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체제’가 자리잡아 1년 사이 우리의 일상은 이전과 완전히 달라졌다. 전 세계인이 마스크를 착용하고, 타인과 거리를 두게 됐다. 생명을 지키기 위해 변화한 생활 양식은 여파를 키우고 있다. 식당은 줄줄이 문을 닫았고, 사람 간 교류는 희미해졌다. 여행업과 자영업을 중심으로 한 경제 기반이 줄줄이 박살나면서, 코로나19로 인한 인명 피해 못잖게 큰 사회·경제적 피해가 장기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로 드러난 부족한 공공의료체제, 격리시설의 감염병 취약성, 사회적 대응체제, 국가재정, 장애인의 건강문제, 비정규직의 노동권 보호, 기후위기, 강대국의 백신 사재기, 인종차별의 문제가 어떤 식으로든 해결 방안을 찾아간다면 이후 한국은 코로나19 이전과 완전히 다른 세상이 될 것이다. 코로나19 이후 더 좋은 변화를 고민해야 할 때다. <프레시안>은 시민건강연구소와 함께 각 분야 전문가의 힘을 빌려 여러 산적한 문제의 대안을 들여다보는 기획 ‘포스트 코로나의 대안’을 마련했다.
김명희 (국립중앙의료원 공공보건의료연구소 연구원, 시민건강연구소 회원)
수도권의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조치가 오는 14일까지 2주 더 연장되었다. 많은 이들이 2주마다 반복되는 정부의 방역조치 단계 발표에 귀를 기울인다. 일상생활, 혹은 생계와 밀접한 관계가 있기 때문이다. 지금은 모두에게 너무나 익숙한 용어가 되었지만, 불과 1년 전만 해도 ‘사회적 거리두기’는 학술논문에나 언급되는 ‘social distancing’의 낯선 번역어였다.
신종 감염병이기에 누구에게도 항체가 존재하지 않고, 백신과 치료제도 개발되지 않은 상황에서 코로나19 유행 통제는 오로지 공중보건 개입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신속한 검사와 접촉자 추적, 격리가 한 축이라면, 손 씻기, 마스크 착용, 사회적 거리두기가 또 다른 한 축이다. 후자의 조치들은 정부의 노력만이 아니라 시민들의 협조와 참여가 절대적이다. 이러한 조치들을 ‘비약물적 중재(non-pharmaceutical intervention)’라고 지칭하는데, 성격 상 ‘복잡한 사회적 중재(complex social intervention)’에 해당한다. 이는 엄격하게 통제된 실험실 환경에서, 어떠한 목적의식이나 의지가 없는 피 실험 대상자들에게 연구자가 정해진 프로토콜에 따라 일방적으로 중재를 가하는 것과 전혀 다르다.
사회적 중재는 다른 많은 외부적 요인들이 이미 존재하는 개방된 사회 안에서 이루어지며, 자기의지를 가진 수많은 사람들의 행동에 따라 실행의 수준이 달라진다. 많은 이가 깜빡 하고 수칙을 잊어버릴 수 있고, 열심히 실천하려 했지만 주어진 환경 때문에 그대로 실행에 옮기지 못하는 경우도 있으며, 수칙의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거나 때로는 일부러 수칙에 반하는 행동을 할 수도 있다. 이를테면 작년 여름 광화문 집회 참여자들처럼 정부 방역 지침을 의도적으로 위반하고 다른 사람들을 위험에 빠뜨리는 행동도, 바람직하지는 않지만 사회적 중재에서 있을 법한 결과이다.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하는 사람들은 항상 있어왔다. 그런가 하면 임종이 임박한 위독한 노부모를 만나기 위해 자가격리 지침을 위반했다가 벌금형을 선고받은 시민의 안타까운 상황 역시 복잡한 현실의 일면이다. 사람들 모두가 백퍼센트 따르는 정책이란 존재할 수 없고, 어떤 정책이든 예상치 못한 부수적 피해가 따를 수 있으며, 물리적 강압과 처벌로도 사람들을 움직이지 못하는 경우가 드물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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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시안 2021.3.4. 기사 바로가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