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도연(시민건강연구소 회원)
지난주부터 코로나19 확산세가 커지며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화되고 있다. 3-4월에도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가장 치명적인 피해를 입었던 건 언제나 그렇듯이 가장 자원이 없는 사람들이다. 가뜩이나 기후위기로 인한 긴 장마로 인한 피해가 복구되지 않은 상황에서 코로나19가 다시금 확산되어 그 피해가 더 심해질 것이 걱정이다. 경제활동의 위축으로 인한 경제적 피해, 돌봄 공백으로 인한 일상생활의 어려움, 의료이용의 제약으로 인해 의료이용의 불평등 강화, 비대면 교육 강화로 인해 부모의 자원에 따른 교육 불평등 심화 등은 외부에서 아무런 개입이 없을 경우 더 심해질 것이다.
코로나19로 인해 가장 자원이 없는 사람들이 고통받는 것은 전세계가 다 마찬가지일 것이다. 이에 코로나19 유행 상황에서 자원이 부족한 이민자 가족에 대한 연대를 통해 피해를 줄였던 사례가 있어 소개한다(https://onlinelibrary.wiley.com/doi/epdf/10.1111/famp.12578).
미국 캘리포니아 대학에서는 지역사회와 협력해서 학생들이 운영하는 무료 진료소 사업을 진행했다. 이 진료소에서는 지역사회에서 건강보험이 없어 의료이용을 할 수 없는 환자들을 진료하였고, 지역사회와 협력하여 인도주의적 의료를 제공하는 데 관심있는 학생들에게는 훈련의 장이 되었다. 이 진료소에서는 주로 멕시코 출신 라틴계 사람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하고, 주로 정신건강서비스를 제공하였다.
이 진료소가 있었던 샌디에고 지역은 코로나 감염률이 낮았음에도 불구하고 코로나19의 피해는 히스패닉과 흑인 인구가 더 크게 입었다. 히스패닉은 인구의 34%를 차지하지만 코로나 환자의 67%를 차지하였고, 흑인과 히스패닉의 감염률은 백인 인구의 감염률에 비해 각 2배와 4배였다. 이런 코로나 감염의 불평등은 흑인과 히스패닉이 처한 사회경제적으로 취약한 조건을 반영한다. 그 뿐 아니라, 이민자들이 처한 주거환경, 직업 불안정, 언어 및 문화 차이 등의 상황은 이들의 불안을 강화시킨다.
이런 상황에서 이 진료소 팀이 접근한 정신건강관리 방식은 이런 불안을 감소시키는 데 도움이 되었다. 코로나19 상황에서 진료소 팀은 환자 집으로 약물 및 음식 전달을 하며, 정신건강관리와 정서적 지원을 지속적으로 제공했다. 환자들의 식량 불안이나 재정, 주택, 교통수단 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른 단체와 협력해서 지원하기도 하였다. 정신건강서비스 팀은 정신건강서비스를 제공할 때도 다양성을 존중하며, 역량강화를 지원하는 방향으로 접근한다. 이런 방식은 이민자들이 처한 경제적으로 소외되고 차별 받는 절망적 상황에서 힘을 실어주는 효과가 있다. 당사자의 목소리와 경험을 중심에 두고 문화와 맥락을 고려하는 해결 방법을 찾는다. 이런 방식으로 접근했을 때, 정신건강서비스에 대한 접근성을 증대하고 서비스의 지속적 이용이 가능하다고 하였다.
코로나19 상황에서 사회적 거리두기가 시행되면서 기존에 대면으로 진행되던 방식을 지속할 수가 없게 되었지만, 진료팀은 진료소 운영을 중단하지 않고 상황에 적응하면서 서비스 제공을 지속하고, 라틴계 이민자들이 고립되지 않도록 하며, 지지와 유대를 계속 가지기 위해서 노력했다. 장소와 시간의 유연함에 적응하고, 관계의 촉진자로서 지역사회 연결망을 활용하며, 여러 언어와 여러 문화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필요할 경우 통역을 할 수 있는 사람의 도움을 받는 등 여러 방법으로 진료를 지속하기 위해 노력했다. 또한 코로나19 이전에 운영되었던 자조모임을 코로나19 상황에서도 사회적 거리를 두면서 유지하거나 혹은 전화 등 다른 방법으로 소통을 지속하고자 노력하였다.
한국에서 많은 공공기관들은 사회적 거리두기를 위해 제공하던 서비스를 중단하는 결정을 내렸다. 그 와중에도 많은 민간단체들은 서비스가 축소되더라도 중단하지는 않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사회적 지원이 중단되었을 때 가장 취약한 입장에 처하는 사람들이 가장 고립된다는 점을 고려할 때, 사회적 지원을 중단하지 않기 위한 이 진료팀의 노력은 참고할 만하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필요한 시기일수록 사회적 연대가 더욱 필요하다.
참고문헌
Falicov, C., Niño, A., & D’Urso, M. S. (2020). Expanding Possibilities: Flexibility and Solidarity with Under Resourced Immigrant Families During the Covid‐19 Pandemic. Family process.
수많은 언론이 하루가 멀다 하고 최신 의학 기술이나 ‘잘 먹고 잘 사는 법’과 관계있는 연구 결과를 소개합니다. 대표적인 것이, “하루에 ○○ 두 잔 마시면 수명 ○년 늘어나” 같은 것들입니다. 반면 건강과 사회, 건강 불평등, 기존의 건강 담론에 도전하는 연구 결과는 좀처럼 접하기 어렵습니다.
<프레시안>과 시민건강연구소는 ‘서리풀 연구통通’에서 매주 목요일, 건강과 관련한 비판적 관점이나 새로운 지향을 보여주는 연구 또 논쟁적 주제를 다룬 연구를 소개합니다. 이를 통해 개인의 문제로 여겨졌던 건강 이슈를 사회적 관점에서 재해석하고, 건강의 사회적 담론들을 확산하는데 기여하고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