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 기고문

[고래가 그랬어: 건강한 건강수다] 어른들이 알아서 잘 결정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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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교양잡지 “고래가 그랬어” 209호 ‘건강한 건강수다’>

 

글: 오 로라, 그림: 박 요셉

 

코로나19가 세계를 덮은 지 어느덧 두 해째야. 우리 일상 곳곳에서 코로나에 관한 이야기가 넘쳐나. 그런데 코로나19 뉴스를 볼 때, 무슨 말인지 이해할 수 있었니? 내 삶과 가깝게 이어져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 코로나19와 관련된 정책은 대개 어른들을 기준으로 만들어. 코로나 감염을 막기 위한 생활수칙 안내문, 코로나로 어려워진 사람들을 돕기 위해 정부가 지원금을 나눠줬다는 뉴스에서 어린이와 청소년은 크게 고려되지 않아.

 

작년에 호주에서 있었던 일을 잠깐 얘기해 볼게. 코로나가 빠르게 퍼지기 시작하자 호주에서는 4월부터 ‘무상보육’을 도입했어. 아이를 돌보는 데 필요한 돈을 각 가정이 부담하지 않고 국가가 책임지고 지원한 거야. 코로나로 직장에 나가지 못하게 되면서 어린이집 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웠던 부모들은 이 정책을 환영했어. 덕분에 부담을 크게 덜 수 있었거든. 그런데 코로나가 조금 잠잠해지고 사람들이 다시 경제활동을 시작할 수 있게 되자 호주 정부는 보육비 지원을 멈추겠다고 했고, 7월부터 서비스가 중단됐어.

 

이 결정에 많은 가족이 화가 났어. 무상보육을 멈춘 건 어린이의 권리를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학자들도 목소리를 높였어. 호주 정부는 아이를 돌보기 위해 집에 남게 된 어른들이 다시 직장을 나갈 수 있을 때까지만 보육비를 지원하면 된다고 생각한 거야. 어른들이 경제활동을 멈추지 않아야 호주 경제가 무너지지 않을 테니까. 하지만, 어떤 집에서는 부모가 맞벌이해도 어린이집을 이용할 돈이 충분하지 않아서, 아이들이 혼자 집에 남겨지는 일이 있어. 만약 호주 정부가 모든 아이가 교육과 돌봄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면 어땠을까? 결정은 달라졌을 거야.

 

 

어른들이 동무들에게 ‘차 조심해’라는 말을 자주 하잖아. 그런데 왜 이렇게 찻길이 많은 거야? 경제활동을 위해, 상품을 운반하고 사람들이 이동하는 데 도로가 필요해서지. 어른들은 차가 다니는 큰 도로를 만들 때 경제적 이익을 제일 먼저 생각해. 동무들의 건강과 생명이 위험해질 수 있다는 점은 크게 고려하지 않아. 어린이들은 사고를 당하기 쉽고, 사고가 났을 때 어른보다 더 크게 다칠 수 있는데도 말이지. 이런 문제를 꼭, 찻길 만들기 전에 고민하지 않고 찻길 만들고 난 뒤에 해. 그래서 여러 규칙을 강조해. ‘파란불일 때 손을 들고 길을 건너야 한다.’, ‘파란불로 바뀌어도 왼쪽 오른쪽 모두 살펴서 차가 멈췄는지 확인하고 길을 건너야 한다.’ 등등. 물론 사고를 막기 위해 교통 규칙과 법을 잘 지켜야 해. 그런데 사고를 막기 위해 법과 규칙만 신경 쓰고 찻길이 늘어나는 것은 왜 아무도 문제라고 하지 않지? 찻길이 늘면 어린이들이 혼자서 이곳저곳을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는 자유가 줄어드는데, 이건 왜 큰일이 아닐까?

 

세상에서 일어나는 일이 내 삶과 크게 관련이 없어 보일 때, 우리는 쉽게 무관심해져. ‘크면 알게 되겠지.’ ‘어른들이 알아서 잘 결정하겠지.’ 이러면서. 하지만, 그렇지 않아. 그 일이 동무들의 건강과 행복을 해치지 않는지 주의 깊게 살펴봐야 해. 어른을 기준으로 만들어진 세상에 동무들의 이야기를 담는 방법, 함께 생각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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