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 기고문

[고래가 그랬어: 건강한 건강수다] 스마트폰 만들다 쓰러진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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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교양잡지 “고래가 그랬어” 208호 ‘건강한 건강수다’>

 

글: 전 수경, 그림: 박 요셉

 

알바하러 갔다가 시력을 잃게 된 이모·삼촌들의 이야기 들어본 적 있니? 5년 전에 일어났지만 아직도 끝나지 않은 일이야. 잠시라도 곁에 없으면 멘붕에 빠질 것 같은 스마트폰, 동무들도 갖고 있니? 없는 동무도 있겠지.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부품을 만드는 작은 공장이 있어. 하청 공장이라고 해. 삼성·LG·애플 같은 큰 회사는 기술을 갖고 있고, 직접 물건을 만드는 건 대부분 하청 공장에서 해. 큰 하청 공장은 다시 작은 공장들에 부품 생산을 맡기고, 작은 공장들은 인터넷에서 알바를 모집해 부품을 만들지. 스마트폰 모델이 바뀌면 부품을 바꿔야 하는 일이 잦잖아. 그러니 작은 공장들은 사람을 직접 고용하는 것보다 일이 많아지면 많이 뽑아서 쓰다가, 일이 줄면 내보내고 싶어 해. 이렇게 회사 마음대로 사람을 쓰면 일자리가 필요한 사람들은 생활을 예측하기가 어렵고 임금도 낮아지니까 정부가 제도를 만들어서 감독하지.

 

 

오늘 이야기할 사건은 인터넷으로 공장 알바를 구해 일하러 간 20대, 30대 이모·삼촌들에게 일어난 일이야. 그저 알바라고 가볍게 생각하고 갔는데, 시력을 완전히 잃는 일이 일어났어. 스마트폰을 만들려면, 설계대로 부품을 틀에 찍어내고 부품을 세척하는 과정을 거치는데, 이때 화학 물질을 많이 써. 부품을 알코올에 담갔다가 꺼내는 공정에서, 상대적으로 안전한 에탄올을 쓰지 않고, 값이 조금 더 싼 메탄올을 썼대. 이모·삼촌들은 메탄올 용액에 부품을 세척하면서 보호 장비 없이 맨몸으로 일했고, 메탄올 수증기가 피부와 눈에 닿게 되었어. 메탄올은 시신경을 상하게 해서 시력을 앗아가는 독성이 강한 물질이야. 공장에서 일하던 사람들이 쓰러지고 병원에 실려 갔어. 눈을 떴을 때는 앞이 보이지 않게 되었지. 여섯 명의 이모·삼촌들이 시력을 잃었어. 서너 달 일하다 쓰러진 삼촌도 있지만 나흘 만에 쓰러진 이모도 있었어. 다 같은 공장도 아니야. 서로 다른 공장에서 알바로 일하던 여섯 명에게 같은 일이 일어났어. 스마트폰 부품을 만들던 공장들이 비슷하게 싼 화학 물질을 쓰고 있었던 거야.

부품 공장들은 일하는 사람의 몸에 끼칠 나쁜 영향보다, 조금이라도 싸게 만들어서 이윤을 남기는 데만 몰두했어. 시력을 잃기를 바라진 않았겠지만, 일하는 사람의 건강을 생각하지도 않았어. 스마트폰을 만드는 대기업도, 부품 공장도, 감독해야 하는 정부도, 잠깐 일하고 떠나는 알바 노동자를 신경 쓰지 않았지. 이 일이 있고, 대기업이 하청 공장에 생산만 맡겨놓고 노동조건은 모른 척했다는 비판이 일어났어. 지금도 어느 공장에서는 알바로 잠깐 일하러 와서, 위험하거나 몸에 해로운 환경에 노출된 이모·삼촌들이 있을지 몰라. 시력을 잃은 여섯 명의 이모·삼촌들 이야기를 담은 <실명의 이유>라는 책이 3년 전에 나왔고, 올겨울에는 <문밖의 사람들>이라는 만화책이 나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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