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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이후 매달 마스크 1290억개가 버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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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창교 (시민건강연구소 회원)

 

코로나19 바이러스 대유행으로, 바이러스 전파 예방 및 개인 보호를 위해 다양한 방법들이 활용되고 있다. 그중 마스크 쓰기는 바이러스로부터 코와 입을 막는 기본적이면서도 효과적인 방법으로, 천 또는 플라스틱 재질의 마스크와 더불어 고글과 안면보호쉴드가 모든 나라에서 사용되고 있다. 손을 통한 감염의 전파를 막기 위해서 장갑도 상시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비단 개인보호장구뿐만 아니라, 각 도시들의 록다운으로 배달음식 포장용기, 가정식 대체식품의 플라스틱용기들도 필연적으로 증가하였다. 이러한 플라스틱 사용의 급격한 증가는 환경오염으로 이어지고 있다.1) 한 연구는 코로나 바이러스 유행 시작 이후에 매달 약 1290억 개의 안면마스크와 650억 개의 플라스틱 장갑이 버려지고 있다고 추산한다.2) 일반적으로 의료용으로 사용된 플라스틱 재질의 마스크, 장갑들은 오염폐기물로 분류되어 다시 재활용할 수 없기 때문에 소각을 하게 되는데, 소각을 하면서 발생하는 포름알데히드와 같은 독성 물질, 이산화탄소 배출 등으로 기후변화를 심화시킨다. 2018년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도표 1’에서와같이 플라스틱의 제조 및 사용은 이미 코로나19 이전부터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었으며, 2050년에 이르러서는 현재 사용량보다 대략 4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추산되었다. 코로나19 대유행은 이러한 증가 속도와 정도를 더욱 심화시키고 있을 것이다.

 

▲ 도표 1. 코로나19 대유행 이전 전 세계 플라스틱 생산량과 향후 추세 예측. 출처: Frederic Gallo et al. Marine litter plastics and microplastics and their toxic chemicals components: the need for urgent preventive measures. Environ Sci Eur 2018. 30:13.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급격하게 증가한 플라스틱으로 인해 전 세계 대부분의 나라들은 플라스틱 처리 능력의 한계를 보이고 있다. 이 때문에 제대로 처리되지 않은 플라스틱 제품들은 바다로 흘러들어가 해양생태계를 오염시키고 있다.1), 3), 4) 코로나 바이러스 대유행 이전에도 우리는 이미 플라스틱 빨대가 코에 끼어 고통스러워하는 바다거북의 사진을 보며 플라스틱 빨대 사용을 자제하고 종이빨대로 바꾸도록 하는 제도를 시행한 바 있다. 태평양의 어딘가에는 썩지않는 플라스틱제품들로 이루어진, 한반도 크기의 7배에 달하는 거대한 섬이 있다는 소식은 놀랍지만 낯선 이야기가 아니다.5) 이미 2018년에도 한국은 플라스틱 대란을 치른 바 있다. 중국이 플라스틱 폐기물 수입을 제한하면서 그간 우리가 ‘수출’하던 플라스틱 쓰레기는 더 이상 갈 곳이 없어졌고, 전국이 쓰레기 분리수거에 곤욕을 치렀다.6)

 

다른 재료에 비해 성형 및 가공이 쉽고, 가벼우면서도 수명이 긴 특성이 있는 플라스틱의 역습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코로나로 인해 플라스틱의 사용이 급증하기 이전부터 먹는 물에 포함된 미세플라스틱의 인체 유해성에 대한 논란이 있었다.7) 미세플라스틱은 바다로 떠내려간 플라스틱들이 파도, 바람 등의 물리적 힘과 태양에너지에 의해 잘게 분해되어서 만들어진다고 알려져 있다. 미세플라스틱은 1밀리미터 이하 크기의 플라스틱을 일컫는 것으로 0.1-1000마이크로미터 이하는 마이크로플라스틱, 0.1마이크로미터 이하의 조각은 나노플라스틱으로 구분하기도 한다. 다양한 경로에서 미세플라스틱의 존재가 보고되어왔는데, 세계보건기구(WHO)를 포함하여 다양한 연구조직 등에서 미세플라스틱의 건강 영향에 대해서 조사 중이며, 먹는 물 속 미세플라스틱도 그 연구대상 중 하나이다. WHO에 따르면 미세플라스틱으로 인한 직접적인 건강영향 및 질병 부담을 명확히 알기 위해서는 아직 추가 연구가 필요한 상황이지만,8) 현재까지 제기된 이론 및 근거들을 살펴보는 것은 그 자체로 의미가 있다.

 

2017년 <환경과학과 기술>이라는 학술지에 출판된 논문 ‘플라스틱과 인간 건강’은 사람에 의해 만들어진 미세플라스틱이 어떤 경로로 우리 몸으로 되돌아오는지를 추적한다. 미세플라스틱이 우리의 건강에 미치는 영향은 아직까지 과학계에서 근거를 축적하고 있기 때문에, 이 논문은 2016년까지 보고된 문헌들을 검토하여 예측 가능한 건강 영향에 대해 설명하고자 한다. 사람에 의해 만들어진 미세플라스틱이 우리 몸으로 다시 돌아오는 경로는 식품 섭취, 호흡으로 인한 흡입 크게 두 가지로 나누어볼 수 있다. 이 연구에서는 음료수 등에서 발견되는 미세플라스틱의 섭취는 별도로 소개하고 있지 않지만, 다양한 연구기관에서 이에 대해 조사하고 있으므로 조만간 그 규모, 경로, 건강영향 등이 밝혀질 것으로 기대된다.

 

첫 번째로 식품으로 인한 소화기관 섭취의 주요 경로는 물고기와 조개류로 나누어 볼 수 있다. 물고기는 인류의 주요 단백질 섭취원 중 하나인데, 많은 실험실 연구들에서는 물고기들이 다양한 수준으로 미세플라스틱의 섭취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한 연구에서는 숭어의 표면에서 1마이크로미터 수준의 라텍스 입자들이 다수 발견되어, 비늘을 통한 미세플라스틱의 흡수 가능성을 보여주기도 하였다. 조개류 역시 주요 단백질 공급원인데, 이미 중국, 캐나다, 벨기에 등에서 수행된 연구에서 양식 또는 채집 조개류들이 모두 미세플라스틱으로 오염되어 있는 것이 밝혀졌다. 한 연구에서는 벨기에에서 양식된 조개류를 3일 동안 정화하였지만, 여전히 미세플라스틱이 발견되는 것이 보고되었다. 두 번째로 흡입하였을 때 발생하게 되는 국소적인 면역반응이다. 이는 전혀 새로운 발견은 아닌데, 기존에도 방직공장 등에서 일하는 노동자에서 미세한 섬유조직으로 인해 발생하는 폐질환 등이 잘 알려져 있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우리 몸으로 들어온 미세플라스틱이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방식은 크게 세 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첫 번째, 미세플라스틱 입자로 인한 면역반응이다. 우리 몸으로 들어온 10마이크로미터 이하의 작은 플라스틱 조각들은 우리 몸의 대식세포가 섭취하여 조직에서 제거되지만, 화학적, 생물학적으로 분해되지는 않는다. 따라서 미세플라스틱에 대한 노출은 지속적인 염증반응을 일으킬 가능성이 높다. 두 번째로는 미세플라스틱으로 인한 환경호르몬(내분비계 교란물질) 또는 발암물질 섭취의 증가이다. 미세플라스틱은 물과 잘 섞이지 않는 특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지용성인 환경호르몬이나 발암물질들이 잘 붙게 된다. 이러한 물질에는 벤조피렌, DDT, 벤젠, 페놀, 비스페놀 등 다양한 화학물질이 포함된다. 이러한 물질들이 미세플라스틱에 붙어 체내로 흡수되면 배출되기가 어렵기 때문에 우리 몸이 장기간 노출될 가능성이 높다. 세 번째는 미세플라스틱의 흡수로 인한 우리 몸의 정상세균총(microbiome)에 대한 영향이다. 미세플라스틱은 그 자체로 특정 세균들이 더 증식하기 좋은 상태로 만들기 때문에 비정상적인 면역반응을 일으킬 수 있다.

 

플라스틱폐기물에 대한 국제적 대응으로는 2021년부터 유해 폐기물 통제를 목적으로 체결한 바젤협약(Basel Convention)의 규제 대상에 플라스틱 쓰레기가 포함되어 발효되었다. 1992년 발효된 바젤협약은 유해 폐기물의 경유·수입국에 사전에 반드시 통보하도록 하고 불법거래가 적발될 경우 원상태로 되돌리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간 선진국들은 혼합된 유해 플라스틱 쓰레기들이 재활용될 수 있다고 주장하며 최근까지 아시아의 개발도상국 등에 수출해왔다. 하지만 오염된 혼합 쓰레기는 사실상 재활용이 불가능해 현지에 버려지거나 그냥 불태워지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또한 이러한 과정에서 플라스틱은 바다로 버려져 해양생태계를 지속적으로 오염시키고 있다. ‘폐플라스틱 수출’에는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어서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폐플라스틱들이 그간 말레이시아, 필리핀, 중국 등으로 건너갔으나, 이제는 개정된 바젤협약으로 폐플라스틱의 이동이 크게 감소하게 되었다. 결국 덜 쓰고, 써야 한다면 쓰고 나서 사용한 주체가 책임감을 가지고 재활용 또는 폐기 과정을 잘 관리해야 한다는 방법밖에 없다는 말이다.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인해 어쩔 수 없이 마스크를 쓰고, 장갑을 끼어야 하는 시기이지만, 우리는 이미 개인적인 수준에서 폐플라스틱 배출을 줄이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 알고 있다. 예를 들면, 비닐봉투 등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고, 재활용이 가능한 플라스틱 용기들은 반드시 분리/재활용하고, 음료수용 플라스틱병에 대해서는 보증금 제도 등을 활용하여 회수하는 방법들이 있다. 이와 같은 방법들은 단지 내 집, 우리 동네에서 배출되는 플라스틱을 줄이기 위한 것만이 아니라, 우리가 버린 쓰레기로 인해 죽어가는 해양생태계를 살리고, 결국 우리 몸으로 다시 돌아오는 플라스틱들을 줄이기 위한 책임감 있는 행동들이 될 수 있을 것이다.

 

* 참고문헌

 

1) IISD. Confronting the Plastic Pollution Pandemic (Policy Brief). Site at: https://www.iisd.org/articles/confronting-plastic-pollution-pandemic (accessed on 6 April 2021).

2) Aragaw, T.A., Mekonnen, B.A. Current plastics pollution threats due to COVID-19 and its possible mitigation techniques: a waste-to-energy conversion via Pyrolysis. Environ Syst Res 10 (8). (2021). https://doi.org/10.1186/s40068-020-00217-x (accessed on 6 April 2021).

3) Tadele Assefa Aragaw, Surgical face masks as a potential source for microplastic pollution in the COVID-19 scenario, Marine Pollution Bulletin. 159. (2020) https://doi.org/10.1016/j.marpolbul.2020.111517 (accessed on 6 April 2021).

4) Canning-Clode João, Sepúlveda Pedro, Almeida Sílvia, Monteiro João. Will COVID-19 Containment and Treatment Measures Drive Shifts in Marine Litter Pollution? Frontiers in Marine Science. 7. (2020). https://www.frontiersin.org/article/10.3389/fmars.2020.00691. (accessed on 6 April 2021).

5) 북태평양 ‘거대 쓰레기 섬’ 급속 확대…한반도 7배. SBS 뉴스. 2018. http://news.sbs.co.kr/news/endPage.do?news_id=N1004679824 (accessed on 6 April 2021)

6) 쓰레기 대란 속 쓰레기를 말하다. 프레시안. 2018. https://www.pressian.com/pages/articles/196736 (accessed on 6 April 2021)

7) 환경부, 수돗물 중 미세플라스틱 함유실태 조사결과 발표. 대한민국 정책브리핑. https://www.korea.kr/news/policyNewsView.do?newsId=156239267 (accessed on 6 April 2021)

8) World Health Organization. Microplastics in drinking-water. 2019. https://www.who.int/water_sanitation_health/publications/microplastics-in-drinking-water/en/ (accessed on 6 April 2021)

9) Wright SL, Kelly FJ. Plastic and Human Health: A Micro Issue? Environmental Science & Technology. 2017 Jun;51(12):6634-6647. DOI: 10.1021/acs.est.7b00423.

 


코로나19의 전 세계적 대유행을 맞아 많은 언론이 해외 상황을 전하고 있습니다. 확진자 수와 사망자 수, 백신을 얼마나 확보했는지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이 국가별 ‘순위표’로 이어집니다. 반면 코로나19 이면에 있는 각국의 역사와 제도적 맥락, 유행 대응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정치·경제·사회적 역동을 짚는 보도는 좀처럼 접하기 어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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