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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IN:김명희의 건강정치노트]근로복지공단 문턱을 넘지 못한 이들의 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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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내내 꽃길만 걸어온 사람이라면 모를까, 본인이든 주변 사람이든 일을 하다 다치거나 아팠던 경험이 누구나 한 번쯤은 있을 것이다. 성인 대부분이 하루의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곳이 일터이니 말이다. 나만 해도 전공의 때 지독한 몸살감기에 해열제를 계속 먹으며 일하다가 독성 간염에 걸린 적이 있다. 시험문제에도 곧잘 출제되는 전형적인 약물 과다복용 부작용이었다. 당시 국제 학술세미나 준비를 맡아서 해야 할 일이 산더미였고, 약의 성분 따위에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심지어 간염 의심 증상이 나타나고도 설마 하며 하루를 더 버티다 결국 응급실을 찾았다. 검사 결과를 확인한 내과 전공의 친구가 화들짝 놀라 급히 입원 수속을 진행하며 말했다. “야, 이거 산재 아니냐?”

 

결론부터 말하자면, 당시 나는 산재보험을 청구하지 않았고 진지하게 고려하지도 않았다. 끙끙 소리가 절로 나올 만큼 아팠지만 입원해서 쉴 수 있다는 것만으로 만족했다. 일주일 입원한다고 임금이 깎이는 것도 아니고, 보복이나 해고를 당할 염려도 없었으며, 병원비가 엄청나게 많이 나온 것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병실에 모여서 수다를 떨던 전공의들에게 산재보험은 고단한 우리 처지를 보여주는 ‘웃픈’ 농담의 소재일 뿐, 손에 잡히는 그 무엇이 아니었다.

……

 

 

(시사인 673호, 기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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