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리풀 논평

‘나쁜’ 코로나 정치를 경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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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당선된 서울시장이 취임하자마자 서울시에 맞는 방역대책을 세우겠다고 밝혔다(☞관련 기사 바로보기). 중앙정부와 협의한 후 구체적인 안을 내놓는다고 했으니 지켜볼 일이다. 과연 얼마나 다를까, 또는 다를 수 있을까.

 

우리는 코로나 유행 초기부터 ‘분권형’ 대응이 필요하다고 주장했고(☞관련 기사 바로보기), 일 년이 지난 지금도 의견은 다르지 않다. 서울이 한국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압도적으로 크다고 하나, 제대로 할 수만 있으면 ‘서울형’ 방역대책은 필요하고 바람직하다.

 

걱정하고 한편 바라는 것은 다름을 위한 다름, 비판을 위한 비판, 정략적 나서기가 되지 않고 분권과 맞춤형이 더 나은 방역과 시민의 복리에 이바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인구 천만이 사는 거대도시 서울의 방역대책과 체계를 다시 점검하고 개선하는 계기가 되기 바란다.

 

 

기대와 걱정이 교차하는 이유는 우리가 경험하고 아는 그대로, 코로나19 대응이 언제 어디서나 ‘나쁜 정치’ 때문에 말썽이 날 수 있어서다. 말썽이나 지장 정도로 끝나지 않고 끝내 결과를 망칠 수도 있으니 조심하고 또 조심할 일이다.

 

교훈과 타산지석은 많다. 마스크를 거부하고 말라리아 약을 치료제라고 권하는 외국 정치인은 극단적인 경우라고 하더라도, 정치적 이해관계 때로는 사적 이익 때문에 무엇을 과장하거나 축소하는 일이 한둘이 아니다.

 

코로나19를 비롯한 모든 감염병, 아니 모든 질병과 보건의료 현상에 정치가 개입하는 것은 피할 수 없다. 때로 바람직하기도 하다. 하지만, 그 정치는 가능하면 ‘좋은 정치’여야 한다. 그 무엇도 아닌 시민의 안전과 행복을 위해 봉사하는 쪽으로.

 

당장 걱정은 앞으로도 몇 가지 문제가 나쁜 정치를 유혹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차원은 달라도 일부는 현재진행형 또 일부는 미래 전망이다. 내년 봄 대선과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으니, 모든 정치가 이를 의식하는 것이 가장 큰 위험요인일 수도 있겠다.

 

첫째, 백신과 접종 문제.

 

길게 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세계적으로 백신 확보를 위한 경쟁이 더 치열해질 것이고, 그에 따라 한국의 접종 계획도 지장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정부의 노력과 실력, 성과를 둘러싸고 한바탕 싸움이 벌어질 것이 뻔하다.

 

정권을 옹호하거나 비판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하더라도, 백신과 접종의 ‘과학’에 영향을 미치지 않기를 바란다. 노파심에서 덧붙이면, 과학과 그 과학을 전달하는 전문가는 다르다. 전문가 또한 현실 정치의 영향을 벗어나기 어려우니, 사람보다는 과학을 기준으로.

 

둘째, 사회적 거리 두기의 지속 가능성

 

당연히 피로감이 극심하고 모두 참을성이 줄었다. 알게 모르게 현실 정치의 ‘뇌관’ 구실을 하는 것이 현실이다. 확진자가 늘고 다시 대유행의 조짐이 보여도 방역 단계를 쉽게 강화할 수 없는 이유가 아닐까 싶다. 이미 정치화된 것, 앞으로 더 그럴 공산이 크다.

 

우리는 <논평>을 통해 사회적 거리 두기의 지속 가능성 문제를 여러 차례 지적했다. 사회경제적 보완 대책이 없으면 같은 강도의 규제를 장기간 계속할 수 없다는 것. 그리고 그 대책을 수립, 실행하는 데는 상당한 준비가 있어야 한다는 것. 어떤 기준으로 보더라도 지금까지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것이 우리의 판단이다.

 

정치적 접근은 불가피하나, 나쁜 정치는 계속 ‘개인 책임’을 강조할 가능성이 크다. 이는 다시 지속 가능성 문제로 이어지고, 백신 접종이 늦어지는 것과 합해 자칫 방역을 무력화할 수도 있다. 지금이라도 그 압력을 완화하는 담대한 정책을 내놓고, 일이 일인 만큼 정파와 정략을 넘어서야 한다.

 

셋째, ‘재난 자본주의’를 향하는 정치

 

코로나19의 불확실성과 불안을 틈타 정치경제적 이익을 얻으려는 시도가 곳곳에서 결합한다. 코로나 치료제를 개발했다면서 얼마 전 모든 언론을 지배했던 회사를 기억하시는지. 그 치료제가 얼마나 효과가 있고 무엇을 해결했는지는 감감무소식인 가운데, 그 회사 회장의 재산은 일 년 만에 157.4% 증가했다고 한다(☞관련 기사 바로보기).

 

치료제에 이어 이젠 진단검사가 말썽이다. 신속항원검사가 시끄럽더니 ‘신속 PCR’이 뒤를 잇고 자가진단키트까지 거든다(☞관련 기사 바로보기). 민간회사의 경제적 동기, 실적을 내고 싶은 지자체나 조직의 정치, 국정 성과를 내야 하는 통치의 욕망이 어지럽게 얽혀 있다.

 

판도는 나쁜 정치가 방역을 압도하는 듯하다(☞관련 기사 바로보기). 이 ‘게임’에 관계가 있다는 사람들의 출신 학교와 정치적 네트워크(관료와 전문가 이름도 나오는)까지 소문이 파다한 마당이니, 그들의 의도나 실체와 무관하게 나쁜 정치의 전형이라 할 만하다.

 

이상의 나쁜 정치를 단번에 해소할 방법은 없다. 다만, 지치지 말고 피로감을 이기고 대항하는 수밖에. 더 정확하게 이해하고 더 많이 논의하며 더 적극적으로 참여함으로써 ‘민주적 공공성’의 원칙을 확인하는, 즉 ‘좋은’ 시민 정치를 실천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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