여하고자 합니다.

시민건강연구소 정기 후원을 하기 어려운 분들도 소액 결제로 일시 후원이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