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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 코로나 시대, 보건정책만으로 건강수준 향상은 불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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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랑경 (시민건강연구소 회원)

 

 

코로나19 판데믹으로 일자리를 잃거나 경제적 어려움을 겪은 이들은 살고 있는 주거 공간까지 잃을 수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사회경제적으로 어려운 여건에 처한 이들일수록 코로나 19 감염에 구조적으로 더욱 취약하며, 주거 보호가 이 문제를 해결하는 한 가지 해법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하기도 한다(☞관련 논문 바로가기). 주거 안정성은 단순히 쉴 곳을 마련한다는 의미를 넘선다. 거주자들에게 사회적 네트워크 구축할 기회를 제공하고, 주거 마련과 관련한 재정적 ·인지적 부담을 완화함으로써 건강 개선에도 기여할 수 있다. 이는 코로나 19 판데믹 이후 건강 증진에 대한 논의가 의료 영역을 넘어서야 한다는 주장과 맞닿아 있다(☞관련 논문 바로가기).

 

최근 뉴욕대학 공동연구팀이 국제학술지 <사회과학과 의학 – 인구집단 건강 Social Science and Medicine – Population Health>에 발표한 논문은 공공주택 거주와 당뇨병 발생 사이의 연관성, 그리고 당뇨병 발생에 대한 주거 안정성의 영향을 확인했다(☞바로 가기: 뉴욕시 공공주택 거주자 사이에서 주거안정성과 당뇨병).

 

연구팀은 2004-2016년의 세계무역센터 건강등록체계(Word Trade Center Health Registry) 자료를 활용했다. 이 등록체계는 2001년 9월 11일 뉴욕시 세계무역센터에서 발생한 테러 상황에 노출되었던 사람들의 신체적·정신적 건강상태를 모니터하고 평가하기 위한 것으로, 총 네 차례에 걸쳐 자료 수집이 이루어졌다. 분석 대상에는 2004년 현재 뉴욕시 공공주택에 거주하는 730명과 공공주택에 거주하지 않으면서 공공주택 거주자들과 연령, 교육, 소득 분포 등이 비슷한 대조집단 730명까지 총 1,460명이 포함되었다. 이들은 1차 자료 수집단계에서 모두 당뇨병에 걸리지 않았던 사람들로서, 2-4차 자료 수집에서 당뇨병이 발생하는지 여부를 살펴보았다.

주거 안정성은 12년 동안 거주지 이동 횟수로 측정했으며, ① 안정적인 주택 거주자, ② 불안정한 주택 거주자의 두 군으로 구분했다. 당뇨에 대한 공공주택과 주거 안정성의 영향을 설명하기 위해 사회 자본의 역할도 함께 탐색했다. 이를 측정하기 위해 지난 30일 동안 지역사회 단체 활동에 참여여부, 지난 12개월 동안 스트레스 받을 만한 상황에 놓였던 경험 등을 묻는 문항을 사용했다.

 

분석 결과는 다음과 같다. 우선 주거 안정성 패턴의 경우, 안정적인 주택 거주자는 12년 동안 이사를 거의 하지 않았고, 불안정한 주택 거주자는 평균 4번 이사를 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공공주택에 거주자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주거 안정성이 높았다. 이는 집세가 비싸기로 악명 높은 뉴욕 시에서 공공주택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임대료를 유지한 것과 관련 있어 보인다. 한편 공공주택과 당뇨병 발생의 연관성을 살펴본 결과, 공공주택 거주가 당뇨병 발생 위험을 감소시키는 효과는 확인할 수 없었다. 그러나 이사를 많이 한 사람들 중에서, 공공주택에 거주했던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이들에 비해 당뇨병 발생 위험이 높게 나타났다. 연구진은 공공주택에 머무르지 못하고 이사한 사람들의 스트레스 수준이 높고 지역사회 활동 참여가 더 낮은 결과에 비추어볼 때, 공공주택 붕괴로 인해 새로운 곳으로 이전하여 생활터전을 마련하는 것은 사회통합을 해치며, 사회적 지지를 훼손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주거 안정성 확보는 공공주택 거주자들이 지역 내에서 사회적 네트워크를 형성하도록 돕고, 나아가 당뇨병 발병도 완화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공공주택 거주자들의 주거 안정성 향상은 저소득 거주자를 위한 공공 ‘건강’정책의 하나로 우선적 고려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현재 서울시와 경기도는 공공주택 혹은 기본 주택이라는 이름으로 시민들의 주거 보장 정책을 펼치고 있다. 30년 이상의 장기임대주택 마련해 주거 안정성을 보장하겠다고 한다 (☞기사 바로 가기: 이재명 “‘기본주택’, 부동산 불균형 해소 발판 될 것”). 장기적인 주거 안정 정책은 환영할만하고, 더욱 확대되어야 한다. 이는 주거권 보장을 넘어서 사람들의 건강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업의 ‘편익’을 평가할 때에도 건강 영향을 좀더 적극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 건강문제의 많은 부분이 보건의료 바깥의 ‘사회적 결정요인’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 주거정책, 교육정책, 노동정책 등 다양한 사회정책들이 건강에 미치는 파급 효과에 좀더 관심을 가져야 한다.

 

  • 서지정보

Lim, S., Liu, S. Y. S., Jacobson, M., Poirot, E., Crossa, A., Locke, S., … & Farquhar, S. (2020). Housing stability and diabetes among people living in New York city public housing. SSM-Population Health, 100605.

 


수많은 언론이 하루가 멀다 하고 최신 의학 기술이나 ‘잘 먹고 잘 사는 법’과 관계있는 연구 결과를 소개합니다. 대표적인 것이, “하루에 ○○ 두 잔 마시면 수명 ○년 늘어나” 같은 것들입니다. 반면 건강과 사회, 건강 불평등, 기존의 건강 담론에 도전하는 연구 결과는 좀처럼 접하기 어렵습니다.

<프레시안>과 시민건강연구소는 ‘서리풀 연구통通’에서 매주 목요일, 건강과 관련한 비판적 관점이나 새로운 지향을 보여주는 연구 또 논쟁적 주제를 다룬 연구를 소개합니다. 이를 통해 개인의 문제로 여겨졌던 건강 이슈를 사회적 관점에서 재해석하고, 건강의 사회적 담론들을 확산하는데 기여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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